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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탈북’ 허강일씨, CNN에 “국정원 요구로 종업원들 속였다”

국정원 요원과 접촉하게 된 동기와 경위, 한국 입국 과정 등을 설명했다.

ⓒ한겨레 자료사진

2016년 4월 중국 닝보의 북한 음식점인 류경식당에서 종업원 12명을 데리고 한국으로 온 지배인 허강일씨가 미국 CNN과 인터뷰에서 “총선을 앞두고 국가정보원의 요구로 내가 종업원들을 속여서 데리고 왔다”고 폭로했다. 허씨는 지난 10일에도 JTBC에 출연해 2년 전의 ‘집단 탈북’이 종업원들의 자발적 의사가 아니라 국정원과 짜고친 ‘기획 탈북’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CNN은 서울 특파원인 폴라 핸콕스가 허씨와 나눈 인터뷰 내용을 22일 보도했다. 허씨가 국외 언론 매체와 인터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허씨는 이 인터뷰에서 자신이 최초로 국정원 요원과 접촉하게 된 동기와 경위, 한국 입국 과정 등을 설명했다.

허씨는 류경식당 지배인으로 일하다가 자신의 친구 5명이 재판도 없이 처형된 것을 보고 환멸을 느꼈고, 2015년 11월 상하이에서 태극기와 서약서를 가져온 국정원 요원을 만나 앞으로 할 일을 논의했다고 말했다. 태극기가 나오게 사진 촬영도 했다. 그러나 그 뒤 한국계 중국인 손님이 허씨가 국정원과 연계돼 있다는 걸 알고 협박해오기 시작해, 한국행을 결심했다고 한다.

허씨는 “국정원이 나더러 (종업원) 다 데리고 오라고 했다. 나는 너무 위험해서 불가능하다고 했으나 국정원은 무조건 다 데리고 오라고 했다”며 “국정원은 ‘종업원들을 다 데려오지 않으면 북한 대사관에 알려서 너를 죽이도록 하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그들은 이게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다, 박 대통령이 큰 계획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고 했다.

국정원은 허씨에게 종업원들을 거짓말로 속일 것을 요구했고, 허씨는 종업원들에게 숙소를 옮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허씨는 “짐 싸오라, 우리 옮겨야 한다고 거짓말을 해서 택시 몇대에 종업원들을 나눠 태웠다. 그리고 택시 기사에게 ‘상하이 공항으로 데려가라’고 말했다”고 했다. 허씨는 앞서 두명의 종업원에게 한국행 가능성을 내비쳤는데 그 두 사람과 나머지 3명은 이를 감지하고 자발적으로 다른 곳으로 떠났다. 이들 5명은 항저우 근처의 북한 음식점으로 갔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허씨는 말했다.

허씨와 12명의 종업원들은 상하이 공항에서 국정원이 끊어준 비행기표로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로 날아가, 한국 대사관으로 갔다. 허씨는 CNN에 “종업원들이 (한국 대사관의) 태극기를 보더니 겁에 질리기 시작했다. 나는 ‘이미 너무 멀리 와서 되돌아갈 수 없다’고 말했다”고 했다. 이들은 대사관에서 가명이 적힌 한국 여권을 받고 인천국제공항으로 다시 날아갔다. CNN은 “대부분의 탈북자들에게 몇개월이 걸리는 여정을 이들은 단 이틀 만에 끝냈다”고 지적했다.

이들이 한국 땅을 밟은 것은 20대 총선(4월13일)을 엿새 앞둔 4월7일이었다. 허씨는 당시 총선을 앞두고 여당에 유리하도록 하기 위해서 여성 종업원들이 한국으로 끌려온 것이라고 말했다.

CNN은 허씨가 이런 사실을 폭로하기로 한 이유는 불분명하다고 보도했다. 다만 허씨는 배신자로 취급당해 사형당할 가능성을 무릅쓰고도 북한으로 가고 싶다고 말했다. 허씨는 한국 정부와 국정원에 이용당했다고 여긴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원하는 단 한 가지는 이 일에 대한 완벽한 조사다. 우리는 진짜 속았고, 피해자다. 이것 때문에 나는 모든 걸 잃었다”며 “부모님을 정말로 보고싶고, 북한 사람들에게 해를 끼쳐 매우 죄송하다”고 말했다.

앞서 허씨는 지난 10일 JTBC에 출연해서도 이같은 내용을 공개했다. 이 보도를 계기로 ‘기획 탈북’ 의혹이 다시 제기됐고, 북한은 이들을 되돌려보낼 것을 거듭 요구했다. 이에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지난 17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관련 기관이 현재 이 상황에 대해 파악하고 있지만, 기존 입장과 달라진 바는 없다”며 “현재 여종업원들은 자유의사로 한국에 와서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생활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 장관은 앞서 지난 2월에도 “(탈북 종업원들은) 우리 남쪽에 자유 의사로 와서 정착한 사람이어서 북측에서 얘기(송환 요구)하는 것은 검토할 수 없다고 (북한에) 답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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