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도널드 트럼프의 개인 변호사를 맡으며 ‘집사’ 역할을 했던 마이클 코언은 대기업들에게 대통령을 만나게 해주겠다며 자신의 유령회사에 돈을 내게 해왔다고 돈을 전달한 한 기업이 밝혔다. 

트럼프가 당선되기 직전, 코언은 유령회사 에센셜 컨설턴츠 LLC를 만들었다. 과거 트럼프 대통령과 성관계를 가진 것에 대해 침묵을 지키는 조건으로 포르노 배우 스토미 대니얼스에게 돈을 준 것도 이 회사였다. 

그러나 이번 주에 한국 방산업체인 한국항공우주(KAI), 글로벌 제약회사 노바티스, 미국 통신사 AT&T 등 대기업들이 에센셜 컨설턴츠 LLC에 돈을 주었다는 게 밝혀졌다. 특히 뉴욕의 투자회사 ‘컬럼버스 노바’의 돈도 받았는데, 이 업체는 러시아의 억만장자 올리가르히 빅토르 벡셀베르크가 회장으로 있는 레노바의 계열사다. 벡셀베르크는 로버트 뮬러 특검의 조사를 받았다. 

금액도 상당했다. 노바티스는 ‘의료 정책 관련’ 건으로 120만달러를 냈다. 한국항공우주는 미국 회계 기준 관련 도움을 받았다고 밝혔으며, 컬럼버스 노바는 벡셀베르크와는 무관한 ‘컨설팅료’를 받았다고 밝혔다. 

AT&T는 9일 직원들에게 보낸 글에서 트럼프 정권이 세금 개혁과 독점금지 규제 등에 어떻게 접근할 것인지 ”이해”할 필요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가 소유한 유령회사에 돈을 주는 것을 마치 일상적인 행위인 것처럼 묘사했다. “기업들은 이런 목적으로 컨설턴트를 고용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새 대통령의 임기가 시작할 때는 그렇다. 우리는 예전 정권 때도 이렇게 해왔다.”

그러나 이 기업 중 한 곳의 임원은 보다 자유롭게 이야기하기 위해 익명을 요청하며 보다 직설적으로 말했다. 코언이 “트럼프 및 정권 인사들과 이어주겠다고 약속하며 로비스트 행세를 했다”는 것이다. 

이 논란을 둘러싼 한 가지 큰 의문은 이 기업들이 어떻게 코언과 코언의 유령회사에 대해 알게 되었느냐는 것이다. 

노바티스의 한 직원은 건강과 의료를 다루는 뉴스 매체 STAT에 코언이 먼저 접근해 왔다고 말했다. 이번 정권에는 워싱턴 정계에 알려진 사람이 적었기 때문에 “정권에 영향을 미칠 경로를 찾고 있었던” 노바티스에겐 코언의 제안이 유혹적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코언은 약속을 제대로 지키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노바티스는 코언과 2017년 2월에 1년 계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3월에 양측은 첫 미팅을 했다. 

“첫 미팅 후, 노바티스는 마이클 코언과 에센셜 컨설턴츠는 미국 의료 정책에 관련된 일에 노바티스가 기대했던 도움을 주지 못할 것이라 결론내리고, 더 이상 관계맺지 않기로 했다.” 노바티스 측의 성명이다.

한국항공우주는 15만 달러, 컬럼버스 노바는 50만 달러를 냈고, AT&T는 약 20만 달러를 냈다. 

한국항공우주는 록히드마틴과 손잡고 미국 고등훈련기(APT) 교체사업 수주전에 뛰어든 상태다. 사업규모는 17조원으로 추정된다. 보잉-사브(SAAB)가 경쟁 상대다.

한국항공우주 관계자는 9일 연합뉴스에 ”미국에 수출하려면 미국 회계기준에 맞는 원가회계표준(CAS)을 구비해야 하는데 그 기준을 준수하려고 관련 컨설팅을 받은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합법적인 용역계약에 따른 대금 지급”이라며 ”우리는 합당한 자문 결과를 얻어서 돈을 지급했고 계약은 종료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어떤 경로로 코언의 유령회사를 접촉하게 됐는지 등에 대해서는 언급하지는 않았다.

트럼프의 새 개인 변호사인 루디 줄리아니는 코언에 대한 이 뉴스는 대통령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고 10일 허프포스트에 전했다.

“대통령은 이중 어떤 일에도 관련되어 있지 않다. 우리가 마이클 코언이 하는 일에 책임을 질 수는 없다.”

* 이 글은 허프포스트US의 Michael Cohen Was Selling Access To Trump, Says Group That Paid Into His Shell Company를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