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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한 고양이니까 당연히 참아야 한다'는 사람들에게

이효리씨의 집 이야기는 이제 남일이 아니게 됐다.

[애니멀피플] 히끄의 탐라생활기

며칠 전 환기를 하려고 안방 창문을 열어뒀는데 인기척이 나서 보니 사람이 서 있었다. “누구세요?”라는 물음에 “히끄 보러 왔어요”라며 환하게 웃었다. 미안한 기색도 없이 당당했다.

히끄는 인스타그램에서 13만 팔로어(2018년 5월 기준)를 보유하고 있다. 계정 프로필에는 ‘제주도 가면 히끄 볼 수 있나요? 동물원 아닙니다. 제발 집으로 찾아오지 마세요’라고 2년 넘게 고정해놓은 글이 적혀 있다. 실시간으로 공유하고 소비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특성상 이런 식으로 의견을 정확히 말하지 않으면 나는 어느덧 집에 찾아와도 된다고 동조하는 격이 되어버린다.

처음에는 댓글로 제주도 여행을 가면 히끄를 보러 가고 싶다는 글이 있어서 정말 찾아올까 봐 예약된 손님만 머물 수 있는 민박집인 동시에 가정집이 있는 곳이니 인스타그램으로만 봐달라고 정중하게 댓글을 달았다. 민박 손님 또한 마당을 공유하고 있어서 왔다 갔다 하며 우연히 히끄를 볼 수도 있지만, 보여달라고 요구할 권리는 없다고 덧붙였다. 그다음에는 다이렉트 메시지(DM)로 몇월 며칠 제주도로 여행 가니 히끄를 보러 우리 집에 놀러 오겠다고, 그때 내가 집에 있느냐고 물어보는 사람들도 있었다.

히끄는 고양이치고 낯선 사람을 경계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지는 않는 편이다(오히려 낯선 사람을 좋아한다). 그러나 고양이 한 번 보여주는 게 뭐가 어렵냐고 하는 사람에게는 영화 <부당거래>의 명대사인 “호의가 계속되면 그게 권리인 줄 알아요”라는 말을 하고 싶다.

한동안 이슈가 됐던 소길댁, 가수 이효리씨 집에 관광객들이 찾아온다는 말에 “정말? 그런 사람들이 있다고? 왜?”라고 말했는데, 이제 남의 일이 아니게 됐다. 그들도 일부러 돈과 시간을 들여 제주도 여행을 왔고, 남의 집 말고도 좋은 관광지가 많은데 왜 주거침입자가 되고 싶은 걸까? 

ⓒ이신아 제공

불편을 토로하면 유명인이니깐 당연히 참아야 한다며 ‘공인’ 프레임을 씌운다. 사생활 보호를 받고 싶으면 방송 출연을 하면 안 되는 거였고, 내가 쓴 책 <히끄네 집>이 베스트셀러가 됐으니 이 정도는 감수해야 한다는 사람도 있었다. 범죄를 당한 피해자에게 “그러니까 너도 조심했어야지”라고 말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책을 팔아서 내 사생활을 포기할 만큼 돈을 벌지도 않았다.

이것은 유명인이나 유명한 고양이와 함께 사는 사람이니까 겪는 일만은 아니다. 한국민속촌에 가면 다양한 컨셉의 연기자들이 곳곳에 배치되어 상황극을 하는데, 우리는 관광지에 산다는 이유만으로 이런 취급을 받기도 한다. 사유지에 무단으로 들어가는 걸 시작으로 거주하는 사람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돌담에 기대어 사진을 찍다가 실수로 무너뜨리고는 한마디 사과도 없이 다음 여행지로 떠난다. 상식에서 벗어난 행동이기도 하지만 범죄이기도 하다. 자신의 일상이 소중하듯이 타인의 일상도 지켜주는 개념 있는 여행자가 많아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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