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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바이오의 회계방식 변경은 이재용의 경영권 승계와 무관할까?

삼성바이오로직스 사태(3) - 이재용의 경영권승계와의 관계

  • 백승호
  • 입력 2018.05.05 11:16
  • 수정 2018.05.06 11:38

금융감독원은 지난 1일, 삼성바이오로직스(이하 삼성바이오)가 회계처리를 위반했다고 잠정 결론 내었고 이에 대한 ‘조치 사전통지서‘를 삼성바이오 측에 발송했다. 이 통지 이후 삼성바이오가 ‘분식회계’를 했다는 보도가 여기저기서 나왔다. 그 여파로 삼성바이오의 주식은 급격한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 사건은 매우 복잡하다. 여러 갈래의 수많은 쟁점들이 있고 한두 개의 보도만 봐서는 사건 전체를 파악하기 힘들다.

따라서 허프포스트코리아는 이 사건에 대한 설명을 사건의 개요, 회계부정, 이재용의 경영권 승계와의 연관 여부 세 부분으로 나눠 작성했다.

아래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부정 사건과 삼성 이재용의 경영권 승계에 관한 마지막 내용이며 이전의 내용은 각각 아래의 링크를 클릭하면 된다.

 

 

삼성바이오는 왜 유사사례도 없고 또 여러 비판이 뒤따를 수 있는 회계방식 변경을 단행한 걸까? 여기에는 다른 복잡한 이유가 있는 것 같다. 이 문제는 삼성의 회계방식 변경이 ‘분식회계’로 결정되느냐 아니냐와는 별개의 문제다.

 

삼성바이오는 왜 하필 2015년에 회계방식을 변경했을까?

 

ⓒBloomberg via Getty Images

 

이 사건이 수면위로 떠오른 건 참여연대의 지속적인 문제 제기 때문이었다. 참여연대는 “국민연금이 국민 노후자금에 끼칠 막대한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을 찬성한 핵심 근거는 6조 6천억 원으로 추산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미래 성장가치였다. 그런데 만일 이런 가치 추계가 분식회계를 통해 부풀려진 결과라면, 결국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정에서 국민연금의 의사결정은 잘못된 정보에 의해 부당하게 왜곡되었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며 “이재용 삼성 부회장의 승계작업의 핵심이었던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의 적절성 논란이 새로운 국면에 진입하게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우선 이 문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을 어떤 방식으로 지배하는지부터 짚고 넘어가야 한다. 흔히 이야기되는 순환출자구조인데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이재용이 삼성물산을 지배하고 삼성물산이 삼성생명을 지배하고 삼성생명이 삼성전자를 지배하는 방식이다. 현재 이재용은 삼성물산의 주식을 17.2% 보유하고 있는 최대주주다. 이재용은 삼성물산을 통해서 총 네 개의 순환출자구조로 그룹사를 지배하고 있는데 그 큰 고리는 아래와 같다.

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화재→삼성물산

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전기→삼성물산

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화재→삼성전자→삼성전기→삼성물산

삼성물산→삼성전자→삼성전기→삼성물산

 

 

이재용은 원래 삼성물산의 대주주가 아니었다. 그는 제일모직(구 에버랜드)의 지분 23.2%를 보유한 대주주였다. 삼성은 삼성물산을 중심으로 한 순환출자구조, 이재용의 그룹사 지배구조를 만들기 위해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결정한다.

합병이 이재용에게 유리하기 위해서는 제일모직의 가치는 더 높게 평가되고 삼성물산의 가치는 더 저평가되어야 한다. 합병 직전 해인 2014년을 기준으로 삼성물산의 매출은 28조 4천억, 영업익은 6500억이다. 반면 제일모직의 매출은 5조 1300억, 영업이익은 2100억이다. 자산도 2015년 기준 삼성물산은 29조 5000억, 제일모직은 9조 5000억이다. 하지만 시장의 평가는 달랐다. 당시 시가총액은 삼성물산 8조6300억, 제일모직은 22조 700억이었다.

 

 

제일모직은 지난 2014년 12월 상장됐다. 이때를 기준으로 합병 전까지 제일모직의 주식은 약 44.7% 올랐다. 반면 같은 기간 삼성물산은 10%이상 떨어졌다. 제일모직의 주가상승은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첫 번째로는 제일모직의 최대주주가 이재용으로서 경영승계에 제일모직 주식이 이용될 게 예상되기 때문에 가치가 오를 것이라는 기대였다. 두 번째가 바로 문제의 삼성바이오였다.

제일모직은 삼성바이오의 최대주주였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가치가 상승함에 따라 제일모직의 가치도 높아졌다. 결국 제일모직은 삼성바이오의 가치를 인정받아 최종 11조원으로 평가되었다. 삼성물산의 세배에 이르는 수치였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비율은 0.35:1로 결정되었다. 삼성물산 주식 세 주가 제일모직 주식 한주의 가치가 있다는 의미다.

결국 이재용에게 유리한 숫자로 두 회사는 합병된다. 이재용은 삼성그룹의 지배자가 되었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서, 삼성바이오가 하필 2015년에 흑자 전환을 했고 또 상장을 준비했는지 그 정확한 속내는 모른다. 다만 삼성바이오의 흑자 전환은 합병 당시 제일모직 주식 가치상승에 아주 긍정적인 기여를 했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Kim Hong-Ji / Reuters

 

한 로펌의 대표변호사는 더벨과의 인터뷰에서 “2015년 9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이후 회계처리 기준 변경(2015년 말)이 이뤄졌다는 사실만 놓고 보면 분식회계라 할 수는 없다”면서 ”다만 두 회사 합병 이후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한 회계처리 기준이 바뀌면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가치가 높아지고 이에 따라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최대주주인 삼성물산(옛 제일모직)의 가치도 높아지면서 합병 과정에 유리해진 점은 지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상한 정황은 또 있다. 삼성바이오는 ‘바이오젠이 삼성바이오에게 콜옵션을 요구했다’고 주장했지만 뉴스1의 단독보도에 따르면 내부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삼성바이오가 바이오젠에 콜옵션 행사를 먼저 요구했고, 이후 바이오젠이 요구한 사항을 삼성바이오가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행사가) 무산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삼성은 ”먼저 콜옵션을 제안하지 않았고, 그럴 이유도 없었다”며 ”만에 하나 먼저 했더라도, 콜옵션을 추진했다는 사실 자체와는 무관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왜 2015년에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 요구’가 필요했는지는 앞서의 정황을 빼놓고는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

 

국민연금의 기대, 한국거래소의 구애

합병 전 삼성물산의 최대주주는 국민연금이었다. 당시의 합병 비율은 삼성물산 주주들에겐 불리했다. 하지만 국민연금은 여기에 찬성표를 던진다. 그 이유 중 하나로 거론된 게 바로 삼성바이오로직스였다.

국민연금이 이 같은 결정을 한 이유는 박근혜-최순실 특검 보고서에도 나온다.

“투자위원회에 참석한 위원들에게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합병으로 인해 국민연금공단이 입게 될 손해 최소 1,338억원을 상쇄할 수 있는 2조원 이상의 시너지가 합병 후 법인에 생긴다는 내용으로 수치가 의도적으로 조작된 회의 자료를 제출해서 이를 근거로 투자위원회에서 위 합병에 찬성한다는 결정”

합병을 하게 되면 당장 삼성물산 주주로서의 손실보다는 삼성바이오의 최대주주인 제일모직의 지분을 합병 삼성물산이 취득하게 되는 이득이 더 크다는 전망에 국민연금은 찬성표를 던졌다.

참여연대는 여기에 대해 “만일 이번 금감원의 (분식회계) 잠정 결론이 금융위에 의해 최종결론으로 확정될 경우 정부는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의 정당성을 다시 따져봐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바이오의 ‘성장가능성’이라는 근거가 없었다면 국민연금의 찬성 근거도 같이 희박해지기 때문이다.

삼성바이오는 거래소 상장 당시도 특혜에 가까운 지원을 받았다. 원래라면 삼성바이오는 코스피 상장이 불가능했다. 당시 거래소 상장 요건은 매출액 1000억 이상이거나 이익액 30억이상이었다. 매출액이든 이익이든 둘 중 하나가 확보되어야 한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2016년에 새로운 조건이 추가된다 . “시가총액 6000억원 이상이고 자기자본 2000억원 이상이면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할 수 있다”는 규정이다. 여기에 해당하는 회사는 단 한 곳, 삼성바이오로직스밖에 없었다.

삼성바이오는 미국 나스닥에 상장을 추진하려 했지만 코스피의 지속적인 권유와 국내여론을 검토해 코스피에 상장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사실이다. 당시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미국 나스닥에 상장하려 해 우량 기업 상장을 유도하고자 거래소가 수차례 국내 상장을 권유했다”고 설명했다.

즉 새로운 조건의 추가는 오로지 삼성바이오로직스만을 위한 것으로 봐도 크게 이상하지 않은 것이었다. 참여연대는 “이러한 분식회계가 없었다면 5년 연속 적자에 자기자본의 절반이 잠식상태인 기업이 한국거래소의 상장심사를 통과할 수 있었을까 하는 의문이 드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하다”고 덧붙인다.

 

회계부정의 문제를 넘어서 봐야 할 문제

이재용 삼성 부회장은 박근혜에게 뇌물을 준 혐의로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특검과 1심 재판부는 이재용의 뇌물 공여에 경영권 승계라는 ‘포괄적 현안’에 대한 대가성이 있었다고 판단했다. 항소심은 이를 부정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같은 사안들이 이재용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는 있었지만 이 사안들이 대가성을 두고 진행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판단이었다. 이재용은 항소심에서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으로 감형됐다.

 

ⓒBloomberg via Getty Images

 

이 사건을 단순히 ‘회계부정’ 사건으로만 본다면, 삼성바이오의 회계처리는 논란은 있을지언정 불법은 아니라고 판단할 수 있다. 만약 위법이라고 해도 여기에 대한 과징금은 최대 20억원에 그친다. 작년 10월 외감법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개정에 따라 회계부정으로 인한 위반금액이 늘기는 했지만 올 11월부터 적용되기 때문에 삼성바이오로직스에는 해당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이 문제가 삼성 경영권 승계 문제와 관련 있다는 판단이 나온다면 이야기는 다르다. 이재용 부회장은 아직 대법원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고 이 사건은 이재용과 박근혜 사이에 ‘포괄적 현안’ 이 공유되고 이를 구체적으로 실행했다는 증거가 될 수 있다.

다만 대법원은 증거재판이 아니라 법리재판이다. 새로운 사실관계를 추가해 재판할 수는 없다. 다만 대법원은 다른 사유로 항소심 판결을 파기환송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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