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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밀담'을 엿들은 새는 모두 13종이었다

"한반도의 여름을 대표하는 새는 모두 나왔다."

  • 허완
  • 입력 2018.05.01 15:37
  • 수정 2018.05.01 16:03
ⓒ한국공동사진기자단

27일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의 ‘하이라이트’는 도보다리에서 이뤄진 산책과 벤치 대화였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40분 동안 배석자 없이 밀담을 나눴다. 이 과정은 텔레비전을 통해 전 세계에 생중계됐지만 대화 내용은 들리지 않은 채 새소리만 가득했다. 어떤 새들이 이 세기적인 밀담을 ‘엿들었을까’.

새소리 전문가인 하정문 서울대 행동생태 및 진화연구소 박사는 30일 “40분 동안 영상에 녹음된 소리로 확인할 수 있는 새는 모두 13종이었다”며 “한반도의 여름을 대표하는 새는 모두 나왔다”라고 말했다.

두 정상이 도보다리로 이동할 때 멀리 ‘꿔∼꿩’하는 꿩 우는 소리와 함께 빠른 속도로 짹짹거려 구르는 듯한 방울새 소리가 들렸다. 높은음으로 ‘끼끼끼끼끼∼’하는 독특한 청딱따구리 소리도 울려 퍼졌다.

 

도보다리 정상회담 자리에 낭랑하게 울려퍼진 새소리의 주인공 되지빠귀. 
도보다리 정상회담 자리에 낭랑하게 울려퍼진 새소리의 주인공 되지빠귀.  ⓒ한겨레/국립생물자원관
청딱따구리.
청딱따구리. ⓒ뉴스1
오색딱따구리.
오색딱따구리. ⓒ뉴스1

 

김정은 위원장이 벤치에 앉아 북한 쪽 취재기자를 물리쳤을 때, 본격적인 단독 대화의 시작을 알리려는 듯 크고 맑은 새소리가 한동안 들렸다. 네티즌들이 “청아하다” “예쁘다”고 평한 이 소리의 주인공은 흔치 않은 여름 철새인 되지빠귀였다. 5∼6월 산란기를 앞두고 짝을 찾아 목청껏 노래하는 이 새는 한반도를 비롯해 동북아에 서식하며 크고 아름답게 지저귀는 것으로 유명하다.

대낮인데도 소쩍새가 “솥 적다”며 풍년을 예고했고, 산솔새도 이곳이 숲임을 알렸다. 섬휘파람새, 오색딱따구리, 알락할미새 같은 도시에서 쉽게 보지 못하는 새는 물론 우리에게 익숙한 박새, 직박구리, 멧비둘기, 붉은머리오목눈이도 소리로 존재를 드러냈다.

하 박사는 “강을 끼고 있는 산자락 생태계에서 일반적으로 볼 수 있는 새들”이라며 “디엠지(DMZ) 생태계의 이미지와는 다르다”라고 설명했다. 물론 짧은 시간 동안 관찰한 것이어서 실제 다양성은 더 높을 수 있다. 이인식 우포 자연학교장은 “새들의 활동이 뜸한 오후에 이 정도라면 새벽에는 더 많은 새가 나올 것”이라며 “요즘 우포늪의 새벽에 보는 15종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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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환경 #남북 정상회담 #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