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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의 결말은 자본의 논리에 따른 것이다

이 결말은 프랜차이즈에 대한 헐리우드의 집착을 보여주는 본보기다.

  • 강병진
  • 입력 2018.05.02 18:10
  • 수정 2018.05.02 19:16
ⓒDisney/Marvel

*‘어벤져스:인피니티 워’에 대한 정말 많은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가 등장한지 10년이 되었다. 영화는 19편이 나왔다. 전설적인 어벤져스는 각자 살던 곳을 떠나 행성을 오가는 싸움꾼들을 맞이한다. 이들의 스토리라인은 아직 서로 겹치지 않았다. “앤트맨이 있고 스파이더맨이 있다고?” 브루스 배너(마크 러팔로), 즉 헐크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묻는다.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에서 공감이 가는 장면이다. 이 영화의 수입은 2억2500만 달러 정도 될 것으로 예측된다.

‘아이언맨’, ‘토르’,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스파이더맨: 홈커밍’, ‘블랙 팬서’ 등의 대작 영화에서 각자 다른 모험을 벌였던 우리 친구들이 드디어 모두 아는 사이가 되었다. 정말 특별한 영화다. 물론, 그중 대부분을 죽여버리기에도 딱 좋은 기회다.

‘인피니티 워’ 끝부분에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난다. 2시간 넘게 요란한 혼란을 펼친 다음, 영화는 감정을 자극하기 시작한다. 배틀 로얄이 절정에 달하며 블랙 팬서, 스파이더맨, 버키 반스, 스칼렛 위치, 닥터 스트레인지, 스타로드, 그루트, 드랙스, 팰컨, 맨티스, 닉 퓨리, 마리아 힐이 죽는다. 보라색 거인 타노스의 손에서 먼지가 되어버린다. 어떻게 죽는지, 왜 죽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마지막 20분 동안 오리지널 어벤져스 멤버들과 새로 등장한 히어로들이 함께 나오기를 오매불망 기다려왔던 마블 신봉자들의 눈물을 짜내는 것만이 중요했다. 어벤져스 대원들이 죽어가며, 그들의 소원은 충족됐다. 그리고 동시에 부정되었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점은 이런 것들은 사실 하나도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디즈니가 소유한 마블 스튜디오는 스토리보다 비즈니스를 더 중요시한다. 비즈니스이기 때문에, 우리는 각 배우들이 영화 몇 편 출연 계약을 했는지, 어떤 속편들이 이미 작업 중인지 알고 있다. 그중엔 이번에 죽은 캐릭터들도 있다.

예를 들어 트찰라를 보자. 마블의 역대 최고 영화인 ‘블랙 팬서’를 둘러싼 열기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에, ‘인피니티 워’에서 죽은 캐릭터 중 그의 죽음이 가장 충격적이었다. 트찰라의 건장한 몸이 해체되는 것을 보고 있자니 정말 마음이 아팠다. 하지만 잠깐. 마블은 라이언 쿠거 감독과 ‘적극적으로’ ‘블랙 팬서 2’도 감독해달라고 협의 중이지 않은가? 채드윅 보스만은 마블과 계약한 영화 5편 중 3편에만 나오지 않았나? 즉, 트찰라는 어떤 식으로든 되살아날 것이다.

ⓒDisney/Marvel

2016년에 마블 시리즈에 동참했고 ‘스파이더맨: 홈커밍’ 주연까지 맡은 피터 파커는? 연기만 놓고 보면 ‘인피니티 워’에서 톰 홀랜드는 자기 최고의 연기를 보여주었다. 자신의 멘토 토니 스타크(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에게 자기는 죽음을 맞이할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항의한다. 하지만 별로 많이 생각해볼 필요도 없다. 스파이더맨은 죽었지만, 21세인 홀랜드는 이번 여름에 ‘스파이더맨’ 후속작을 촬영할 예정이라 한다.

또 있다. 머릿결이 좋은 캐릭터 버키 반스를 연기한 세바스찬 스탠은 마블 영화 9편에 출연하기로 계약했다고 알려졌다(9?! 시간이 된단 말인가?). 그는 이제까지 총 6편에 출연했다. 크레딧도 없이 카메오로 출연한 ‘앤트맨’과 ‘블랙 팬서’까지 합져도 6편인데, 아마 이 두 편은 포함되지 않을 것이다. 내년에 나올 ‘인피니티 워’ 후속작에서는 어벤져스 시리즈를 마무리짓게 된다. 그래도 스탠은 최소 두 편에 더 출연해야 한다. 이 정보에서 우리가 내릴 수 있는 결론은? 버키 반스는 돌아올 것이다. 제임스 건 감독에 의하면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는 2020년에 3편을 내놓고 단독 시리즈를 이어갈 것이라 한다. (‘고’ 스타로드 역의 크리스 프랫은 벌써 3편을 거론한 바 있다.)

ⓒDisney/Marvel

그런 식이다. ‘인피니티 워’의 끝에 살아남은 어벤져스들 대부분은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초기에 등장했다. 크리스 에반스(캡틴 아메리카)와 마크 러팔로(헐크)의 계약은 끝나가고 있고,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차기작 출연이 보장되지 않는 편당 계약을 해온지 오래다. 이들은 다음 어벤져스 영화에서 (아마도 되살아날) 다음 세대의 수퍼 히어로들에게 시리즈를 넘겨줄 수 있다. 다음 영화의 제목은 스포일러를 이유로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아마 이 죽음들과 관계가 있을 것이다.

나는 부활이 어떻게 이루어질 것인가보다는 부활이 일어날 거라고 생각할 충분한 이유가 있다는 점이 더 신경쓰인다. 그래서 원래 논점으로 다시 돌아오자면, 근본적으로 마블은 스토리텔링보다는 장사를 중시한다. 이 영화들에는 엄청난 예산이 들어간다. 한 편 당 3~4억 달러가 들어간다고 한다. ‘인피니티 워’는 역대 최대 제작비가 들어간 영화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몇 년 전부터 협상해야 한다. 내러티브의 미스터리가 들어갈 여지가 적을 수 밖에 없다. 어떤 캐릭터가 차기작에 나올지 알고 있는 이상, 죽음은 공허하다. 이 영화 후반의 3분의 1 정도는 관객을 속이려는 수작이다. 지난 주말 멀티플렉스에서 흘렀던 그 모든 눈물들? 유일한 진짜 목적은 당신이 내년에도 표를 사서 영화를 보게 하려는 것이다.

하지만 위험은 없다는 걸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원작 코믹 북에도 배턴을 넘기는 건 가끔 나온다. 예를 들어 제인 포스터라는 간호사가 새로운 토르가 되기도 했다. 그리고 어벤져스 시리즈는 보안 유지를 철저히 하지만, 공개되는 계약 관련 내용보다 우선시될 수는 없다. 트찰라의 놀라운 여동생 슈리가 블랙 팬서 역을 맡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보스만은 어떻게 계약을 지켜낼 것인가? (여기에 팬들의 이론을 들이대는 건 핵심을 벗어나는 일이다.)

코믹 북에서 시간대를 오가든, 플롯에 기발한 장치를 도입하든, 무슨 일이 일어나든 간에 마블의 영화는 영화로서 기능해야 한다.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처럼 10억 달러 가까이를 벌어들이는 영화라면 원작을 잘 아는 사람, 모르는 사람 모두를 대상으로 해야 한다. 하지만 시리즈가 계속되면서, 영화속 사건들의 순서는 영화 개봉 순서와는 점점 더 달라진다. 그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역사적으로 후속편, 프리퀄, 스핀오프들을 보면 캐릭터의 존재 여부가 시리즈의 큰 타임라인에 맞춰 따라갔다. 마블은 그러려는 노력조차 거의 하지 않는다. 어떤 플롯이 먼저 일어났는지를 관객이 파악하기 위한 가이드북이 필요해서는 안 된다. 차기작에 출연할 캐릭터들이 죽은 것으로 가장해서 믿기 힘들게 만들어서도 안된다. 나는 ‘가디언스 오브 갤럭시 Vol 3’이 ‘인피니티 워’보다 2년 후에 개봉하지만, 사실은 ‘인피니티 워’ 이전의 사건이라는 이야기는 듣고 싶지 않다.

ⓒDISNEY

‘스타워즈’와 비교해보자. 스타워즈의 세계는 여러 시간대를 오가지만, 영화의 제목을 보면 어느 시점인지 정확히 알 수 있다. 3부작들에는 번호가 붙어있고, 스핀오프에는 ‘스타워즈 스토리’라는 부제가 붙는다. 시간 순서대로 개봉하지는 않았어도 플롯과 캐릭터가 어떻게 맞아들어가는지에 대한 혼란은 없다. 마블의 영화들도 논리적 선을 따라갈 거라고 믿고 볼 수 있어야 한다. 원래 속편이란 게 그런 것 아닌가. 마블의 ‘시네마틱 유니버스’라고 해서 그러지 않아도 된다는 법은 없다.

‘인피니티 워’에서 주요 캐릭터들을 잔뜩 죽인 것은 프랜차이즈에 대한 헐리우드의 집착을 보여주는 싸구려 본보기다. 디즈니는 내년에도 관객들이 몰리리란 걸 안다. 당신은 어쩌면 다음 주말에 ‘인피니티 워’를 또 보러 갈지도 모른다. 영리하고 말이 되는 스토리텔링을 보고 싶어하는 나는 지쳤다.

이런 자본주의적 재앙에서 누군가 우리를 구해달라. 슈퍼히어로가 아닌 사람이었으면 한다.

*허프포스트US의 ‘The End Of ‘Avengers: Infinity War’ Is What Happens When Money Writes Movies’ 를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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