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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송도도 거론? 북-미 정상회담 장소 ‘싱가포르’ 확정 전말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통화하던 도중 나왔다.

ⓒKim Hong-Ji / Reuters

6월12일 싱가포르로 확정된 북-미정상회담의 시기와 장소를 둘러싼 한미간의 치열한 외교전의 뒷얘기가 11일 공개됐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지난 5월4일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존 볼턴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만나러 워싱턴을 방문했을 때 북-미정상회담이 6월12,13일 싱가포르에서 열릴 것이라고 통보 받았다”고 말했다. 남북 정상회담이 내놓은 길을 따라 북-미 회담이 판문점에서 열리길 기대했던 청와대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전날 트위터를 통해 북-미 회담의 시기와 장소를 확정 발표하기 전까지 판문점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날 청와대 핵심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회담 장소를 처음 논의하기 시작한 시점은 지난 4월28일, 남북정상회담을 마친 다음날이었다. 두 정상은 75분간 통화를 하면서 판문점과 싱가포르의 장단점에 대해 토론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두 분 통화 이후 북-미회담 장소로 두 세곳이 언급됐다고 말씀드렸는데 판문점과 싱가포르였고 나머지 한 군데는 송도였다. 의미가 없는 정도로 지나가듯이 말씀하셨다”고 말했다. 이 날 문 대통령은 오랜 시간, 공을 들여서 전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난 판문점이 최적지임을 오랜 시간, 공을 들여 설득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 입장에서는 판문점이 최적지였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판문점에서 만난다면 그 결말이 희극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북미회담의 길잡이 성격이었던 남북회담이 성공적이었으니, 북미 정상도 그 길을 따라가면 되니까. 그런데 싱가포르는 그 끝을 알 수가 없다. 희극과 비극의 가능성이 다 열려 있다. 여러 경로를 통해서 끝까지 판문점을 설득한 이유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문 대통령의 설득은 바로 효력을 발휘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를 통해 판문점 자유의집과 평화의집을 언급하면서 “그냥 물어보는 것(Just asking!)”이라고 판문점 가능성을 흘렸다. 청와대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4월28일 통화에서도 판문점에서 5월 중순 조기 개최 의지를 적극 보이기도 했다”고 전했다.

청와대가 북-미 정상회담 장소와 시기를 통보받은 때는 그로부터 1주일 정도 지난 시점이었다. 정의용 실장이 3일 미국 워싱턴을 극비리에 방문해 존 볼턴 보좌관에게서 6월12, 12일 싱가포르로 결정했다고 들은 것이다.

그럼에도 청와대는 판문점으로 변경될 가능성에 기대를 걸고 있었던 것 같다. 청와대 관계자는 “볼튼 보좌관의 통보로 우리는 그때 알고는 있었는데 변수가 계속 남아있는 것처럼 보였다. 첫 번째는 북과 협상과정에서 북이 미국쪽에 상당히 적극적으로 평양으로 유치하고자 했고, 또 하나는 트럼프 대통령이 판문점에 대한 어떤 의지 이런게 여전히 남아 있는 것 같았다”고 회고했다.

판문점 개최 가능성이 닫힌 때는 5월9일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9일 밤 일본 도쿄에서 한·중·일 정상회의를 마치고 돌아온 문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었다. 북-미 정상회담의 시기와 장소에 관한 구체적인 언급 없이 조만간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당시 두 정상의 통화에 배석했던 청와대 관계자는 “제 느낌은 (북-미 회담 장소로) 판문점을 배제한 데 대한 약간의 미안함이랄까, 문 대통령에게 그런 배려를 위해 전화를 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왜 싱가포르일까. 청와대 관계자는 “결과적으로 싱가포르가 됐는데 사실 따지고 보면 보편적이고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생각한다. 유럽의 역사를 보면 항상 회담을 할 때 얄타, 몰타, 카이로 등 제3국에서 해 왔다”며 “미국은 처음엔 스위스 제네바를 선호했었다. 김정은 위원장이 이동할 수 있는 거리 등을 감안해 가장 현실적인 싱가포르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막판까지 판문점 기대를 버리지 않았지만, 확정된 결과를 놓고 보면 미국과 북한이 선택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장소가 싱가포르라는 점을 인정한 셈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아침까지만 해도 “트럼프 대통령의 전날 트위터를 보고 처음 알았다”고 말했다가, 북-미 정상회담 장소와 시기를 둘러싼 한미 정상간 긴박한 움직임 전말을 공개하면서 4시간 만에 바로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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