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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은 어린이날 선물이 아녜요~

어른에게 배운다

동물자유연대 ‘부자교육’에 참여한 아버지와 딸. 푸들을 키우고 있다는 가족에게 유난히 푸들종의 개들만 다가와 애교를 부렸다.
동물자유연대 ‘부자교육’에 참여한 아버지와 딸. 푸들을 키우고 있다는 가족에게 유난히 푸들종의 개들만 다가와 애교를 부렸다. ⓒ애니멀피플

동물보호소는 ‘폐쇄적’이라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 실제로 그러하다. 정기적으로 봉사를 와서 동물보호소의 상황을 이해하고 있고, 봉사활동을 설명해주지 않아도 되는 정기 봉사자를 제외하고 단기 봉사나 일반인의 방문은 어쩔 수 없이 거절하는 동물보호소가 많다.

한 동물보호소에서는 봉사자들이 간식을 주다 적발되면 퇴소를 시키겠다는 강력한 지침이 공지로 붙은 적이 있다. 한 공간에 적게는 10마리, 많게는 100여마리 이상 생활하는 동물보호소에서 약한 아이는 사료를 먹는 것도 여의치 않다. 하물며 간식은 오죽하랴. 간식 꺼내는 봉지 소리가 나는 순간 동물들은 흥분하고 달려든다. 그 과정에서 싸움이 벌어져 동물이 다치거나 자원봉사자가 다치기도 한다. 간식 한 봉지 때문에 보호소 동물들은 죽을 수도 있다.

 

마음의 부자가 되는 ‘부자교육’

동물자유연대 반려동물복지센터는 다른 동물보호소보다 봉사자들의 참여를 적극적으로 수용한다. 그러나 미성년자의 봉사활동은 제약을 둔다. 청소 활동이 많은 동물보호소에서 집안일을 해보지 않은 청소년들은 제 역할을 하기가 어렵고 안전 문제도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반려동물복지센터는 음지의 동물보호소를 양지로 끌어올리는 역할을 목적으로 설립되었다. 남녀노소 모두의 동물보호 참여를 이끌어야 하는 상황인데 불편하다고 막을 수 만은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청소년들이 동물보호소에 피해를 끼치지 않고 집중하여 봉사활동을 할 수 있도록 부모가 동행하는 동물보호 자원봉사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바로 ‘부자교육’이다. 부자교육은 통제가 쉽지 않은 청소년들을 부모가 책임지며 안전하게 자원봉사 활동을 하고 동물보호 교육을 함께 받도록 해 부모와 자녀 모두에게 올바른 동물 사랑 실천을 가르치는 교육이다.

 

딸보다 아버지가 더 즐거워 보인다. 교육 이후 사람들은 동물을 좀 더 조심스럽게 안아주고 다독여준다.
딸보다 아버지가 더 즐거워 보인다. 교육 이후 사람들은 동물을 좀 더 조심스럽게 안아주고 다독여준다. ⓒ애니멀피플
동물자유연대 반려동물복지센터는 여름·겨울방학 때 유아와 초등학생을 위한 교육봉사 프로그램도 1년에 2차례 진행한다.
동물자유연대 반려동물복지센터는 여름·겨울방학 때 유아와 초등학생을 위한 교육봉사 프로그램도 1년에 2차례 진행한다. ⓒ애니멀피플

부자교육은 2018년 3월 첫 회를 시작으로 매달 첫째 주 토요일 오후에 2시간 동안 진행한다. 한 번에 열 가족이 참여하며 동물보호교육 1시간과 자원봉사활동 1시간으로 구성된다. 동물보호교육은 △동물자유연대 소개와 활동 내용 △구조 동물 스토리 △쉽게 실천할 수 있는 동물보호 방법 △핵심 동물보호법 △동물보호 영상으로 구성되어 있다.

첫 부자교육을 시작할 때 부모 중 특히 아버지는 차에서 낮잠을 자거나 기다린다는 분들이 꽤 있었다. 교육의 취지를 설명 드리고 부모 모두를 교육장으로 모았다. 피곤한 얼굴에 연신 하품을 하던 아버지들은 교육을 시작하자 자세를 고쳐 잡았다. 고개를 끄덕이며 교육 내용에 집중하고 적극적으로 질문을 하는 아버지도 있었다.

경기 고양시 가람중학교에 다니는 김아무개 학생은 “반려동물이 좋아서 왔는데, 이번 교육을 통해 농장동물에 대해 관심이 생겼어요”라고 말했다. 부천시에서 딸을 데리고 온 김아무개씨는 “딸 아이가 동물을 좋아하고 관심이 있어 데려다 주러 왔는데, 오히려 제가 생각이 많아졌어요. 동물의 문제가 나와는 별개라고 생각했는데 연결되어 있다고 느꼈고 반성하는 계기가 되었어요”라며 부자교육을 응원했다.
“저는 사자를 키울 거예요.” “우리 아이는 동물을 너무 좋아해서 모든 동물을 직접 만져봐야 해요.” 교육 시작 전 야생동물을 키우고 싶어하던 아들과 보고 만지고 체험해야 동물 사랑을 느낀다고 생각했던 어머니에겐 교육 후 어떤 변화가 생겼을지 궁금하다.

 

동물에 대한 태도는 어른에게 배운다

청소년들의 교육이 중요한 이유는 또래 집단이 형성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또래 집단에서 개인이 목소리를 내는 것은 힘들다. 다수의 의견에 휩쓸려 옳지 않은 행동을 할 수 있다. 우리 어른들은 청소년들이 또래 집단에서 생명의 소중함을 당당히 이야기할 수 있도록 올바른 가치를 심어주는데 노력하여야 한다. 아이와 청소년이 동물을 대하는 태도는 100% 어른에게서 배운다. 동물을 소유하는 물건으로 보고 얕잡아보고 학대하는 모든 것은 어른을 통해 자연스럽게 습득한다.

어린이날이다. 동물을 선물로 사주고 일시적으로 마음을 달래는 부모가 아닌 생명 존중을 마음 깊이 심어주는 부모가 되어 보자. 우리 사회 약자를 배려하고 보살피는 이념과 가치관을 심어주자. 자녀는 평생 마음의 부자로 살 수 있다. 이런 자녀를 둔 부모 또한 부자 중에 진정한 부자다.

*이 기사는 한겨레의 애니멀피플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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