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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은 함부로 '좋아요'를 누를 수 없다

구시대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공무원, 함부로 ‘좋아요’ 눌렀다간 큰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최근 충청북도 감사관실에서는 공무원 중 일부가 특정 후보의 SNS 글과 사진에 ‘좋아요’를 누른 사실을 확인하고 적발에 나섰다. 다른 시·도에서도 적지 않은 공무원들이 이런 행위를 한 것이 확인돼 행안부 조사를 받고 있다.

서울시 선거관리위원회도 지난 4월 15일, ”지방공무원이 알아야 할 공직선거법 주요내용 20″이라는 교육자료를 통해 ”정치관련 인터넷 게시글에 ‘좋아요’를 누르거나 리트윗 하는 행위”를 공무원이 하지 말아야 할 행동 중 하나로 꼽았다.

 

 

이같은 ‘좋아요 규제’가 처음 있는 일도 아니다. 지난해 4월, 경찰청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공무원으로서 특정 정당이나 후보자를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글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게시하는 행위를 자제하라”는 내부 지침을 전국 경찰에 전달했다.

공무원의 ‘좋아요 금지’에 대해 선거관리위원회는 허프포스트코리아와의 통화에서 ”공무원은 공직선거법 제60조에 규정된 선거운동을 할 수 없는자”라며 ”사안에 따라 다르겠지만 선거운동 게시글이나 상대 후보를 비방 또는 허위사실이 적시된 게시물을 좋아요 누르면 위반사례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선관위는 ”단순히 좋아요 한 번 눌렀다고 바로 처벌되는 건 아니고 사안이 경미하면 삭제 및 취소 처리를 요청하나 지속적이거나 중대하면 처벌을 피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왜 ‘좋아요’도 누르지 못하는 걸까?

공무원의 ‘좋아요’ 금지는 헌법에서부터 출발한다. 대한민국 헌법 제7조는 공무원에 대해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하여 책임을 진다”며 ”공무원의 신분과 정치적 중립성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보장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헌법이 규정한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의무’는 법률로 구체화된다. 공직선거법 제9조는 ”공무원 기타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 자는 선거에 대한 부당한 영향력의 행사 기타 선거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된다”고 정한다. 제60조는 공무원, 미성년자 등을 선거 운동을 할 수 없는 자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위와 같은 법조문에 의해 바로 ‘공무원은 페이스북에 올라온 정치적인 게시물에 좋아요를 누를 수는 없다‘는 결론이 도출되지는 않는다. 선관위는 ”선거운동의 범위가 광범위한만큼 자세한 내용은 선관위에서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선관위는 ‘공무원이 정치적 게시물에 감정을 표시하는 버튼을 누르는 행위‘를 일종의 ‘선거운동’으로 보고 있는 셈이다.

 

ⓒMicroStockHub via Getty Images

 

다른 나라는 어떨까? 유럽 국가 대부분은 공무원의 정치활동에 큰 제한을 가하지 않으며 원칙적으로 허용한다. 지위를 이용하거나 업무수행에 지장을 주는 정도의 조건이 따라붙긴 하지만 한국과 같이 정치활동이 ‘원칙적으로 금지‘된 상황은 아니다. 공무원의 정치활동을 비교적 엄격하게 규제하는 나라인 일본의 경우에도 국가직 공무원이 아닌 지방직 공무원에게는 예외적으로 정치활동에 참여할 기회를 제공한다. 적어도 공무원이라는 이유로 ‘좋아요’를 누르는 게 위법이 되는 사례는 한국 밖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다.

이같은 공무원의 정치행동에 대한 과한 규제에 대해 공무원과 시민단체는 여러차례 문제를 제기했다. 이 문제는 비교적 최근인 2011년에도 ‘공무원과 교사의 정치활동을 금지한 현행 정당법과 국가공무원법은 위헌’이라는 헌법소원이 제기되었지만 헌법재판소는 ”공무원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므로 공익을 추구해야 하고 직무집행의 중립성을 유지하기 위해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공무원과 시민의 교집합

하지만 공무원에 대한 일방적이며 원칙적인 정치활동 금지가 구시대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김인재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공무원의 정치적 기본권‘이라는 주제로 열린 토론회에서 ”헌법이 규정한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오해가 있는 것 같다”며 ”이 조항은 권위주의 정권 시절, 정치권력이 자신의 이해에 따라 공무원을 부당하게 동원하거나 이용해온 역사적 경험에서 비롯된 것으로, 오히려 민주주의의 수호 논리 차원에서 만들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그러나 국가공무원법을 비롯한 우리 사회의 인식은 이 ‘중립성’을 지나치게 확대해 몰가치적 개념으로 오용하고 있다”며 ”공무원의 중립성을 근거로 포괄적으로 공무원의 정치 활동을 제한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이종수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교수도 ”군주국가 시절에는 공무원은 국가의 복종적인 신민(臣民)이었다면 오늘날의 공무원은 과거와 달리 공직 수행의 주체이면서 동시에 일반 시민으로서의 기본권을 가지기 때문에 정치활동을 포괄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위헌적”이라며 ”공무원의 특수한 신분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불가피한 권리의 제한은 받아들여져야 한다”면서도 달라진 정치 환경을 반영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Daniel Sambraus via Getty Images

 

이같은 지적은 외국에서 공무원의 정치활동을 ‘어떻게 규제하는지‘에서도 타당성을 찾아볼 수 있다. 유럽이나 미국 등의 경우에도 공무원이 자기의 신분을 이용해 정치활동을 하는 것은 금지한다.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을 ‘신분 상의 의무‘가 아닌 ‘직무 상의 의무‘로 보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그 직을 이용하지 않는 한’ 정치활동은 금지되지 않는다

우리 사회도 여기에 대한 해법을 내놓으려고 하는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가 지난달 22일 공개한 3차 개헌안에서는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의무에 대해 ”직무를 수행할 때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한다”는 새로운 단서가 추가됐다. 공무원이라도 직무를 이용하거나 수행하지 않는 한 그를 기본권을 갖고 있는 시민으로 보겠다는 의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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