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그 많던 수호랑과 반다비는 어디로 갔을까

폐막 후 온·오프라인 스토어 매출은 반토막났으나, '레어템'의 인기는 여전히 높다.

  • 김현유
  • 입력 2018.05.17 17:23
  • 수정 2018.05.17 21:28
ⓒ한겨레

평창 겨울올림픽과 패럴림픽이 막을 내린 지도 어느덧 두 달이 지났습니다. 겨울에서 봄, 봄에서 초여름으로 계절이 바뀌는 사이 우리가 사랑했던 대회의 마스코트 ‘수호랑’과 ‘반다비’의 행방이 묘연해졌습니다. 잠시 잊고 지냈던 ‘국가대표 귀요미’들의 안부가 궁금해졌습니다. 그 많던 수호랑과 반다비는 지금 어디로 갔을까요?

ⓒ한겨레

현재 2018 평창 겨울올림픽·패럴림픽 공식 기념품을 살 수 있는 곳은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에 입점한 2018 평창 겨울올림픽 공식 스토어와 온라인 공식 스토어 단 2곳뿐입니다. 700여평 규모를 자랑했던 평창과 강릉의 ‘슈퍼 스토어’는 패럴림픽이 폐막한 지난 3월18일 영업을 종료했습니다. 롯데백화점·아울렛 등 전국 50여곳에 있던 공식 스토어도 대회 폐막 이후 순차적으로 문을 닫은 상태입니다.

17일 낮 롯데백화점 본점 9층에 있는 공식 스토어를 찾았습니다. 지난 2월 방문 때 계산을 하기 위해 줄을 길게 늘어섰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인적을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 ‘평창 굿즈’ 가운데 인기가 높은 인형과 머그컵, 배지 등은 세일 제외 품목이었지만 ‘평창 롱패딩’에 이어 인기몰이를 했던 스니커즈(정가 5만원)를 하나 가격에 2개 판매하는 등 기념품 대부분은 ‘1+1’ 행사 중이었습니다. 일종의 ‘재고 떨이’인 셈입니다.

ⓒ한겨레

대회 기념품 가운데 가장 많은 사랑을 받았던 마스코트 인형은 30㎝ 크기(정가 2만5000원)만 판매되고 있습니다. 직원의 설명을 들어보니 “다른 사이즈 인형은 다 품절된 상태”라고 합니다. 평창 올림픽 기념품 라이선스 사업자인 롯데백화점 쪽은 “패럴림픽 폐막 뒤 온·오프라인 스토어 매출은 올림픽·패럴림픽 기간 대비 97% 감소했다”고 밝혔습니다. 대회가 종료하자 매출이 거의 나오지 않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그렇다고 수호랑과 반다비의 인기가 시들해진 건 아닌 것 같습니다. 개인이 운영하는 온라인 쇼핑몰 등에선 ‘레어템(희귀 상품)’의 인기가 여전합니다. 현재 공식 스토어에서 품절된 ‘장원급제 수호랑’(정가 3만9000원)은 19만2000원, 각 20㎝ 크기인 ‘수호랑&반다비 인형 기프트세트’(정가 3만5000원)는 9만9000원에 판매되는 등 원래 가격보다 2~4배 이상 비싸게 거래되고 있습니다.

ⓒ한겨레

그런데 지난달에는 품절되어서 돈 주고도 살 수 없다는 ‘장원급제 수호랑’이 깜짝 등장하는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롯데백화점이 4월6일부터 15일까지 백화점에서 40만원 이상 구매한 고객 1만명에게 ‘장원급제 수호랑’을 사은품으로 증정하는 이벤트를 진행했기 때문입니다. ‘장원급제 수호랑’은 평창 겨울올림픽에서 메달을 딴 선수들이 경기 당일 간이 시상식 때 시상품으로 받아 관심을 모은 ‘어사화 수호랑’ 인형과 거의 동일한 모양으로 제작됐습니다. 모자에 형형색색의 꽃이 달린 ‘어사화 수호랑’과 달리 금색과 은색 꽃이 달려 있죠. ‘평창 굿즈’ 가운데 최고 인기 상품으로 손꼽히는데 지난 2월 중순 이미 ‘품절 대란’이 벌어 졌습니다. ‘완판’됐다던 ‘장원급제 수호랑’은 우리 앞에 어떻게 다시 나타났던 걸까요?

이에 대해 롯데백화점은 “올림픽 기간 ‘장원급제 수호랑’이 품절된 직후 생산업체에 재발주했으나 제작 기간이 걸려 패럴림픽이 폐막한 뒤에야 입고됐다”며 “3월 중순 대회가 끝난 뒤여서 이익을 위한 유료 판매가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해 증정품으로 소진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백화점에서 40만원을 한 번에 쓸 수 없는 이들에게 ‘장원급제 수호랑’은 그림의 떡이었습니다. 그냥 계속 ‘장원급제 수호랑’을 만들어 팔면 안 되는 걸까요? 사실 공식 기념품을 서둘러 ‘1+1’으로 ‘급매’하는 것도 손해로 보이는데 말이죠.
그래서 물어보니,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올림픽 공식 기념품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방침에 따라 대회 종료 직후 특정 기간만 판매할 수 있습니다. 롯데백화점의 경우 평창 올림픽 조직위원회와 올림픽·패럴림픽 종료 뒤 6개월까지 기념품 판매 사업을 하는 조건으로 계약을 맺었습니다. 패럴림픽 대회가 3월에 막을 내렸으니 올 9월까지만 남은 상품을 판매할 수 있다는 겁니다. 이런 이유로 롯데백화점은 현재 유일한 오프라인 매장인 본점의 공식 스토어를 6월 중순께까지 운영할 예정입니다.

또 다른 이유도 있습니다. ‘평창 굿즈’는 사업권을 보유한 롯데백화점이 상품 기획 단계부터 유통까지 직접 담당했습니다. 백화점은 주로 특정매입(백화점이 상품을 외상으로 매입, 판매 뒤 재고를 반품) 방식의 거래를 하는데, 올림픽 공식 기념품의 경우 직매입(백화점이 재고 부담을 안고 제품을 매입해 판매하는 방식)을 선택했습니다. 백화점 입장에선 가능한 빨리 재고 처리를 하고 싶은 겁니다.

그렇다면 9월까지 판매되지 않고 남은 기념품들은 어떻게 되는 걸까요? 아쉽지만 조직위의 요청, 지시에 따라 재고 전량을 이관 또는 소각 처리해야 한다고 합니다. 평창 올림픽 조직위의 한 관계자는 “9월 계약 기간이 끝난 뒤 (롯데백화점으로부터) 기념품 재고를 넘겨받거나 소각할 예정이지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할지 아직 결정된 바는 없다”고 전했습니다.

귀여운 수호랑과 반다비가 그려진 올림픽 기념품이 불태워져 버릴 수도 있다니 생각만 해도 아쉽습니다. 수호랑과 반다비를 그냥 끝까지 살려주시면 안 될까요?

저작권자 © 허프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관 검색어 클릭하면 연관된 모든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뉴스 #평창동계올림픽 #평창올림픽 #2018 평창동계올림픽 #수호랑 #반다비 #롯데 #기념품 #슈퍼스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