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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 기사들은 근로자의 날에 쉬지 못한다

이들은 노동자이지만 노동자가 아니다

“근로자의 날이요? 쉰다고 생각도 안했어요”

5월1일 근로자의 날. 이날은 노동자의 열악한 근로조건을 개선하고 지위를 향상시키기 위해 각국 노동자자들이 연대의식을 다지는 날이다.

하지만 강원 강릉시의 한 택배회사에서 택배기사로 일하는 김모씨(44)에게는 어제와 똑같이 택배를 나르는 날일뿐이다. 김씨는 누가 봐도 노동자이지만 특수형태근로종사자를 의미하는 특수고용노동자로 형식상 사업자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특수고용노동자는 보험설계사, 학습지교사, 퀵서비스 배달기사, 대리운전자, 택배기사 등 형식상 ‘사업자‘로 분류되는 노동자다. 현행법은 이들을 근로자와 자영업자의 중간단계로 보고 ‘근로기준법’을 적용하지 않는다.

김씨는 오전 6시부터 출근해 하루 종일 배정받은 택배를 쉴 틈 없이 배달할 뿐이다. 근로자의 날에 대해서 아예 모르는 건 아니지만 매년 똑같이 일해 왔기에 무덤덤하다.

 

 

ⓒBloomberg via Getty Images

 

김씨는 “근로자의 날이요? 오늘이 근로자의 날 인건 알지만 어차피 쉬어본 적이 없으니까 쉰다는 생각도 안했다”며 “배달할 양이 별로 없으면 오후 8시면 퇴근하지만 오늘이 또 일이 가장 많은 화요일이다. 일찍 퇴근하긴 글렀다”고 말했다.

작업장에는 강릉 전역으로 배달될 크고 작은 택배들이 가득차 있었다. 택배 기사들은 빠르게 배달하기 위해 택배차에 택배를 실고 있었다. 이들은 오전 7시30분까지 출근해 한 사람당 하루 200~300개의 택배를 배달한다. 배달 양이 많으면 새벽까지 배달해야 퇴근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들은 이날이 법적으로 쉴 수 있는 날이라 해도 일한다고 말한다.

이모씨(50)는 “사실 근로자의 날에 쉬는 사람들이 부럽다는 생각도 안든다. 하루 쉬면 내 일거리가 쌓이는 건데 쉴 생각이 안 든다”며 “진짜 먹고 살기 위해 일하는 것 같다”고 말하며 묵묵히 택배를 차에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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