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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전국 모든 야구장에서 '선수 등장곡'을 들을 수 없었던 이유

10개 구단이 공동 대응에 나섰다.

  • 허완
  • 입력 2018.05.01 21:46
* 사진은 본문 내용과 관련 없는 자료사진입니다.
* 사진은 본문 내용과 관련 없는 자료사진입니다. ⓒ뉴스1

″선수 등장곡이 나올 때마다 항상 따라불렀는데 안나오니까 허전하네요.”

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KT위즈와 두산 베어스 시즌 4차전을 찾은 권윤희(29·회사원)씨는 아쉬움을 토로했다. 저작인격권 침해 논란으로 선수 등장곡 사용이 잠정 중단된 첫날, 선수가 등장할 때마다 구장을 가득 메웠던 노래가 나오지 않은 탓이다. 

2012년 이후 한 달에 한두 번씩 야구장을 찾는다는 권 씨는 ”선수 등장곡이 나올 때마다 흥얼거리며 따라 불렀는데 이제 그러지 못해 아쉽다”고 말했다. 

OB 베어스(두산의 전신) 시절부터 가족 전체가 두산 베어스 팬이었다는 윤동현(21·대학생)씨도 비슷한 반응을 내비쳤다. 윤 씨는 ”그 선수만의 곡이 있었는데 (없어지니) 아쉽고 허전하다”며 ”특히 양의지가 등장할 때 나오는 박재범의 ‘좋아’를 좋아했다”고 말했다.

이날 두산 응원단은 두산 타자가 타석에 나올 때 기존의 등장곡을 쓰는 대신 저작권 문제가 없는 팡파르를 짧게 틀고 곧바로 응원가로 넘어갔다. 두산 응원단 관계자는 ”저작권 없는 음악으로 대체했다”며 ”오래 (야구장에) 다니신 분들은 허전해 하실 것 같다”고 말했다.

 

* 사진은 본문 내용과 관련 없는 자료사진입니다.
* 사진은 본문 내용과 관련 없는 자료사진입니다. ⓒ뉴스1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지난달 30일 ”선수 등장곡의 일부 원작자가 최근 구단에 저작인격권 관련 소송을 제기하면서 협회와 구단이 법적으로 공동 대응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한 선제조치로 이날(1일)부터 10개 구단은 구장에서 선수 등장곡 사용을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 

프로야구에서 응원가를 둘러싼 저작인격권 침해 논란이 처음 일어난 건 지난 2016년. 프로야구 10개 구단은 응원가 원작자와 개별적으로 합의하거나 창작곡으로 대체하면서 저작권 문제를 해결해 왔다. 

그러나 최근 일부 원작자들이 ‘저작인격권’ 관련 소송을 제기하면서 저작권 논란이 다시 불거졌다. 

KBO에 따르면 지난달 초 21명의 작사·작곡가들이 삼성 라이온즈를 상대로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저작인격권 관련 공동소송 소장을 접수했다. 히트곡 제조기라 불리는 유명 작곡가도 이 소송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해 KBO와 10개 구단이 공동 대응키로 했다. 

이번 논란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건 응원가가 아닌 ‘선수 등장곡’이다. 등장곡은 편곡이나 개사 없이 원곡의 일부를 그대로 트는데 이것조차 저작인격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저작물이 원형 그대로 존재해야 하는 동일성유지권이 침해됐다고 본 것이다.

KBO 관계자는 ”지금까지 응원가로 사용한 음원에 대한 저작권료를 지불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과거 음원사용에 대한 보상까지 요구해 난감한 상황”이라며 ”구단 개별 문제가 아닌만큼 법적으로 공동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0개 구단이 한국음악저작권협회·한국음악실연자연합회·한국음반산업협회에 제공한 총 저작권 사용료는 2억원 후반에서 3억원 초반 수준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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