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40일 만에 이뤄진 김정은의 '파격 중국 방문'은 꽤 의미심장하다

무언가 급박한 상황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 허완
  • 입력 2018.05.09 11:30
ⓒXinhua News Agency via Getty Images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7~8일 중국 랴오닝성 다롄을 전격 방문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회담하면서, 그의 예상치 못한 방중이 북-미 정상회담에 어떤 영향을 줄지 주목된다. 사상 첫 북-미 정상회담을 앞둔 김 위원장이 불과 40일 만에 시진핑 국가주석을 다시 만난 것은 그 의도와 의미가 심장할 수밖에 없다.

지난 3월 말 방중과 마찬가지로 김 위원장의 이번 방중은 파격이다. 김 위원장은 당시 시 주석의 평양 답방을 약속받았는데, 답방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다시 중국에 갔다. 생전에 중국을 자주 찾은 김 위원장의 아버지인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가장 짧은 방문 간격이 3개월이었다.

김 위원장은 눈앞에 다가온 북-미 정상회담에서 협상력을 높이려고 이런 외교적 파격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중앙텔레비전>(CCTV) 등 중국 언론은 김 위원장이 시 주석과의 회담에서 “재차 중국에 와서 총서기(시 주석)를 만나 통보하려 한다”, “중국과의 전략적 소통과 협력을 강화하고자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남북 정상회담 결과 및 북-미 협상을 놓고 중국 최고 지도자와 상의하려고 방중했다는 목적을 분명히 밝힌 셈이다. “전략적 협력”이라는 말은 북한과 중국이 한반도 비핵화나 대미 전략에서 공통의 이해를 지녔다는 점을 ‘과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3월 말 김 위원장의 ‘깜짝 방중’도 근본 목적은 중국이라는 전통적 후원국의 확실한 지지를 확보하는 것이었다. 

ⓒXinhua News Agency via Getty Images

 

미국 행정부가 최근 북-미 정상회담을 코앞에 두고 ‘기준’을 높이는 듯한 태도를 보인 것도 김 위원장의 방중 동기에 포함됐을 개연성이 있다. 1차 방중으로 ‘뒷마당’을 다져놨지만, 이런 돌출 변수가 북-중 공조를 강화해야 하는 계기가 됐을 수 있다는 얘기다. 김 위원장은 한반도의 비핵화 실현이 북한의 “확고부동하고 명확한 입장”임을 재확인했다. 그러면서 북-미 대화로 “상호 신뢰를 구축하고 유관 각국이 단계별로 동시적으로 책임 있게 조처”를 하며 “한반도 비핵화와 영구적인 평화를 실현하길 바란다”고 했다. 1차 방중 때 거론한 ‘단계적·동시적 조처’를 다시 언급한 것이다. 북한에 무조건적 양보만 요구하면 곤란하다는 메시지를 미국에 다시 보낸 셈이다.

앞서 미국 쪽이 곧 발표하겠다던 북-미 정상회담 일정과 장소가 공개되지 않으면서 ‘이상 기류’를 말하는 이들이 늘었다. 미국 쪽은 최근 전통적인 북한 비핵화 방법론인 ‘시브이아이디’(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 대신 ‘피브이아이디’(PVID·영구적이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라는 용어를 쓰기 시작했다. 존 볼턴 신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은 생화학무기도 영구히 폐기해야 하고, 북한의 인공위성 발사도 불가하다며 강경한 입장을 천명해왔다.

ⓒKCNA KCNA / Reuters

 

구갑우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김 위원장의 행보는 미·중 사이에서 협상력을 높이려는, 곧 북한판 균형 외교가 되는 셈”이라고 분석했다. 또 “6일 북한 외무성 대변인이 언론 인터뷰를 통해 미국에 경고했는데, 미국이 (북-미 정상회담의) 의제를 (생화학무기, 인권 문제 등으로) 확대하려는 게 맞다면 북한은 불편한 상황이다. 중국과 상의하려는 것이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 입장에서도 북한의 ‘러브콜’이 반갑다. 한국전쟁 종전선언, 나아가 평화협정이나 평화체제 논의에서 전쟁 당사국으로서 분명한 몫을 담당하는 기회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시 주석은 김 위원장과의 회담에서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평가하면서 “한반도 문제의 평화적 해결 프로세스를 추진하고 영구적 평화를 실현하는 데 적극적 역할”을 발휘하겠다고 밝혔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한반도 주도권을 놓고 진행되는 미-중 갈등이라는 맥락에서 북-중의 움직임을 해석했다. 그는 “김 위원장이 원해서 갔든, 중국이 불러서 갔든 미국과 중국 가운데 누가 북핵 문제와 한반도 평화체제의 주도권을 쥐는가라는, 미-중 관계의 미래와 관련된 일”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허프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관 검색어 클릭하면 연관된 모든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북한 #김정은 #도널드 트럼프 #중국 #북미 정상회담 #시진핑 #존 볼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