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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아이의 세상을 바꾸는 가장 확실한 고백 7가지

5. "새로운 사람이나 세상을 만날 때, 불편한 건 당연한 거야."

  • 구세라
  • 입력 2018.05.18 15:55
  • 수정 2018.05.24 12:02

‘공개입양’을 선택한 가정들이라면 거쳐야만 하는 어려움이 있다. “언제 아이에게 (입양 사실을) 말해줄까?”, “혹시라도 아이가 상처를 받진 않을까?”란 질문이다. 우리가 만나본 입양 가족들은 그런 과정까지도 헤쳐나간 뒤, 더 큰 사랑을 키워가고 있었다. 이 가족들이 전하는 사랑의 방법을 알아두자. 이들이 아이와 교감했던 경험을 통해 세상을 지혜롭게 살아가는 힌트 또한 얻을 수 있을 것이다.

1. 첫 만남의 단계

ⓒGettyimages/HPK PS

입양부모들은 하나같이 입을 모은다. 입양은 특별한 사람들이 하는 것이 아니라고. 마음껏 사랑하고 싶은 준비가 된 가정의 평범한 엄마 아빠가 ‘그냥’ 하는 것이라고. 하지만 아이에게는 ‘그냥’ 부모가 생기는 게 아니다. 할아버지 할머니, 이모 삼촌까지 새로운 환경이 아이를 둘러싸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이 행복을 제대로 누리려면, 부모가 입양 초기 아이를 위해 주변 사람들에게 잘 이야기하는 사려 깊은 시간을 꼭 가져야 한다. 또한 입양캠프 등 다양한 행사를 통해 교육을 받고, 이미 많은 경험을 거친 선배 입양부모들을 만나 충분한 대화를 나누어야 한다. 주원이를 입양한 부모 역시 매달 10여 가정이 모이는 지역 모임을 통해 수년째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2. 환영의 단계

ⓒGettyimages/HPK PS

입양한 아이를 환영하는 모습이 유독 인상 깊어, 실제로 입양을 결정하게 된 사례도 있다. 미국 어느 마을의 주민들은 한 가족이 중국에서 입양한 아이를 반기기 위해, 아이의 이름 ‘루시(LUCY)’가 적힌 티셔츠를 제작해 맞춰 입고, 공항에서 환영 프랭카드를 들고 서 있었다. 풍선을 불고, 폭죽을 터뜨리며 모두들 마음을 활짝 열고 환대했다. 마을로 돌아와서는 파티를 열었다. 아이가 몇 월생인지 문제를 내고, 맞춘 사람에게 선물을 줬다. 이 한 편의 멋진 베이비 샤워의 순간을 목격하며, 추후 직접 입양을 한 어머니는 생각했다. “어떻게 생긴지도 모르는 아이를 사회가 품어주는 모습이 멋있었다.” 한 생명을 만나는 축복의 순간, 온 힘을 다해 그 아이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고백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3. 적응의 단계

ⓒGettyimages/HPK PS

민정이는 6개월쯤 지날 무렵부터 ‘분리불안장애’를 겪었다. 안아 달라고 성화를 부리고 자지러지게 우는 것은 기본, 화장실까지 안고 가야 했는데, 여기 한 가지 고민이 더해졌다. ‘민정아’, ‘민정아’ 몇 달 동안 애타게 불러도 좀처럼 반응이 없었던 것. 그러던 어느 날 문득, 영아원에 머물 때의 이름이 생각난 아버지는 “승아야!”라고 불렀다. 그토록 반응을 보이지 않던 아이가 고개를 젖혀 돌아보았고, 그 눈빛에는 알 듯 말 듯 애틋한 그리움이 녹아 있는 듯했다. 아버지는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고 울었다. 집으로 오기 전, 1년도 채 안 된 시간동안 생모를 비롯한 양육자로부터 세번이나 입양되고 파양되는 경험을 했던 딸아이. 아버지는 승아라고 불리우며 행복했던 시간을 그리워했을지도 모를 아이를 보며, 생각했다. 사랑하는 딸 민정이의 삶을 고민하듯, 이 세상 모든 아이들이 가정에서 자라 힘찬 날갯짓을 할 수 있을 그날이 분명 올 거라고.

 

4. 성장의 단계

ⓒGettyimages/HPK PS

레아 어머니는 2년 전, 다섯 살 딸과 도심 거리에 첫 나들이를 나섰던 그날의 기억을 잊을 수 없다. “드디어 우리 딸이 생애 처음으로 대도시를 경험하는구나. 참 신나겠구나!” 싶었던 그날. 큰 건물들을 올려다 보며 잔뜩 얼어 있던 레아 앞으로 때마침 오토바이가 쌩하니 지나갔다. 놀라서 울음을 터뜨린 아이를 꼭 안아주며, “괜찮아, 엄마가 지켜줄거야”라고 말했다. 그 순간 아이의 목이 품안 깊숙이 들어오고, 아이의 열 손가락이 온몸을 꽉 부여잡는 것을 느꼈다. 그때 엄마는 알게 됐다. “내가 이 아이를 사랑하고자 결심한 것이 아니라 아이가 나에게 온전히 사랑을 먼저 준 것이었구나.” 그리고 아이가 성장할 때마다 부모는 더 크게 성장한다는 점도 깨달았다.

 

5. 관계의 단계

ⓒGettyimages/HPK PS

윤정이 어머니는 초등학교 1학년을 마칠 즈음 아이에게 한 자 한 자 눌러 쓴 편지를 통해 마음을 고백했다. 세상과 마주한 어린 딸에게 걱정 반, 응원 반의 마음을 고스란히 담아 적었다. 앞으로도 새로운 사람, 새로운 환경을 마주할 아이에게 “어쩜, 저렇게 잘 할까?”라며 북돋는 동시에 그렇지만, 계속해서 ‘어쩔까?’라는 망설임의 감정도 가질 수밖에 없다는 것을 조언한 것. 그는 딸에게 힘들고 속상한 마음으로 견뎌야 할 시간들도 많겠지만, 이 또한 누구나 감당해야 할 일임을 알려줬다. 이 편지를 주고 받은 지도 10년, 윤정이는 지금 자신을 알리고, 세상 속에 당당하게 서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윤정이 어머니가 쓴 편지
윤정이 어머니가 쓴 편지 ⓒ김인순

 

6. 좌충우돌의 단계

ⓒGettyimages/HPK PS

아이가 속을 썩여 힘들 때도 있다. 그렇지만, 그건 너무나 당연한 거다. 친자녀를 키울 때도 속썩이는 아이에게 “내가 너를 낳고 미역국을 먹었지”라고 말하는 순간은 수도 없이 생긴다. 특히 입양 가정의 부모들은 대개 아이를 혼낼 일이 생길 때면, 아이가 ‘나는 입양되어서 혼나는 거야’라는 생각을 할까봐 걱정한다. 하지만 아이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들어보면, 부모가 힘들 땐 오히려 아이에게 마음을 털어놓고 기댈 필요가 있다는 걸 알게 된다.

교복을 줄여 입지 말라는 등 평소 엄했던 아버지에게 예란이는 ”아빠는 고지식해요. 다른 집 아빠들은 안 그러는데!”라며 한번 크게 대들었다. 그때 아버지는 “널 포기하고 싶지 않다. 네가 잘 자랐으면 좋겠다”며 진심으로 속마음을 털어놨고, 예란이 역시 그 깊은 뜻을 이해하게 됐다. 이제 고등학생이 된 윤정이도 혼란스러움을 겪거나 힘든 일이 생겼을 때, 오히려 엄마와 오래도록 대화하며 서로의 입장을 알 수 있었다. “뭔가 거창해 보이지만 사실 보통의 수다나 다름이 없어요. 심한 날은 밤 12시가 넘어갈 때까지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죠.” 이런 좌충우돌의 과정은 부모에게도 아이에게도 성장 과정에서 필연적이다. 그렇다면, 아이 역시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으며 “엄마는 내가 입양아라서 그러는 거야?”와 같은 오해를 할 리 없을 테니까.

 

7. 동행의 단계

ⓒGettyimages/HPK PS

재미교포 故 김기철씨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주택담보대출까지 받아가며 한국에서 6명의 아이를 입양했다. 그에게 누군가 “왜 이렇게 입양을 하세요?”라고 물어보면, 그는 “내가 세상을 바꿀 수는 없지만, 한 아이의 세상만큼은 바꿀 수 있다”고 답했다. 김기철 김영란 부부가 1997년 한국의 한 보육원에서 첫째 딸 한나(6세)를 미국으로 입양했을 때, 그녀가 훗날 미국의 약학 박사가 될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하지만, 아이가 자라 자신의 꿈을 이루었을 때 세상은 또 한 걸음 바뀌었다. 그래서 한국의 공개입양 1세대 부모들도 이 사례를 들으면서 아이들이 잘 자라 세상에 보탬이 되리라 믿는다.

ⓒGettyimages/HPK PS

이렇듯 사랑으로 가득한 평범한 ‘공개입양’ 가정인데도 아직까지 “힘들지 않느냐. 비밀로 해야 하지 않느냐. 다 커서 생모를 찾으면 어떻게 할 거냐?” 등의 질문을 받곤 한다. 입양 부모이자 입양 교육 강사로 활동 중인 김인순씨는 “한국입양홍보회 설립자인 스티브 모리슨 이사의 <한국인의 입양에 대한 두려움의 해소>라는 글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전한다. 이 글에 따르면, 입양에 대한 두려움을 완전히 없앨 수는 없겠지만, 대부분의 가정은 입양하기 충분하며 살아가며 겪는 어떤 일도 일반적인 가정과 마찬가지로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이를 키우는 모든 사람은 잘 사는 사람도 있고 못사는 사람도 있기 때문이다.

*부모가 아이를 입양하는데 전혀 무리가 없는 10가지 두려움

1) 내가 낳지 않은 아이는 사랑할 수 없을 것 같다.

2) 친자식이 벌써 있어서 이 아이만큼 사랑할 수 있을까 두렵다.

3) 입양한 아이가 커서 잘못될 것 같다.

4) 내 가족들이 이 아이를 온전히 받아들일지 걱정스럽다.

5) 내 아이에게 입양했다는 말을 전하기 두렵다.

6) 다른 이들이 내 아이가 입양됐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꺼리는 것 같다.

7) 주변 사람들이 아이에게 상처 되는 말을 할 것 같다.

8) 아이의 친구들이 놀릴까 두렵다.

9) 과연 우리를 부모로 받아들일까? 자라서 생부모를 찾아가진 않을까 두렵다.

10) 경제적으로 어렵다.

하지만, 이것 하나만큼은 따져봐야 한다는 사실도 빼놓지 않았다. “아이가 우리 가족의 명예를 손상시킬까 두려우면 입양하지 말라. 아이는 더 나은 가정에 입양될 권리가 있다.” 그 어떤 사람도 아이의 부모가 될 수 있지만, 진정한 사랑으로 가정을 꾸릴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사람은 입양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한 아이의 세상을 바꾸고, 그 아이가 사랑으로 자라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바꿀 수 있도록 지지하는 마음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

보건복지부와 중앙입양원은 허프포스트코리아와 함께 입양에 대한 사회 인식을 개선하고자, ‘사랑은 자란다’ 캠페인을 진행했다. ‘공개 입양’ 부모들에겐 작은 소망이 하나 있다. 입양이 ‘특별한 것’, ‘아주 멋진 것’처럼 보이길 바라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세상의 많은 부모들이 아이를 입양해서 함께 소통하며 행복을 나눴으면 한다. 처음부터 좋은 부모는 아니었지만, 입양을 통해 내 안의 무수히 많은 편견이 무너지고, 더 좋은 이웃들과 사랑을 나누면서 삶이 풍성해졌다는 부모들. 입양을 ‘내 인생 최고의 선택’이라 말하는 이들 가정의 스토리가 앞으로도 사랑을 찾는 이들에게 널리 퍼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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