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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당한 타협은 없다' : 트럼프의 이란 핵협정 탈퇴가 북한에 보내는 메시지

미국은 강경하다.

  • 허완
  • 입력 2018.05.09 10:49
  • 수정 2018.05.09 10:53
ⓒSAUL LOEB via Getty Images

″북한에 보내는 메시지는, 대통령은 제대로 된 합의(a real deal)를 원한다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 핵협정 탈퇴를 공식 발표한 직후,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말했다. 국제사회와 맺은 이란 핵협정을 미국이 일방적으로 탈퇴한다면 대체 북한이 어떻게 미국을 믿고 비핵화 협상에 임하겠느냐는 전문가들의 지적을 정면으로 반박한 논리다.

‘매파’로 널리 알려져 있는 볼턴 보좌관은 ”대통령이 말한 것처럼, 미국은 충분하지 않은 합의를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명한 신호를 (북한에) 보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결정이 ”미국의 (협상에서) 유리한 입장을 구축하는” 목적에서 이뤄졌으며, ”이란 뿐만 아니라 다가올 북한 김정은과의 회동에도 시사하는 바가 있다”고 했다.   

이란 핵협정 탈퇴가 ‘미국이 정치적 상황이 변하면 스스로 맺은 협정을 파기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것 아니냐’는 질문이 나오자 볼턴 보좌관은 재차 이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그는 ”이건 미국이 전략적 이익에 어긋나는 협정을 받아들일 것이냐 하는 문제이고, 우리의 판단으로는 2015년에 벌어진 일(이란 핵협정)이 그렇다”고 말했다. 

ⓒBloomberg via Getty Images

 

볼턴 보좌관은 또 북한이 언급한 ‘단계적 해법’을 거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전날 공식 발표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회담에서 단계적·동시적 조처를 언급하자 이를 곧바로 거부한 모양새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볼턴 보좌관이 비핵화 협상 조건을 콕 찍어 강조한 부분이다. 

″우리가 요구하는 것은,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김정은과의 회담을 준비하기 위해 북한에 도착해 논의할 것은 부분적으로는 북한이 1992년 남북 비핵화 선언에서 스스로 합의한 내용에도 담겨있다. 핵 연료 사이클의 전후 모두 제거, 우라늄 농축 금지, 플루토늄 재처리 금지다. 그밖에도 우리가 (북한에) 요청할 것들이 있다.”

볼턴 보좌관은 ”어떤 비핵화 또는 군축 협상이든 검증과 준수 항목은 전적으로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에서도 철저한 검증을 북한에 요구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핵개발이 이미 상당히 진척된 상태라는 점을 감안하면 비핵화 검증에 ‘역대 최대 규모’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이 때문에 북한 비핵화를 검증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회의적인 시각도 나온다.

ⓒChip Somodevilla via Getty Images

 

북한이 미국의 요구를 어디까지 받아들일 것인지 예측하기는 쉽지 않다. 다만 이란 핵협정이 북한이 그동안 요구해왔던 ‘단계적 해법’의 대표적인 사례라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북한·중국은 단계적으로 비핵화 조치를 취하면 이에 상응하는 체제보장 조치가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반면 미국은 양측의 요구사항을 모아 ‘일괄 타결’한 뒤 시한을 정해 최단기간 내에 비핵화를 달성해야 한다는 쪽이다.

헤리티지재단의 브루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트럼프 정부는 (협상) 성공의 기준을 매우 높게 잡았고, 이란 핵협정 뿐만 아니라 북한과의 합의에 대해서도 강력한 입장을 유지함으로써 스스로를 코너에 몰았다”고 말했다

한편 3월말 극비리에 북한을 방문한 뒤 또다시 북한을 찾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협상 의제 등을 놓고 북한과 조율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리비아 모델‘이든 ‘남아공 모델’이든 어떤 것이든, 북한 비핵화 방법론에 대한 합의가 꽤 난항을 겪고 있는 것 만큼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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