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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아와 조현민의 밀수를 9년간 봤다는 직원들의 폭로가 나왔다

대한항공 해외지점 직원과 한진그룹 계열사 전 직원이다.

ⓒ한겨레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의 두 딸인 조현아·현민 자매의 국외 물품 구매 및 국내로의 밀수 과정 일부를 9년 동안 가까운 거리에서 지켜본 대한항공 직원과 한진그룹 계열사 직원의 폭로가 나왔다.

이들은 조현아·현민씨가 한주에 2∼3번 꼴로 국외 물품을 관세청에 신고하지 않고 국내로 들여왔으며, 물품의 종류는 명품 가방부터 운동화, 초콜릿·과자, 생활 필수품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고 증언했다. 대한항공 비행기와 직원들이 총수일가의 개인 쇼핑에 상습 동원됐다는 것이다.

관세청의 대한항공 총수 일가 밀수·탈세 혐의 조사에 속도가 붙을지 주목된다.

3일 대한항공 국외 ㄱ지점에서 일하는 김아무개씨와 같은 지역 한진그룹 계열사 지점에서 최근 사직한 박아무개씨의 말을 종합하면, 조현아·현민 자매의 국외 물품 밀수에는 그룹 계열사 직원들이 총동원 되다시피했다.

우선 두 자매가 국내 반입하려는 물건을 담아 올 빈 가방이 인천공항 이륙 비행기에 태워지는 것에서 일이 시작된다.

비행을 마친 빈 가방이 국외 공항에 도착하면, 박씨가 터미널에서 가방을 픽업해 대한항공 ㄱ 여객지점으로 옮기고, 해당 지점의 지점장이 구매 및 배송을 지시받은 물건들을 가방에 담는다. 이 다음엔 박씨가 해당 가방을 공항으로 다시 옮기고, 공항에서 박씨로부터 가방을 전달받은 김씨가 비행기에 태우는 순서다.

조양호 대한항공 일가
조양호 대한항공 일가 ⓒ한겨레

이들은 “(물건은) 다 여객으로 갔다. 화물로 간 것은 없다”며 “항상 OOO 과장의 짐인 것처럼 해서 비행기에 태워졌다. 원래는 DDA(조현아 전 사장을 뜻하는 코드) 같은 것이 적혔는데 2014년 땅콩 회항 뒤에는 (수령인 이름을) OOO 과장으로 다 바꿨다. 또 물건은 거의 한 편명의 비행기에 태워졌다”고 밝혔다.

이들이 밀수에 사용됐다고 밝힌 비행기는 해당지역 공항에서 매주 정해진 요일 새벽 1시께 인천공항으로 출발하는 대한항공 여객기다.

박씨는 “이전에는 박스를 (옮기라고) 줬는데, 두달 전부터는 이민 가방으로 바뀌었다”며 “(회사에) 왜 바꿨냐고 물어보니 ‘세관에서 뭐라고 해서’라는 말을 들었다. 그 말인즉슨, 세관에서도 (대한항공 총수일가 밀수를 알고도) 봐줬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밀수 물품의 양과 빈도는) 엎치락 뒤치락한다. 이민가방이 너무 많아서 차에 한 번에 못 실을 때도 있었고, 적을 때는 사람 얼굴 만한 박스 하나일 때도 있었다”며 “평균 (한 주에) 2∼3번 전달했다”고도 설명했다.

조현아·현민 자매가 국내로 들여온 물건들 중에는 고가의 국외 상품뿐 아니라 음식이나 과자류도 있었다고 한다. 김씨는 “가구회사 로고나 고가의 백화점 문구를 (전달하는) 물건에서 많이 봤고, 아디다스나 나이키 등 상품도 봤다”며 “말도 안 되는 음식, 과자도 많았다. 생활에 필요한 모든 물품들을 해외에서 주문하고, (총수일가) 개인 물품을 위해 직원 여러명이 움직인다”고 설명했다.

두 사람은 국외지점에서 보내진 물건들이 인천 공항에서 어떻게 처리되는지에 대해서는 자세히 알지 못했다. 다만 김씨는 “제가 듣기로는 한국(공항)에서는 통관 자체를 넘어갔다고 들었다”며 “10년 가까이 이 일을 지켜 보면서 양심적으로 굉장히 힘들었다“고 말했다. 박씨도 조현아·현민 자매가 “미국에서 물건을 사서 한국 쪽으로 세금을 안 내고 밀반입을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관세청 관계자는 “국내 반입시 신고해야 할 물품을 신고하지 않았다면 관세법 위반”이라며 “다만 화물이 아니라 기내에 실려 들어오는 물건을 관세청이 100% 조사하지는 않는다. 많은 여행객들이 인천공항에서 세관 검사 없이 입국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라고 설명했다.

대한항공 쪽은 “제보자가 진짜 당사의 해당 해외 지점의 직원이었는지 알 수 없으며, 그 주장의 진실성 또한 의심할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한편, 대한항공 직원들 4일 오후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조양호 회장 일가 퇴진을 요구하는 촛불집회를 열 계획이다. 직원들이 촛불집회를 논의하기 위해 만든 카카오톡 단체 대화창에서는 친구나 가족과 함께 집회에 참가하겠다는 등의 글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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