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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아동 10명 중 3명은 유치원 입소 거부당한다

‘2017 경기도 외국인 아동 기본권 실태 모니터링’ 조사 결과

ⓒUlza via Getty Images

“여러 곳을 찾아갔는데 다 안 받아주었어요….”

어린 자녀를 한국의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보내려던 한 외국인(30대)은 찾아간 국내 보육기관에서 ‘피부색이 달라서 적응할 수 있을지 걱정된다’, ‘보육료를 부담하기 힘들 거다’, ‘여긴 아프리카 아이가 없다’는 등 거절의 말을 들어야 했다. 그는 결국 집에서 40분 거리인데다 월 46만원을 내는 한 보육기관에 가까스로 아이를 입소시켰지만 “비싸고 (아이가) 멀어서 힘들어했다”고 하소연했다.

피부색과 외국인 신분에 대한 한국인 학부모들의 거부감 때문에 외국인 어린이들에겐 어린이집과 유치원 문턱이 높기만 하다. 경기도외국인인권지원센터(소장 오경석)가 외국인 아동을 둔 외국인 부모 145명을 대상으로 ‘2017 경기도 외국인 아동 기본권 실태 모니터링’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전체 외국인 아동 145명(초등학교생 47명 포함) 중 보육기관을 다니는 0~5살 사이 미취학 외국인 아동 98명 가운데 21.7%가 국내 보육기관 입소가 안 돼 외국인 아동을 받아주는 현재 기관에 입소했다고 답했다. 또 응답자의 13%는 출신국 아이들 또는 외국인 아동이 있어 입소했다고 답하는 등 10명 중 3명꼴로 국내 보육기관의 입소 거부 경험을 털어놨다. 또 미취학 외국인 아동 중 아예 국내 보육기관을 다니지 않는 경우는 22.4%였다. 이는 보육기관을 이용하지 않는 국내 미취학 아동 비율(1.7%)의 10배를 넘는 수준이다.

 

국내 외국인 가정의 학생 수가 2016년 1만명을 넘었지만, 미취학 아동에 대한 실태 보고는 따로 없다.
국내 외국인 가정의 학생 수가 2016년 1만명을 넘었지만, 미취학 아동에 대한 실태 보고는 따로 없다. ⓒ경기도외국인인권지원센터 제공

외국인 아동들이 힘들게 보육기관에 입소해도 의사소통(36.7%), 다른 아동들과의 친교(16.7%), 차별(13.3%), 괴롭힘(10%) 차례로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4살 자녀를 둔 한 외국인 부모는 “어린이집에서 아이가 교사한테 신체적 학대를 당했어요. 하지만 사과나 보상은 하나도 못 받았어요. 그 어린이집 원장님이 ‘이젠 다시는 ○○나라 사람 받고 싶지 않다’고 그렇게 말했어요”라고 털어놨다.

이렇다 보니 이번 모니터링에 응했던 한 외국인 부모는 조사요원에게 “흑인은 다닐 수 없다고 했어요.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요. 처음부터 거절해주어서. 그런 어린이집을 다녔으면 아이가 얼마나 힘들었겠어요”라고 털어놨다.

외국인 아동이라고 하지만 이들 대부분은 한국에서 나고 자란 실질적인 한국인 아동이다. 이번 조사에 응한 175명 중 외국에서 태어난 아동은 36.6%에 불과했고 한국에서 태어난 외국인 아동은 2배 가까운 63.4%였다.

외국인 아동의 부모들은 보육료에서도 차별을 받는다. 외국인 아동의 월평균 보육료는 27만7045원으로, 내국인 영유아의 12만2100원에 견줘 2배 이상 높다. 누리과정으로 무상보육을 받는 내국인 부모의 경우 추가 비용만 내면 되지만 외국인 부모에게 이런 혜택이 없기 때문이다.

경기도외국인인권지원센터 이경숙 팀장은 “외국인 아동들은 보육료라는 경제적 부담과 외국인에 대한 차별이라는 이중적 문제에 봉착해 있다. 아동으로서 차별 없이 기본적인 보육 및 교육권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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