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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이 우리나라 1년 예산의 1/4 규모의 역대급 자사주 매입을 단행한 이유

트럼프와 관련 있다

  • 백승호
  • 입력 2018.05.03 09:31
  • 수정 2018.05.03 09:37

애플이 1일 자사주 매입 프로그램을 발표했다. 무려 110조원(1000억달러)으로 역사상 전례 없는 규모다.

자사주 매입은 회사가 자기 회사의 주식을 사들이는 것을 의미한다. 자사주 매입을 하게 되면 회사의 가치는 동일한 반면 유통되는 주식 물량이 줄어들어 결국 주가가치가 상승하게 되고 이는 주주들의 이익으로 돌아가게 된다. 게다가 사들인 주식을 소각하게 되면 이는 자연스럽게 주가 상승으로 이어지게 된다.

 

ⓒDado Ruvic / Reuters

 

애플이 이같이 결정한 이유는 작년 트럼프 행정부가 개정한 ‘세법 개정안’과 관련 있다.

트럼프는 선거운동 때부터 ‘역대급 감세안’을 포함한 세법 개정을 예고했다. 미국의 높은 법인세 때문에 본국의 회사들이 외국에 법인을 세우고 돈을 쌓아놓고 있으며 이 때문에 국내의 고용과 투자가 저조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트럼프 정부가 추정한 미국 회사의 해외 유보금은 2조6000억 달러로 우리 돈으로는 약 3000조 가량의 규모다.

따라서 트럼프는 이 돈을 미국 내로 들여오기 위해 크게 세 가지 전략을 짰다.

첫째 법인세율을 크게 낮춰 해외에 나가있는 자본을 다시 국내로 유인할 여건을 만든다. (35% ->20%)

둘째 미국에 본사를 둔 다국적 기업이 법인세가 낮은 국가에 회사를 설립하고 지적 재산권을 해외 소재 법인에 이전하는 방식으로 세금을 회피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해외 현지법인이 무형자산(지적 재산권)을 통해 벌어들인 소득을 미국 모기업의 이익에 포함해 과세한다.

셋째 트럼프 행정부의 세법 개정을 기회로 다국적 기업이 해외에 유보한 자본을 국내에 들여올 것을 고려, 해외에 쌓아둔 유보금을 국내에 들여올 경우 낮은 세율을 적용(송환세 : 8~15.5%)하고 또 해외 자회사가 본국으로 배당할 때 법인세를 면제한다.

애플은 트럼프의 요청에 응답했다. 올 1월 애플은 약 2520억 달러 규모의 해외 유보금을 미국에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하지만 트럼프의 새로운 세법은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미국의 기업은 미국에 공장을 세우고 고용을 늘이고 임금을 더 지급하는 대신 자사주를 매입하고 직원들에게 성과급을 지급하는 데 열을 올렸다.

애플이 이번에 단행한 ‘역대급 자사주 매입’도 이 유행에 동참한 결과다. 애플의 재무책임자(CFO)는 ”우리는 고용과, R&D, 제조 등 각 분야에 상당한 투자를 하고 있지만 수익성 또한 매우 좋다”며 ”수익을 투자자들에게 돌려주는 것은 매우 당연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애플의 자사주 매입에 대해 일각에서는 ”일부 부유층에게만 혜택이 돌아가는 불평등한 조치”라고 비판했다.

애플은 자사주 매입 발표와 동시에 1분기 매출 실적도 발표했다. 전년 동기 대비 16% 오른 611억 달러(65조 4천억원)로 아이폰의 출하량은 3% 오르는데 그쳤지만 아이폰X의 판매 가격이 평균 1000달러에 육박하는 고가로 판매된 결과로 양호한 실적을 거둘 수 있었다.

애플은 1분기 실적을 바탕으로 주당 배당금을 16% 인상한 0.73달러로 책정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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