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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언론사 사장…대한항공, 등급 매겨 편의 봐줬다

주요 인사 코드 문건이 나왔다.

  • 강병진
  • 입력 2018.04.30 15:39
  • 수정 2018.04.30 15:42
ⓒBloomberg via Getty Images

대한항공이 ‘주요 인사 관리 리스트’를 만들어 고위층 인사들에게 출·입국 시간 등을 단축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편의를 제공해 온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인사와 그의 수하물이 종종 보안검색도 하지 않고 통과됐다는 증언도 나왔다. 의전을 받는 대상이라고 해도 신분 확인 등의 절차를 제대로 거치지 않으면 보안관리 규정 위반으로, 관세법 위반에 해당한다.

30일 <한겨레>가 입수한 대한항공 내부 ‘주요 인사 코드(Code)’ 문서와 취재 내용을 종합하면, 대한항공은 주요 인사들을 에이(A) 1부터 에이 3까지 세 등급으로 구분해 별도로 관리해왔다. 문서를 보면, 가장 높은 등급인 ‘에이 3’에는 전·현직 3부 요인을 비롯해 주요 언론매체(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한국일보, 매일경제, 연합뉴스, KBS, MBC, SBS, YTN) 회장·사장단, 경제 5단체장이 포함되어 있다. ‘에이 2’ 등급에는 국회의원 및 장·차관급 이상, 시중 은행장과 재계 30대 그룹의 비오너 그룹, 주요 언론매체(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KBS, MBC, SBS) 편집·보도국장과 주요 국립·사립대 총장 등이 이름을 올렸다. 항공사를 관리·감독할 위치에 있는 항공교통심의위원도 포함돼 있다.

끝으로 ‘에이 1’은 주요 정부부처 팀장급 이상 및 국토교통부 주요 실무자, 종교계 인사, 100대 기업 사장이 수혜 대상이다. 대한항공 내 상무급 이상 및 그룹사 사장단은 ‘KIP’(Koreanair Vip) 등급으로 분류됐다.

'한겨레'가 입수한 대한항공 ‘주요 인사 코드(Code)’ 문건.
'한겨레'가 입수한 대한항공 ‘주요 인사 코드(Code)’ 문건.

대한항공에서 일했던 직원 ㄱ씨는 “대한항공에는 ‘마스팀(MAS·Meet And Assist)’이라고 하는 사내 의전팀과 수하물 관리팀 등이 있는데, 이들이 공항에 상주하면서 주요 인사들을 관리했고 출·입국 절차가 빨리 진행되도록 편의를 제공해 왔다”며 “브이아이피(VIP)에 대해서는 보안 검색을 어느 정도 간소화해줘야 한다는 분위기가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직원 ㄴ씨는 “주요 인사들이 공항에 도착하면, 대한항공 직원들이 나와서 비행기를 탈 때까지 따라다니면서 안내한다. 수하물 대리 운반 서비스 등이 제공되다 보니, 몸 검색이나 수하물 검색 등이 (일반인보다) 대충 이뤄진다. 안전보다 의전이 먼저였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항공사가 제공한 불공정한 편의가 일부 인사들한테 적용되는 ‘특혜’로 변질되면서 공항 안전망까지 위협받고 있는 셈이다.

대한항공 쪽은 ‘주요 인사 코드(Code)’ 문건의 존재를 인정하면서도 “주요 인사들의 빠른 출입국 수속을 돕기 위해 안내하는 차원이고, 일반적인 의전 서비스를 제공할 뿐 특혜는 없다”고 해명했다.

그간 ‘관행’으로 간과돼온 일부 주요 인사들의 특권 의식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항공사 입장에서 공무원이나 국회의원, 언론사 등에서 의전 서비스를 부탁하면 거절하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며 “김영란법 시행 이후 많이 줄어들긴 했지만, 여전히 의전 서비스를 요구하는 일부 지도층이 있다. 이번 기회에 인식이 바뀔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지난 7일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김포~제주 노선을 이용하면서 신분증 확인 절차 없이 국내선 항공기를 타 비난 여론이 들끓었다. 김 원내대표는 당시 탑승 시간에 임박해 공항에 도착했고, 대한항공 쪽에 부탁해 미리 발권받은 탑승권을 소지하고 출발장에 들어갔다. 이때 신분증을 제시하지 않아 보안검색 직원이 막아섰지만, 의전실 직원이 김 원내대표 신분을 보장해 그냥 통과해 논란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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