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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바이오로직스 사태는 어떻게 일어났는가?

삼성바이오로직스 사태(1) - 사건의 개요

  • 백승호
  • 입력 2018.05.05 10:47
  • 수정 2018.05.05 11:48

금융감독원은 지난 1일, 삼성바이오로직스(이하 삼성바이오)가 회계처리를 위반했다고 잠정 결론 내었고 이에 대한 ‘조치 사전통지서‘를 삼성바이오 측에 발송했다. 이 통지 이후 삼성바이오가 ‘분식회계’를 했다는 보도가 여기저기서 나왔다. 그 여파로 삼성바이오의 주식은 급격한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 사건은 매우 복잡하다. 여러 갈래의 수많은 쟁점들이 있고 한두 개의 보도만 봐서는 사건 전체를 파악하기 힘들다.

따라서 허프포스트코리아는 이 사건에 대한 설명을 사건의 개요, 회계부정, 이재용의 경영권 승계와의 연관 여부 세 부분으로 나눠 작성했다.

아래는 이 사건의 개요에 해당하는 첫 번째 내용이다. 이후의 내용은 기사 중간의 링크를 확인하면 된다.

 

삼성바이오의 회계방식 변경은 무엇이 문제였나?

최근 제약회사들은 자체 생산설비를 갖추고 의약품을 생산하는 방법 대신 위탁생산 회사에 생산을 맡기는 추세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의약품 위탁생산 CMO 시장이 연평균 8%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삼성바이오는 바이오 의약품을 위탁 생산하는 회사다.

 

 

ⓒAnton Vergun via Getty Images

 

삼성바이오는 2011년에 설립됐다. 삼성에버랜드(후에 제일모직으로 바뀐다)와 삼성전자가 각각 40%, 삼성물산이 10%의 지분을 투자했다. 2012년에는 미국의 바이오 제약회사인 바이오젠 아이덱(이후 바이오젠으로 이름을 바꾼다)과 3300억원을 투자해 삼성바이오에피스(이하 에피스)를 설립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바이오시밀러(바이오 의약품 복제약)의 개발과 상용화를 목적으로 하는 회사다.

에피스의 설립 당시 삼성바이오와 바이오젠의 지분은 각각 2805억원(85%), 495억원(15%)였다. 이후 삼성바이오는 수차례의 단독 유상증자 끝에 지분율을 94.6%까지 끌어올렸다. 두 회사의 지분 차이는 엄청났다. 하지만 바이오젠에겐 콜옵션 행사 권리가 있었다. 콜옵션은 특정한 자산(여기에서는 에피스의 지분이다)을 미리 정한 가격을 살 수 있는 권리로 바이오젠은 전체 지분의 50%에서 1주 부족한 물량까지 삼성바이오에게 매수를 청구할 수 있었다.

삼성바이오가 왜 바이오젠에 콜옵션을 부여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뉴스1은 이 이유에 대해 “바이오젠은 바이오의약품 개발 경험이 많고, 삼성의 바이오시밀러 제품을 위탁생산한다는 점 등이 콜옵션 제공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고 추정했다.

에피스의 설립당시 투자된 금액은 3300억원이었다. 하지만 설립 초기의, 거기에다가 연구개발에 돈을 들이는 회사가 바로 흑자를 낼 수는 없었고 매해 엄청난 적자를 기록했다. 2015년에는 매출 3151억원과 103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하지만 2015년부터 소기의 성과를 거둔다. 에피스가 개발한 제품 엔브렐과 레미케이드는 2015년과 2016년에 한국과 유럽에서 제품 판매를 승인받았다. 장기적으로 안정적 매출을 기대할 수 있는 소식이었다.

이는 에피스의 가치가 급등한 요인이었다. 삼성바이오에 따르면 2015년 당시 안진회계법인은 에피스의 가치를 5조 2726억원으로 평가했다. 삼성바이오는 에피스의 성과가 가시화됨에 따라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행사할 수 있다고 판단하며 에피스를 종속회사가 아닌 관계회사로 변경한다.

종속회사는 우리가 쉽게 아는 말로 ‘자회사’ 개념이다. 모회사가 자회사의 주식 과반수를 보유하고 있거나 과반수가 아니더라도 기타 여건에 의해 자회사에 대한 결정을 실질적으로 행사할 수 있다면 이에 영향을 받는 회사는 ‘종속회사’가 된다. 여기에서 삼성바이오는 지배회사, 에피스는 종속회사다.

 

ⓒBloomberg via Getty Images

 

삼성바이오가 에피스를 ‘관계회사’로 바꾼 이유는 앞서 말했듯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가 가시화되었기 때문이다. 삼성바이오는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행사하게 되면 지분이 거의 동수에 이르게 되며 이때부터는 지배회사와 종속회사의 관계가 아니라 실질적 지배력을 상실한 관계회사가 된다고 보았다. 이 근거를 기준으로 삼성바이오는 회계처리 방식을 연결재무제표에서 지분법(관계사)을 적용하는 것으로 바꾸었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했다. 연결재무제표는 지배-종속 관계에 있는 회사를 단일 실체로 보아 각 회사의 재무제표를 종합해서 작성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두 회사가 관계사가 되면서 더 이상 회계를 종합해서 작성할 수 없었다. 에피스는 삼성바이오와 다른 회사가 되었고 삼성바이오가 가지고 있던 에피스의 지분 94.6% 중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가 예상되는 부분을 제외한 2조 9882억원이 수익으로 잡혔다. 삼성바이오는 5년간 이어졌던 적자를 벗어났고 대규모 흑자가 발생했다. 영업이익이 늘어나서 발생한 결과는 분명 아니었다.

금융감독원은 바로 이 부분에 대해 문제 삼았다. 삼성바이오의 회계방식변경이 정상적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회계방식 변경에 대한 쟁점은 크게 세 가지이다. 

바이오젠은 정말 콜옵션을 행사할 가능성이 있었나?
에피스에 대한 평가 금액은 적정했나?
50%+1의 지분을 가진 회사를 ‘관계사’로 볼 수 있나?

이에 대한 설명은 아래 링크에 따로 담았다. 

 

 

결론만 우선 이야기하자면 삼성바이오의 회계변경만 놓고 봤을 때는 이를 ‘회계부정’이라고 단언하기 힘들다. 그러나 삼성바이오 사태는 삼성전자 부회장인 이재용의 경영 승계와 함께 놓고 보면 다른 해석을 할 수 있다.

 

삼성바이오의 회계방식 변경은 이재용의 경영권 승계에 어떤 영향을 끼쳤을까?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있었다. 이재용은 원래 제일모직(구 에버랜드)의 지분 23.2%를 보유한 대주주였다. 삼성은 삼성물산을 중심으로 한 순환출자구조, 즉 이재용의 그룹사 지배구조를 만들기 위해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결정한다.

 

ⓒKim Hong-Ji / Reuters

 

제일모직은 삼성바이오의 최대주주였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가치가 상승함에 따라 제일모직의 가치도 높아졌다. 제일모직은 최종 11조원으로 평가받았다. 이는 삼성물산의 세배에 이르는 수치였다. 삼성물산의 매출이나 영업이익 등은 제일모직보다 훨씬 앞섰지만 시장은 삼성바이오를 보유한 제일모직의 가치가 더 높다고 판단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비율은 0.35:1이다. 삼성물산 주식 세 주가 제일모직 주식 한주의 가치가 있다는 의미다. 제일모직의 가치가 높게 평가되었다는 점은 제일모직의 대주주인 이재용에게 유리하게 결정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삼성바이오가 하필 2015년에 흑자 전환을 했고 또 상장을 준비했는지 그 정확한 속내는 모른다. 다만 삼성바이오의 흑자 전환은 합병 당시 제일모직 주식 가치상승에 아주 긍정적인 기여를 했다. 

합병 전 삼성물산의 최대주주는 국민연금이었다. 당시의 합병 비율은 삼성물산 주주들에겐 불리했다. 하지만 국민연금은 여기에 찬성표를 던진다. 합병을 하게 되면 당장 삼성물산 주주로서의 손실보다는 삼성바이오의 최대주주인 제일모직의 지분을 합병 삼성물산이 취득하게 되는 이득이 더 크다는 전망에 국민연금은 찬성표를 던졌다.

이재용 삼성 부회장은 박근혜에게 뇌물을 준 혐의로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특검과 1심 재판부는 이재용의 뇌물 공여에 경영권 승계라는 ‘포괄적 현안’에 대한 대가성이 있었다고 판단했다. 항소심은 이를 부정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같은 사안들이 이재용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는 있었지만 이 사안들이 대가성을 두고 진행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판단이었다. 이재용은 항소심에서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으로 감형됐다.

이 사건을 단순히 ‘회계부정’ 사건으로만 본다면, 삼성바이오의 회계처리는 논란은 있을지언정 불법은 아니라고 판단할 수 있다. 만약 위법이라고 해도 여기에 대한 과징금은 최대 20억원에 그친다. 작년 10월 외감법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개정에 따라 회계부정으로 인한 위반금액이 늘기는 했지만 올 11월부터 적용되기 때문에 삼성바이오로직스에는 적용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이 문제가 삼성 경영권 승계 문제와 관련 있다는 판단이 나온다면 이야기는 다르다. 이재용 부회장은 아직 대법원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고 이 사건은 이재용과 박근혜 사이에 ‘포괄적 현안’ 이 공유되고 이를 구체적으로 실행했다는 증거가 될 수 있다.

여기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아래에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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