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말레이시아의 새 90대 총리는 경제발전기에 20년 넘게 장기집권했던 인물이다

'근대화를 이끈 국부이면서 독재자.'

  • 박수진
  • 입력 2018.05.10 14:05
  • 수정 2018.05.10 14:08
ⓒLai Seng Sin / Reuters

현대 말레이시아의 국부로 평가되는 마하티르 모하메드가 권좌에 복귀했다. 올해 92세로 세계 최고령 지도자로 등극하게 됐다.

9일 치러진 말레이시아 총선에서 마하티르가 이끄는 야당 연합 ‘희망연대’(파카탄 하라판·PH)는 115석을 얻어, 과반 의석인 112석을 넘기며 집권하게 됐다.

마하티르는 이번 총선에 자신이 이끌었던 통일말레이국민기구(UMNO)를 주축으로 한 집권여당연합 국민전선(BN)에 맞서 승리를 얻어냈다.

마하티르가 주도했던 통일말레이국민기구는 말레이시아 독립 이후 60년 이상 집권했다. 1957년 영국에서 독립한 뒤 한 차례도 정권을 놓지 않았던 국민전선은 79석을 얻는데 그쳐, 집권 61년 만에 정권을 내놓게 됐다.

마하티르는 1981년부터 2003년까지 총리를 지내고 정계에서 은퇴했다가, 통일말레이국민기구 등 여당과 정권 내부의 알력과 부패에 비난하다가 2010년부터 정계에 복귀해, 현 집권여당과 맞서왔다. 

ⓒStringer . / Reuters
ⓒAthit Perawongmetha / Reuters

마하티르는 10일 총리직 취임 선서를 하겠다고 밝히며 “우리는 복수를 원하는 것이 아니라 법치 복구를 원한다”고 말했다.

이번 총선에서 마하티르가 이끄는 야권연합 희망연대(PH)는 사바 지역 정당인 ’와리산과 연대해 승리를 일구어냈다. 이번 총선에서는 여당 쪽의 게리멘더링(선거구 조작)으로 야권이 득표에 앞서고도 의석 수에서는 패할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집권 여당의 부패 스캔들에 대한 국민들의 염증이 커져, 마하티르의 야당에 몰표가 던져졌다.

야권은 지난 2013년 총선에서도 득표 수에서는 앞섰으나, 정부 구성을 위한 의석 수 확보에는 실패했다.

마하티르는 현 집권연합인 국민전선의 한 기둥이었고, 현 총리인 나집 라작의 멘토이기도 했으나, 2016년 집권연합을 떠났다. 나집 총리의 비자금 스캔들이 터지자 총리퇴진 운동을 벌이다 BN에서 축출됐다. 이에 반발한 그는 야당 지도자로 변신했고, 작년 말 희망연대의 총리 후보로 추대됐다. 그는 당시 “부패를 지지하는 것처럼 보이는” 정당과 연관된 것에 당혹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말레이시아는 나집 총리의 국제적인 부패 스캔들은 놓고 격렬한 공방을 벌여왔다. 나집은 국영투자펀드인 ‘1MDB’로부터 7억달러를 챙겼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나집은 이를 강력히 부인했고, 말레이시아 사법 당국도 그를 무혐의 처리했다.

하지만 나집의 부패 스캔들에 연루된 펀드는 지금도 미국 등 선진국에서 돈세탁과 뇌물 등의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나집 역시 자신에 대한 수사 과정에서 수사 관계자를 해임하는 등 압력을 넣어서 수사를 방해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나집 정부는 최근 선거구 개정을 통해 여당인 국민전선의 전통적 지지층인 말레이 무슬림들이 거주하는 지역에서 선거구를 더 만드는 게리멘더링을 밀어붙여 국민적 비난을 받았다. 하지만, 이런 선거구 조작에도 불구하고 야당에 대패했다.

말레이시아에서 근대화를 이끈 국부로 평가받는 마하티르는 집권 동안 말레이시아를 동남아 국가 중 가장 선진적인 경제로 이끌었다. 강력한 철권통치로 개발독재자라는 평가도 받으나, 그는 2003년 스스로 권력에서 물러났다. 또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때 신자유주의 정책 개혁과 긴축재정을 조건으로 하는 국제통화기금의 구제금융을 거부하며, 말레시이아의 독자적인 경제회생을 이끌기도 했다. 그 이후 마하티르는 서방의 신자유주의 처방을 비판하는 대표적인 정치인으로 부상했다.

저작권자 © 허프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관 검색어 클릭하면 연관된 모든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말레이시아 #동남아시아 #마하티르 모하마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