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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비 웨인스타인과 별거 중인 아내 조지나 채프먼이 처음으로 입장을 밝혔다

보그 2018년 6월호를 통해.

ⓒAnadolu Agency via Getty Images

작년 가을부터 영화 제작자 하비 웨인스타인에 대한 여러 성추행혐의가 제기되고 있다. 그의 아내인 디자이너 조지나 채프먼이 최근의 삶에 대해 처음으로 입장을 밝혔다. 보그의 조너선 밴 미터, 유명 사진가 애니 레보비츠가 보그 2018년 6월호에서 채프먼을 취재했다.

오랫동안 보그의 편집장을 맡고 있는 안나 윈투어는 “나는 조지나가 남편의 행동에 대해 전혀 몰랐다고 굳게 확신한다. 검투사들의 싸움 같은 지금의 디지털 시대에 그녀에게 책임을 묻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그것은 잘못이다.”라고 썼다. 윈투어는 채프먼을 지지해왔고, 매달 실리는 편집장의 서신란에서 채프먼을 옹호하는 글을 썼다. “파트너의 행동에 책임을 지라고 해서는 안된다고 믿는다. 조지나는 우리의 연민과 이해를 받아야 한다.”

윈투어는 채프먼 기사에 대한 권리를 선매했다. 자신은 채프먼이 웨인스타인이 오랫동안 성적 착취 행위를 해왔다는 걸 몰랐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채프먼에게 제일 먼저 제기되는 질문이 바로 과연 알고 있었느냐는 것이다. 특히 웨인스타인 생존자들이 묻곤 한다.

나는 웨인스타인의 성적 착취를 겪은 생존자 십여 명과 채프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놀랍게도 그들 전부 채프먼이 어떤 식으로든 웨인스타인의 행동에 대해 알고 있었을 것이라 믿고 있었다. 그중 두 명은 웨인스타인이 채프먼 앞에서 여성혐오적 발언을 했는데 채프먼이 전혀 반응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러한 주장에 대해 채프먼과 채프먼의 형제에게 이메일을 보냈으나 기사 발행 시점까지 답을 받지 못했다. 채프먼이 악마와 계약을 맺고 웨인스타인의 돈과 영향력을 얻는 대신 그의 행동을 못 본 체 해주었다는 비난도 있었다. 그 덕에 채프먼이 공동 설립한 패션 브랜드 마르케사가 큰 이득을 본 것은 사실이다.

전부 다 밝히겠다. 나는 초반에 채프먼의 친구들을 통해 취재를 시도했다. 오랫동안 힐러리 클린턴을 보좌해온 휴마 애버딘(12년 동안 친구로 지냈다) 등이었다. 하지만 정식으로 접근하지는 않았다. 채프먼이 내게 필요한 질문 절차에 응하지 않을 것이라 느꼈기 때문이다. 그리고 웨인스타인에 대한 기사를 두 개 썼다. 웨인스타인이 성추행 소송건에 합의했던 기록들을 담은 뉴욕 타임스 기사가 나온 다음 날, 허프포스트는 로렌 시반에 대한 내 기사를 냈다. 웨인스타인은 자기 소유 레스토랑의 지하에서 시반을 구석에 밀어붙이고 자신이 자위하는 것을 지켜보게 했다. 웨인스타인은 화분에 사정했다. 첫 보도들이 나온지 이 주 뒤, 허프포스트는 웨인스타인이 AIDS 자선단체인 amFAR와 맺은 수상한 거래에 대한 내 기사를 실었다.

보그 기사에서는 웨인스타인이 자신도 모르게 미 투 혁명을 일으킨 셈인 성적 착취보다는 채프먼의 머리, 옷, 오브제, 집과 사무실의 분위기에 대해 더 많은 분량을 할애하고 있다. 밴 미터는 채프먼의 책상 위에 “옅은 핑크색 장미, 흰 장미가 가슴 아플 정도로 아름답게 꽂혀 있었다”고 썼지만, 100명이 넘은 피해자들의 아픈 마음에 대해서는 제대로 쓰지 않았다.

이성적인 사람이라면 평범한 관계에 있는 여성 대부분이 배우자의 착취 패턴을 다 알고 있을 거라 생각하거나 배우자의 행동에 책임을 묻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웨인스타인은 경우가 달랐다. 그의 성적 착취에 대한 믿을 만한 루머가 20년 동안 돌았다. 웨인스타인과 변호사들은 뉴요커(후에 뉴요커가 낸 로넌 패로우의 탐사 보도는 퓰리처상을 수상했다), 뉴욕, 뉴욕 타임스 등에 기사가 나가는 것을 막았다. 엔터테인먼트와 매체 업계 사람들 대부분은 웨인스타인이 악명높은 바람둥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가 성추행을 저질렀다는 걸 많이들 알고 있었고, 믿을 만한 강간과 공격 혐의를 들은 사람들도 있었다. 하지만 정말 많은 사람들이 웨인스타인의 외도에 대해 알고 있었지만, 채프먼은 의심을 품은 적이 있었느냐는 밴 미터의 질문에 “절대 아니다. 한 번도 없었다.”고 답했다. 채프먼은 그가 쉴새없이 출장을 다녔다고 말하며, “그리고 나는 누가 어디 있는지 집착하는 사람이 결코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녀의 아주 유명한 남편에 대해 뭔가 알고 있는 사람들이 그토록 많은데, 왜 그녀는 루머조차 한 번도 못 들어본 것일까?

성적 착취자들이 이분법적 모습을 보인다는 건 분명하다. 어느 모로 보다 웨인스타인은 분명 그런 사람이었다. 하지만 웨인스타인은 폭력적이고 성격이 불 같기로 유명했다. 그건 채프먼의 잘못은 아니지만, 밴 미터는 통제불가능한 충동을 지닌 남편과의 결혼 생활이 어땠는지 묻지 않았다. 우리는 그들이 10년 동안 결혼 생활을 하면서, 채프먼이 웨인스타인의 그런 면을 몰랐는지는 알 수가 없다.

몇 달 동안 최소 네 번의 대면 혹은 전화 인터뷰를 거쳐 작성한 이번 보그 기사에는 묻지 않은 질문, 답이 주어지지 않은 질문이 아주 많았다. 독자는 윈투어가 편집장의 서신에서 쓴 것과 비슷한 믿음을 얻을 수 없었다. 채프먼이 비공개 합의에 묶여있다는 것, 특정 주제에 대해서는 언급할 생각이 없다는 것 역시 밝히지 않았다.

2015년에 모델 암브라 구티레스가 웨인스타인에게 성폭력 혐의를 제기했던 악명 높은 사건도 언급되지 않았다. 구티레스는 뉴욕 경찰에 신고했고, 다음 날 웨인스타인을 만나 전날의 공격에 대한 대화를 녹음했다. 일주일 후 맨해튼 검찰이 수사를 종료하자 논란이 일었다.

채프먼은 이 사건에 대해 어떻게 생각했을까? 웨인스타인은 아내에게 어떻게 설명했을까? 현재 채프먼은 그 일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밴 미터의 기사에는 이런 중요한 의문들에 대한 답이 들어있지 않다. 보통 성적 착취자와 결혼한 여성들은 눈치챘으나 무시했던 행동들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본다. 뒤돌아 생각해 보면 예리하게 잡아낼 수 있다. 채프먼은 이번 글에 그런 생각을 담아내지 않았고, 밴 미터가 물어보기나 했는지조차 모를 일이다.

채프먼은 뉴욕 타임스가 퓰리처 상을 받은 기사를 처음 냈을 때, 웨인스타인과 어떻게 잘해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고 말한다. “첫 기사는 내가 그를 처음 만나기 훨씬 전에 대한 내용이라, 처음에는 제대로 정보를 갖추고 결정을 내릴 수가 없었다.” 채프먼은 보다 악랄한 혐의에 대한 기사들, 특히 뉴요커에 실린 로넌 패로우의 탐사 보도가 나오면서 웨인스타인과의 상황을 옹호할 수 없게 되었다고 말했다.

패로우가 2017년 1월에 그에 대한 혐의를 살펴보기 시작했을 때부터 웨인스타인이 뉴요커 탐사 보도에 대해 알고 있었다는 사실이 이제는 알려져 있다. 웨인스타인은 뉴욕 타임스 탐사 보도에 대해서도 알고 있었고, 배우 로즈 맥고완의 책에 강간 당한 이야기가 나올 것도 알고 있었다. 어느 모로 보나 웨인스타인은 이 이야기들을 억누르려 무진 애를 썼다. 채프먼이 이 모든 걸 다 모르게 했을까? 채프먼은 아무것도 몰랐을까? 2017년 1월부터 10월까지 웨인스타인이 패닉에 빠져 있는 것을 알았을까? 이런 질문들에 대한 대답은 보그 기사에는 없다. 웨인스타인이 오래 전부터 써온 변호사 데이비드 보이스를 통해 사설 수사관들과 이스라엘 정보 기관 모사드 출신들을 고용하여 자신을 비난한 사람들을 추적했다는 패로우의 뉴요커 후속 기사에 대한 채프먼의 반응도 없다. 채프먼이 남편의 행동에 대해 답할 필요가 없다는 건 사실이지만, 그의 행동에 대한 그녀의 생각이라도 들을 수는 없을까?

밴 미터가 그려내는 채프먼은 남편의 잘못에 대한 이야기에 충격 받고 놀란 여성이다. 그녀를 사랑하는 충실한 친구들에게 둘러싸여 있고, 절망과 단호함 사이를 오가는 여성이다. “내겐 끔찍하게도 순진한 면이 있었다. 분노를 느끼기도 했다. 혼란을 느끼기도, 믿을 수 없다고 느끼기도 했다! 그리고 아이들을 생각하며 그저 울기만 하기도 했다. 아이들의 삶은 어떻게 될까?”

“사람들이 아이들에게 뭐라고 할까? ... 내 앞에 있는 이 망가진 사람을 본다는 건 거의 참을 수 없는 일이다. … 아이들을 생각하면 견딜 수가 없다!”

윈투어는 편집장의 서신에서 채프먼은 “충격 때문에 거의 말을 할 수 없었다. 분노, 죄책감, 혐오감, 공포라는 감정들을 다루는 동시에 인간에 대한 끔찍한 피해를 마주하려 하고 있다.”고 썼다.

나는 지난 몇 달 동안 채프먼의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모두 채프먼을 좋게 이야기했다. 다들 그녀는 남편의 행동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다고 말하며 보호하려 했다. 나는 그들이 진심이라고 믿지만, 그렇다고 그들이 옳다는 건 아니다.

보그의 기사를 읽고 만족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채프먼과 곧 이혼하게 될 웨인스타인을 몇 년 동안이나 두려워하며 살아왔던 웨인스타인 생존자들에게 답을 줄 기사는 아닌 것 같다. 나와 대화를 나누며 채프먼 역시 자기들처럼 웨인스타인을 두려워했던 건 아닐지 물은 사람들도 있었다. 그게 아니라면 왜 그랬을까? 대중 앞에 선 웨인스타인에서 그토록 쉽게 드러났던 것을 그녀는 보지 못했나? 그의 곁에 서 있을 때, 억지로 웨인스타인과 인사하고 대화해야 했던 생존자들의 두려움을 그녀는 느끼지 못했단 말인가?

*허프포스트US 글을 번역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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