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2018년 05월 18일 10시 16분 KST | 업데이트됨 2018년 05월 18일 15시 18분 KST

트럼프의 '리비아' 발언이 북한을 안심시켰는지 위협했는지 불분명하다

"믿기 힘들 정도로 부주의하고 위험한 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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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리비아 모델은 우리가 북한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는 모델이 전혀 아니다”라고 말했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북한 비핵화 방식으로 언급한 ‘리비아 모델’에 북한이 강하게 반발하자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수습에 나선 모양새다.

그러나,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이 ‘리비아 모델’이 뭔지 정확히 모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7일 옌스 스톨텐베르크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사무총장과 백악관에서 만난 자리에서 리비아 모델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을 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장황한 답을 내놨다. 그러나 그가 ‘리비아 모델’을 정확히 이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리비아 모델은 우리가 북한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는 모델이 전혀 아니다. 리비아에서 우리는 그 나라를 무너뜨렸다. 그 나라는 무너졌다. (리비아의 독재자) 카다피가 권력을 유지하도록 하는 합의는 없었다. 언급된 리비아 모델은 (북한과는) 많이 다른 모델이다. 김정은과의 (합의는), 그가 그가 거기에 있고(권력을 유지하고), 자기의 나라에 있고, 자기 나라를 통치하는 것이다. 그의 나라는 매우 부유해질 것이다. 그의 사람(북한 주민)들은 엄청나게 근면하다.

한국을 보면, 산업적 면에서나 그들이 하는 일에 있어서나 이건 한국 모델이다. 한국인들은 근면한, 놀라운 사람들이다.

그러나 리비아 모델은 매우 다른 모델이다. 우리는 그 나라를 무너뜨렸다. 우리는 카다피에게 ‘오, 우리는 당신에게 보호를 제공해주겠다. 우리는 당신에게 군사적 힘을 주겠다. 우리는 당신에게 이 모든 것들을 주겠다’라고 말한 적이 없다. 우리는 (리비아에) 들어가서 그를 끌어내렸다. 그리고 우리는 (사담 후세인의) 이라크에서도 같은 일을 했다.

(중략)

그 모델, 카다피(를 끌어내린) 모델은 완전한 축출이었다. 우리는 그곳에 들어가서 그를 끌어내렸다. (북한과) 합의가 되지 않으면 그 모델이 가장 유력하게 시행될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합의를 해낸다면, 김정은은 매우, 매우 행복할 것이다. 나는 정말로 그가 매우 행복할 것이라고 믿는다.

그러나 이건 정반대다. 존 볼턴이 그 입장을 내놨을 때, 그는 (합의에) 문제가 있을 경우에 대해 말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북한이 핵무기를 갖도록 내버려둘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렇게 할 수는 없다. 이건 정반대다. 다시 말하지만 시리아를 보면, 그건 완전한 축출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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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포스트(WP)가디언 등은 트럼프 대통령이 ‘리비아 모델’을 정확히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볼턴 보좌관이 언급한 ‘리비아 모델’은 2003년과 2004년에 걸쳐 리비아가 핵무기를 포기한 것을 뜻한다. 당시 리비아는 미국과의 관계 정상화와 경제적 보상을 기대하며 자발적으로 초기 단계에 있던 핵 개발 프로그램을 폐기했다. 이후 미국은 2006년 리비아를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제거하고, 외교 관계를 정상화했다.

이 방식은 ‘선 핵폐기, 후 보상‘으로 알려져 있다. 리비아가 그랬던 것처럼 북한도 핵물질을 미국에 ‘반납’하는 등 완전한 비핵화를 하기 전까지 보상은 없다는 요구로 받아들여진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리비아 모델‘을 언급하며 꺼낸 이야기는 2011년 리비아 내전 당시 있었던 NATO의 군사개입에 대한 내용이다. NATO의 군사개입은 결국 무아마르 카다피의 사망으로 이어졌다. 볼턴 보좌관과 북한을 비롯한 모두가 이해하고 있는 ‘리비아 모델’과는 아무 관련이 없는 얘기다.

오히려 트럼프 대통령의 이 부정확한 발언은 ‘위협’으로 읽힐 여지가 있다. 특히 ”(북한과) 합의가 되지 않으면 그 모델이 가장 유력하게 시행될 것”이라는 대목은 ‘합의에 응하지 않으면 정권 축출에 들어갈 것’이라는 잘못된 메시지를 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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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군축협회 킹스턴 리프 국장은 북한이 트럼프 대통령의 이 발언을 ‘위협’으로 받아들일 것이라고 WP에 말했다.

그는 ”(카다피와 같은) 결과를 피하기 위해 핵무기를 계속 보유해야 한다는 북한의 믿음을 더 강화해 줄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건 믿기 힘들 정도로 부주의하고 위험한 발언이었다. 북한은 틀림없이 이를 주목할 것이다. 나는 이 발언이 북미정상회담을 위험에 처하게 했다고 생각한다.”

존스홉킨스 한미연구소의 조엘 위트 선임연구원은 가디언에 ”회담을 3주 앞둔 지금은 (북한에) 위협을 가하기에는 옳지 않은 시점”이라고 말했다.

Bloomberg via Getty Images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을 안심시키는 듯한 발언을 하기도 했다. ”김정은은 매우 강력한 (체제) 보호를 받게 될 것”이라고 언급한 것. 그는 재차 ”체제 보장을 받지 못했던” 리비아와 시리아, 이라크 등을 언급하며 ‘북한은 다르다’는 취지로 말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대한 ‘체제보장‘을 약속한 것인지, 아니면 ‘합의를 하지 않으면 카다피처럼 될 것’이라고 북한을 위협한 것인지는 여전히 분명하지 않다.

″그(김정은)는 매우 충분한 보호를 받게 될 것이고, 우리는 이게 어떻게 될지 지켜볼 것이다.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그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은 합의를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