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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상연맹 감사해보니 팀추월 왕따 논란은 빙산의 일각이었다

때리고, 유출하고, 개입하고.

  • 김원철
  • 입력 2018.05.23 15:20
  • 수정 2018.05.23 15:21
ⓒ뉴스1

문화체육관광부가 23일 대한빙상경기연맹에 대한 특정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 평창동계올림픽 때 빙상 분야에서 여러 의혹이 불거졌고, 이에 따라 착수한 감사였다. 특히 ‘여자 팀추월 왕따 논란‘과 ‘전명규 전 부회장 전횡 의혹’이 핵심이었다.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더 많은 문제가 있었다.

쇼트트랙 여자 대표팀 코치가 심석희 선수에게 가한 폭행은 알려진 것보다 심각했다. 장거리 스피드스케이팅 간판인 이승훈 선수가 후배 선수를 폭행했다는 진술도 확인됐다. 전명규 전 부회장의 빙상연맹에 대한 부당한 개입도 사실로 드러났다. 경기복 선정 및 후원사 공모 과정에선 사전에 정보가 유출된 정황이 확인됐다. 문체부는 심석희 선수 폭행과 후원사 공모 과정 등 2건은 수사의뢰하기로 했다. 

문체부에 따르면 여자 대표팀 팀추월 왕따 주행 논란의 가장 큰 책임은 백철기 감독에게 있었다.

백 감독은 팀 추월 예선 전날인 18일 마지막 바퀴 주행 순번을 정할 때 ‘노선영 3번주자 전략’ 제안에 대해 “선수들끼리 합의해 결정하라”면서 명확한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 노선영의 3번 주자 전략은 경기 직전까지도 전달되지 않았고, 워밍업 시작 전에야 이 사실이 선수단에 전해졌다. 노선영은 선배로서 책임을 진다는 생각으로 “3번 주자를 해 보겠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백 감독은 기자회견에서 “전날 노선영이 3번주자를 자청했다”고 말했다. 예선 통과 기록을 위해 노선영 3번주자 전략을 제안한 것은 다른 선수였다.

전략 수립 문제는 있었지만 일부러 왕따 주행을 한 건 아니라고 문체부는 결론내렸다. 앞선 선수들의 종반부 구간 속도가 다른 구간 속도보다 특별히 빠르지도 않았으며, 노선영의 경우 후반 체력이 떨어져 간격이 벌어진 후에는 공기저항까지 받게 돼 간격을 극복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게 문체부 설명이다. 문체부가 자문한 한 전문가는 ”체력이 떨어진 종반부에 선수가 속도를 줄였다가 다시 높이는 것은 어렵다”며 ”종반부에 간격이 벌어질 경우 각자 최선을 다해 주행하는 것이 기록단축에 유리하다”는 의견을 냈다고 한다.

코치의 심석희 선수 폭행 사건은 알려진 것보다 심각했다. 코치는 대통령 격려방문 전날인 1월16일 진천 선수촌 밀폐된 공간에서 심석희의 태도를 문제 삼아 발과 주먹으로 수차례 폭행했다. 2018년에만 3차례 폭행이 있었다고 한다.

쇼트트랙 지도자 전체가 폭행 사실을 감추려고 입을 맞춘 정황도 드러났다. 감독과 코치들은 심석희에 대한 폭행을 은폐하기 위해 선수촌 이탈 이유로 몸살감기로 병원에 갔다고 허위보고 했다.

이승훈 선수의 폭행·가혹행위 의혹도 드러났다. 문체부는 ”스피드스케이팅 국가대표 A선수가 2011년과 2013년, 2016년 해외 대회 참가 중 숙소와 식당에서 후배 선수 2명에 대해 폭행 및 가혹행위를 한 정황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엠스플뉴스에 따르면 A선수는 이승훈이다. 그는 2016년 스피드 스케이팅 4차 월드컵이 열린 네덜란드 식당에서 ‘밥풀이 튀었다‘는 이유로 후배 선수의 머리를 내리쳤다. 2013년엔 독일에서 훈련 도중 동료 선수의 머리를 내리치고 ‘얼차려’ 기합을 줬다는 증언도 나왔다. 이승훈은 훈계 차원이었다고 진술했지만 피해자들은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문체부는 연맹에 대해 진상조사 및 징계 검토를 요청할 계획이다.

전명규 전 부회장의 빙상연맹에 대한 부당한 개입도 사실로 드러났다. 감사 결과 전 전 부회장은 부회장 재임 당시였던 2014년 1월 대표팀 감독 중징계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했고 부회장 직위 사임 이후에도 외국인 지도자 영입 및 계약해지 등에 관여하고 외국인 체력 트레이너 영입을 시도하는 등 빙상연맹 업무에 개입한 사실이 확인됐다.

문체부는 감사 결과에 따라 28건에 대해 18명을 징계 요구하고, 2건을 수사 의뢰하는 등 총 49건의 감사 처분을 요구할 예정이다.

문체부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빙상연맹이 제대로 된 징계 절차를 진행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드러난 사실만으로도 빙상연맹의 관리단체 지정이 가능하다. 관리단체 지정 후 정당한 징계 절차가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체부 관계자는 또 “현재 빙상연맹 규정에 따르면 사임 후에도 징계할 수 있다. 전명규 전 부회장의 경우 최고 교수직 해임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감사 결과를 발표한 노태강 문체부 2차관은 “감사 결과 스포츠계에 결과 지상주의, 성적 제일주의가 만연해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면서 “정당한 절차와 인권이 보장되지 않은 메달을 더 이상 우리 사회가 반기지 않고 그 메달을 기뻐하지 않으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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