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2018년 05월 23일 14시 48분 KST | 업데이트됨 2018년 05월 23일 20시 27분 KST

트럼프가 처음으로 '북한 단계적 비핵화'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단 긍정적 신호라고 볼 수 있다.

Kevin Lamarque / Reuters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의 ‘단계적 비핵화’에 대한 가능성을 처음으로 언급했다. 북한이 단계적으로 비핵화 조치들을 취해나가면 그에 따라 이에 상응하는 보상 조치를 부분적으로나마 취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 것이다. 비핵화 해법에 있어서 미국이 북한의 요구를 일부 수용할 수 있다는 뜻을 나타냈다는 해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각)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단독회담에 앞서 예정에 없던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한 기자는 비핵화가 ‘일괄타결(all-in-one)’ 방식이어야 하는지, 아니면 단계적 보상이 이뤄지는 방식이 될 수도 있는지 물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괄타결이 좋을 것”이라면서도 그렇게 될 수 없는 ”물리적 이유들”을 언급했다.

″일괄타결이면 좋을 것이다. 그 이상 언급하지는 않겠다. 일괄타결이면 분명 더 좋을 것이다. 꼭 그렇게 되어야 하는가? 완전히 약속하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일괄타결이면 훨씬 더 나을 것이다. 아니면 물리적 이유들로, 매우 짧은 기간 동안에 (되면 좋을 것이다). 정확히 그렇게 (일괄타결을) 하기 어려울 수 있는 물리적 이유들이 있다. 따라서 물리적 이유들 때문에라도 매우 짧은 기간에. 근본적으로 그게 일괄타결이 될 것이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이 완전한 비핵화가 이뤄지기 전까지는 어떤 보상 조치도 없을 것이라는 기존 입장에서 한 걸음 물러난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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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담긴 미묘하지만 꽤 큰 변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전개된 상황을 잠시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북한은 그동안 ‘단계적·동시적 해법’을 강조해왔다. 단계적으로 비핵화 조치를 밟아나가면 이와 동시에 미국의 보상이 있어야 한다는 원칙이다. 비핵화와 미국의 보상(체제보장 등)을 같은 가격(등가)으로 교환하자는 취지다.

반면 미국은 그동안 ‘비핵화가 완료되기 전까지 보상은 없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선 핵폐기, 후 보상’이다. 과거의 북한 비핵화 협상이 단계적 보상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이뤄졌으나 모두 실패했다는 인식에 바탕을 두고있다.

또 미국은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를 거듭 강조하면서도 북한이 요구하는 체제보장에 대한 언급은 꺼려왔다. 백악관 내 ‘강경파‘로 꼽히는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은 ‘리비아 모델’을 언급하며 북한을 압박하기도 했다.

그러자 북한은 회담을 취소할 수도 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미국이 ‘일방적인 핵포기를 강요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대해 백악관은 서둘러 ‘리비아 모델이 아니라 트럼프 모델‘이라며 진화에 나섰고, 트럼프 대통령 역시 (제대로 이해한 것인지는 불분명하지만) ‘리비아 모델은 전혀 아니다’라고 언급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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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맥락에서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한 발 더 나아가 비핵화 협상 과정에서 북한의 요구를 일부 수용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보인다. 북한과 타협의 여지를 열어둔 것이다. 

물론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여전히 난제가 많은 게 사실이다. ‘잘게 쪼개지 않으면서도’ 어떻게 비핵화 과정을 단계적으로 나눌 것인지, 또 그 과정에서 북한과 미국이 서로 어떤 비핵화 이행 및 보상 조치를 주고 받을 것인지 합의되어야 한다. 만만치 않은 신경전이 예상되는 부분이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요구를 일부 수용하는 듯한 자세를 취했다는 점에서 합의에 도달할 가능성도 그만큼 높아졌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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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북미정상회담 연기 가능성을 언급하면서도 동시에 회담에 대한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북한이 비핵화에 합의하면 체제의 안정을 보장할 것이라고 언급했고, 북한도 한국처럼 경제적 번영을 누리게 될 것이라고 강조한 것.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에 나설 경우 체제의 안전을 보장할 것이냐는 한 한국 기자의 질문에 ”그렇다. 우리는 그(김정은)의 안전을 보장할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안전할 것이다. 그는 행복할 것이다. 그의 나라는 부유해질 것이다. 그의 나라는 부지런히 일하고 번영할 것이다. 그들은 훌륭한 사람들이다. 그들은 근면하고 훌륭한 사람들이다.

한국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보라. 우리가 한국을 도왔음을 기억하라. 우리는 수십억 달러가 아니라 수조달러를 여러 해 동안 지원했다. 우리는 한국을 도왔다. 한국은 가장 놀라운 국가 중 하나가 됐다. 여러분도 알 것이다. 그게 여러분이다. 그게 여러분의 국가다. (북한도 한국과) 같은 사람들이다. 같은 사람들이다.

무언가 일이 잘 풀린다면 그는 매우 행복해할 것이라고 본다. 잘 안 풀린다면, 그는 행복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이전에 한 번도 이뤄진 적이 없는 일을 할 기회를 가지고 있다. 25년 후, 50년 후에 돌아본다면 그는 자신이 북한과 세계를 위해 한 일을 매우 자랑스럽게 여길 수 있을 것이다.” 

문재인-트럼프 대통령 정상회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