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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를 너무 앞서갔던 초음속 여객기 ‘콩코드’

어쩌면 몇년 안에 다시 볼 수 있다.

한국을 방문한 초음속 여객기 콩코드를 표지로 낸 <학생과학> 1977년 1월호.
한국을 방문한 초음속 여객기 콩코드를 표지로 낸 <학생과학> 1977년 1월호. ⓒ'학생과학'

[박상준의 과거창]

영국 런던에서 미국 뉴욕까지 비행기를 타면 7시간 이상이 걸린다. 그런데 40년 전에는 3시간 반 만에 갈 수 있었다. 초음속 여객기 콩코드가 있었기 때문이다.

1976년 취항해서 2003년까지 27년간 운항한 콩코드는 ‘시대를 너무 앞서서 20세기에 나타났던 21세기형 여객기’였다.

1976년 11월9일, 초음속 여객기 콩코드가 한국의 김포공항에 착륙했다. 한국 취항과 한국 항공사의 구매를 겨냥해서 홍보차 방문한 것이다. 당시 초등학생이었던 필자는 운 좋게 학교 운동장에서 하늘을 지나가는 콩코드를 직접 목격했다. 학교가 항공로에서 가까운 서울 신림동에 위치한 덕분이다. 늘 보던 여객기들과는 다른, 커다란 삼각 날개에 하얀색으로 도장된 뭔가 초현실적인 비행기의 모습은 지금도 아스라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콩코드는 마하2, 즉 음속의 두 배나 되는 속도를 낼 수 있었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비행기가 소리보다 빠르게 움직이면 ‘소닉 붐’(sonic boom)이라는 충격파가 발생한다. 이 충격파는 지상에 도달하면 마치 폭발이라도 일어난 것처럼 굉음이 울리고 창문이 마구 흔들리기도 하는데, 이 때문에 콩코드는 이륙해서 먼바다로 나가기 전까지는 음속을 낼 수 없었다. 결국 미국과 유럽을 오가는 대서양 횡단 항로만 다녔을 뿐, 중동이나 싱가포르 등 다른 육지 지역에서는 지상의 주민들 민원 때문에 취항 시도가 불발하고 말았다.

콩코드의 또 다른 약점은 내부 공간이 좁고 연료비가 엄청나게 든다는 것이었다. 좌석 폭이 요즘 여객기의 이코노미 클래스와 별 차이가 없고 천장 높이도 180㎝가 채 안 되었다. 평균 체격이 큰 편인 서양인들에겐 여러모로 불편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다 기름은 보통 비행기보다 몇배나 많이 먹어서 모든 좌석의 요금을 1등석 수준으로 비싸게 받았다.

하지만 초음속 여객기답게 승객들은 놀라운 과학적 체험을 할 수 있었다. 콩코드는 지구가 자전하는 속도보다도 빠르게 날았기 때문에, 해가 완전히 진 뒤 깜깜한 밤에 런던을 출발한 탑승자들은 뉴욕에 도착하면 일몰 전의 저녁노을을 볼 수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이런 특성을 살려서 개기일식의 장시간 관측에도 이용된 적이 있다. 1973년 6월30일에 일어난 개기일식은 콩코드(당시는 상업운용 전이라 시제기)에 탄 미국, 프랑스, 영국의 과학자들이 장장 74분 동안이나 관찰하는 기록을 세웠다. 개기일식은 지상에서 보면 몇분 만에 끝나버리지만, 이들은 아프리카 상공에서 콩코드를 타고 태양에 드리워진 달그림자가 지나가는 것을 계속 쫓아갔던 것이다.

비싼 요금 때문에 탑승률이 높지는 않았지만 콩코드는 사업가 등 부유층을 대상으로 꾸준히 승객을 실어 날랐다. 그리고 사망사고가 한 건도 없을 정도로 안전성이 뛰어난 비행기이기도 했다. 그러나 2000년 7월25일 프랑스에서 이륙하던 콩코드가 화재로 추락하는 바람에 승객과 승무원 전원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한다. 조사 결과 원인은 외부에 있다고 결론이 나긴 했지만 콩코드 자체도 기체 강화 필요성이 제기되어 대대적인 보완 작업이 진행되었다. 그런데 2001년에 뉴욕의 쌍둥이빌딩에 여객기가 충돌하는 ‘9·11 테러’ 사건이 일어나면서 항공기의 보안 검색이 매우 까다로워지는 등 항공산업 전반에 불황이 닥치자 결국 콩코드는 2003년을 마지막으로 세계 민항기 역사의 저편으로 사라지고 말았다.

콩코드는 외형만 보면 그야말로 21세기를 연상케 하는 멋지고 우아한 모습이지만 60년대에 개발된 비행기다 보니 탑재된 장비들은 요즘 같은 최첨단 전자식이 아니었다. 조종실에도 조종사와 부조종사 외에 항공기관사까지 3명이 있어야만 했다. 한편 콩코드와 비슷한 시기에 개발된 보잉747 여객기는 내부 장비를 계속 업그레이드하여 요즘도 전세계의 하늘을 누비고 다닌다. 그런데 왜 콩코드는 그냥 퇴역하고 말았을까? 답은 경제적 수지를 맞추기가 힘들어서다. 20 대 1543. 이제까지 제작된 콩코드와 보잉747의 기체 수다.(보잉747은 2018년 1월 기준) 제작 수량이 적으니 단가나 유지보수비가 높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콩코드와 같은 초음속 여객기는 어쩌면 몇년 안에 다시 선을 보일지도 모른다. 미국이나 일본 등에서는 실용적인 초음속 여객기의 시안을 계속 내놓고 있으며 콩코드를 만들 때보다 싸고 튼튼한 소재도 나와서 전망이 밝은 편이다. 언젠가 초음속 항공여행이 다시 가능해지는 날이 오면, 그 역사의 맨 앞에서 시대를 너무 앞서 갔던 콩코드의 추억도 각별하게 살아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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