국제
2018년 05월 24일 23시 23분 KST | 업데이트됨 2018년 05월 25일 02시 56분 KST

트럼프가 김정은과의 북미정상회담을 전격 취소했다 (전문)

"언젠가 만나기를 고대합니다."

Kevin Lamarque / Reuters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월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북미정상회담을 전격 취소했다. 

백악관은 24일 오전(현지시각)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보내는 서한을 공개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자신의 트위터에 ”슬프게도 김정은과의 싱가포르 회담을 취소할 수밖에 없었다”는 글과 함께 서한 전문을 올렸다.

이 서한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당신과 만나기를 굉장히 기대하고 있었다”면서도 ”안타깝게도 북한이 가장 최근 발표한 성명에 담긴 극도의 분노와 공개적인 적대감 때문에 오랫동안 계획해왔던 이 회담을 지금 개최하는 건 부적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이는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발표한 담화를 지칭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신과 저 사이에 꽤 멋진 대화가 진행되고 있었다고 생각했다”며 ”언젠가 만나기를 고대한다”고 적었다. 또 ”인질들을 석방해준 데 감사를 전하고 싶다”며 ”혹여라도 이 중요한 정상회담에 있어 마음이 바뀐다면 한 치의 망설임 없이 전화나 편지를 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로써 전 세계의 높은 관심 속에 사상 최초로 이뤄질 것으로 예정됐던 현직 미국 대통령과 북한 지도자의 만남은 일단 기약 없이 미뤄지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향후 회담이 열릴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한 것은 아니지만, 회담을 재개하기 위한 논의가 다시 시작되기는 당분간 쉽지 않아보인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태도를 이유로 지목하며 북미정상회담을 전격 취소함에 따라 북한으로서도 난처한 상황이 됐다. 북한은 거꾸로 미국의 ‘일방적인 태도’를 문제 삼으며 두 번이나 회담 취소 가능성을 언급한 바 있다.

전날 북한 최선희 부상은 ”우리는 미국에 대화를 구걸하지 않으며 미국이 우리와 마주앉지 않겠다면 구태여 붙잡지도 않을 것”이라며 공언한 상태다. 북한이 기존 입장을 크게 번복하고 미국에 ‘저자세’로 나가지 않는 한, 회담이 열리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백악관 관계자는 북한과의 평화를 원한다면서도 회담을 위한 논의가 재개되기 위해서는 ”북한이 레토릭을 바꿔야 한다”고 로이터에 말했다. 그러나 회담 취소를 전격 발표하기까지의 과정을 보면, 북한이 극적으로 태도를 바꿔 회담에 응한다 하더라도 미국이 ‘고자세’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북한으로서는 회담을 앞두고 취했던 이른바 ‘선제 조치’들을 취한 상황이다. 억류하고 있던 미국인 3명을 석방했고, 백악관 성명이 나오기 하루 전에는 약속대로 풍계리 핵실험장 폭파를 진행했다. 북한의 입장에서 보면 막다른 ‘코너’에 몰린 셈이다.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현장을 취재중인 CNN 윌 리플리 기자는 CNN과의 전화연결에서 자신이 북한 정부 관계자들에게 트럼프 대통령의 서한을 읽어줬으며, ‘모두가 충격에 빠져 자리를 떠나 전화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북한이 어떤 반응을 내놓느냐에 따라 북미정상회담은 물론, 한반도 비핵화 역시 중대 기로에 서게 될 전망이다.

Bloomberg via Getty Images

 

북미정상회담 성공을 위해 중재자 역할을 자임하고 나섰던 문재인 대통령의 노력도 일단 수포로 돌아가게 됐다. 백악관의 발표는 문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과 ‘북미정상회담 성공’을 논의하고 막 귀국한 지 하루도 채 안 된 시점에 나왔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백악관 발표 직후 출입기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뜻이 무엇인지, 그 정확한 의미를 파악하려고 시도 중”이라고 밝혔다. 미리 회담 취소 내용을 전달받지 못한 것으로 보이는 부분이다.

결과적으로 한국 정부는 그동안 여러차례 공개적으로 불거졌던 북한과 미국의 견해차를 좁히는 데 실패한 셈이 됐다. 따라서 당장은 상황을 수습하고 북미정상회담의 불씨를 되살리는 데 외교력을 총동원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백악관의 발표가 나온 직후인 이날 밤 11시30분 임종석 비서실장, 정의용 안보실장, 강경화 외교부 장관, 조명균 통일부 장관, 송영무 국방부 장관, 서훈 국정원장,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을 청와대 관저로 긴급 소집했다. 사실상 국가안보회의(NSC)를 소집한 것이다.

 다음은 백악관이 발표한, 트럼프 대통령의 서한 전문.

친애하는 위원장님께,

양측이 오래 바라왔고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개최될 예정이었던 정상회담에 대한 협의와 대화에 시간과 끈기, 노력을 쏟아 부어주신 데 큰 감사를 표합니다. 이번 회담은 북한의 요청이었다는 통지를 받았지만, 우리에게 그건 전혀 상관없습니다 . 당신과 만나기를 굉장히 기대하고 있었습니다. 안타깝게도 북한이 가장 최근 발표한 성명에 담긴 극도의 분노와 공개적인 적대감 때문에 오랫동안 계획해왔던 이 회담을 지금 개최하는 건 부적절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에 따라 이 서한이 싱가포르 회담이 개최되지 않는다는 소식을 전달하기를 바랍니다. 양측 모두를 위한 일이지만 전 세계에 있어서는 손해가 될 것입니다. 당신은 당신의 핵능력에 대해 말하지만 미국의 핵능력은 정말 거대하고 강력해, 절대 사용할 일이 없기를 신에게 기도할 정도입니다.

당신과 저 사이에 꽤 멋진 대화가 진행되고 있었다고 생각했습니다. 결국 가장 중요한 건 대화니까요. 언젠가 만나기를 고대합니다. 그간 인질들을 석방해준 데 감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그들은 다시 집으로 돌아와 가족과 함께 있을 수 있게 됐습니다. 정말 아름다운 제스처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혹여라도 이 중요한 정상회담에 있어 마음에 바뀌신다면, 한 치의 망설임 없이 전화나 이메일을 주시기 바랍니다. 전 세계, 특히 북한은 지속적인 평화, 엄청난 부와 번영을 얻게 될 기회를 놓쳤습니다. 이 기회를 놓친 건 참으로 원통한 일로 역사에 남을 것입니다.

 

아래는 이날 의회에 출석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트럼프 대통령의 서한을 읽는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