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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계리 취재 간 한국 취재단의 '트윗'을 전혀 볼 수 없는 이유

트윗은 물론, 자기 이름으로 쓴 기사도 안 된다.

  • 허완
  • 입력 2018.05.23 20:44
  • 수정 2018.05.23 20:53

북한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를 취재중인 마이클 그린필드 영국 스카이뉴스 기자는 북한에 도착한 이후 트위터로 현지 소식을 계속 알리고 있다. 

 

그와 함께 북한에 도착한 CNN의 윌 리플리 기자 역시 트위터에 여러 사진과 글을 올렸다.

 

그러나 우여곡절 끝에 북한에 도착한 한국 취재단(뉴스1 4명, MBC 4명)이 북한에서 올리는 트윗은 전혀 볼 수 없을 전망이다. 

미디어오늘이 23일 전한 바에 따르면, 한국 취재진은 북한에 갈 언론사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코리아풀(pool)’이라는 방식을 적용하기로 했다.

이 방식은 선정된 언론사 기자들이 외교부에 등록된 출입기자단을 대표하는 개념이다. 북한에 간 뉴스1과 MBC 기자들은 자신들이 취재한 내용을 나머지 기자들과 똑같이 공유(pool)하며, 기사나 사진에도 각자의 이름 대신 ‘원산(장소)=외교부 공동취재단’으로 표기하게 된다.

이 때문에 선정된 언론사 기자들은 각자가 취재한 내용을 따로 기사로 쓰지는 못한다. 트위터에 올리는 글이나 사진도 ‘개별 취재’ 내용으로 간주돼 금지된다. 뉴스1 관계자는 미디어오늘에 ”코리아풀이기 때문에 사진이나 텍스트는 지정된 곳에 모두 풀로 보낸다”고 밝혔다.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남측 공동취재단이 23일 정부 수송기편으로 북한 강원도 원산 갈마비행장에 도착해 비행기에서 내리고 있다.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남측 공동취재단이 23일 정부 수송기편으로 북한 강원도 원산 갈마비행장에 도착해 비행기에서 내리고 있다. ⓒ뉴스1/사진공동취재단

 

이같은 방식에는 장단점이 있다. 모든 언론사가 현장에 갈 수 없는 상황에서 대표로 선정된 언론사가 취재한 내용을 모두가 ‘공평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해주는 측면이 있다. 특히 국가적 행사의 경우에는 이런 방식이 그동안 널리 활용되어 왔다. 외신도 종종 풀 취재 방식을 활용한다.

반면 국민의 알권리를 침해한다는 지적도 있다. 자유롭고 다양한 취재가 제한된다는 이유 때문이다. 취재한 내용을 곧바로 보도하는 게 아니라 다른 언론사들과 먼저 공유한 다음 보도해야 하기 때문에 아무래도 속도가 느려진다는 점도 단점으로 꼽힌다.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남측 공동취재단이 23일 오후 북한 강원도 원산 갈마비행장에 도착하고 있다.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남측 공동취재단이 23일 오후 북한 강원도 원산 갈마비행장에 도착하고 있다. ⓒ뉴스1/사진공동취재단

 

이런 이유들 때문에 앞서 북한에 갈 언론사를 선정하는 과정에서도 논란이 벌어졌다.

국가기간통신사인 연합뉴스는 ”국내 뿐 아니라 국제사회에 우리의 시각으로 한반도의 뉴스를 전달하기 위해서도 (북한 취재 경험이 많은) 연합뉴스가 이번 취재를 전담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다른 언론사들의 반대에 막혔다.

특히 풀(pool) 취재 여부를 놓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연합뉴스가 풀 취재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는데 외교부 출입기자들은 풀 취재를 하지 않을 거면 연합뉴스가 왜 가야 되느냐고 반발하고 있다. 

제한된 인원만 가는 취재 현장에서 팩트를 공유하도록 정리하는 것을 풀 취재라고 한다. 연합뉴스는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현장에서 풀 취재를 하면 외신보다 속보 경쟁에서 떨어지고, 결과적으로 우리 국민이 뉴스를 늦게 접하는 경우가 생긴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대로 외교부 출입 기자단은 연합뉴스 기자가 가더라도 풀 취재 내용을 공유하지 않으면 형평성이 어긋나기 때문에 연합뉴스의 현장 취재를 반대하고 있다. (미디어오늘 5월16일)

기자단 내부 투표를 통해 선정된 뉴스1은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현장을) 어느 매체라도 사유화해서는 안된다”며 풀 취재 방식을 고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투표에 참여한 언론사는 모두 38개사였다.

한편 별도로 진행된 방송사 취재단 선정 과정에서는 ‘제비뽑기’ 방식으로 MBC가 뽑혀 풍계리로 향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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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미디어 #풍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