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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에게 섣불리 노벨상을 주지는 말아야 하는 이유

협상이 실제로 이뤄진다면, 주역은 한국일 것이다.

ⓒJonathan Ernst / Reuters

남북 정상 회담이 이루어졌다. 이보다도 더욱 역사적일 만남이 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의 만남을 우리는 기다리고 있다. 여기에 도사리고 있는 위험이 세 가지 있다.

하나, 진정한 돌파구가 생기고 트럼프가 정치적 인정을 받는 것이다. 뉴욕 타임스의 모린 도드는 트럼프가 노벨 평화상을 받는 게 아니냐고 했다. 빈정거리는 것이긴 했지만, 실현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었다.

정반대의 위험은 트럼프가 협상을 너무나 간절히 원해 바보처럼 속아넘어갈 경우이다. 보수 논객들이 이를 경고한 바 있다. 위클리 스탠다드의 스티븐 F. 헤이스는 “트럼프가 지난 주에 한 말을 보면 그는 농락되기 쉬운 호구이다. 트럼프는 김정은이 ‘아주 공개적이었으며 지금 상황을 볼 때 훌륭하다’고 말했다. 김정은은 어느 모로 보나 훌륭하지 않다.”고 말했다.

세 번째는 정상 회담에서 트럼프가 특유의 짜증을 부려, 김정은의 말에 화를 내며 나가 버릴 경우다. 그렇다면 세계에서 가장 불안한 곳 중 하나인 북한의 긴장을 완화할 귀한 기회를 날려버리게 된다.

물론 트럼프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사람이다. 남북 정상 회담 직후 트럼프는 경험있는 외교관이 할 법한 충고와는 정반대 행동을 했다. 기대치를 엄청나게 높인 것이다. 4월 20일 오전(미국 시간)에 트럼프는 어리석은 트윗을 올렸다. “한국 전쟁이 끝난다!!!!”

 

한국 전쟁이 끝난다!!!! 미국, 위대한 모든 미국인들은 지금 한국에서 일어나는 일을 아주 자랑스러워 해야 한다!

 

일이 잘 풀리지 않는다면 트럼프는 다시 ‘작은 로켓 맨’을 비난하는 트윗을 쓸까? 지난 주에 즐거워하며 썼던 트윗을 기억하기는 할까?

현실적으로 이 위험들을 검토해 보자. 만약 한국의 평화가 진전된다면, 역사는 트럼프가 핵 공격으로 위협하며 김정은에게 트럼프가 자기보다도 더 미친 인간일 수 있다는 신호를 준 것을 어느 정도 인정해 줄지도 모른다. 하지만 협상이 가능하다면, 그건 트럼프의 공이라기보다는 다른 우연의 일치가 드물게도 일어났기 때문에 가깝다.

그중 하나가 북한 경제에 심각한 영향을 주기 시작한 경제 제재다. 비교적 최근 정상 자리에 오른 김정은은 오랫 동안 고통 받아온 북한 주민들에게 번영을 가져다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 주민들 역시 남한의 놀라운 경제 상황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다. 문재인이 집권하여 동계올림픽에 초청하는 등 북한에 접근한 것 역시 영향을 미쳤다.

미국이 전세계에 개입하는 것을 예전부터 비판해왔던 미국인들이라면 이 외교의 두 주요 플레이어가 김정은과 문재인이라는 사실을 반길 것이다. 이들은 분단된 한국에 대해 미국보다 훨씬 더 잘 알고 있고, 평화 협상 역시 미국보다는 이들에게 더 중요하다.

일종의 협상이 실제로 이뤄진다면, 주역은 한국일 것이다. 트럼프가 할 수 있는 것은 축복을 내리거나 망치거나 둘 중 하나일 뿐이다.

다른 위험은 어떨까? 기대감은 높아졌지만, 트럼프와 김정은이 만난다고 해서 최종적인 결론이 나오지 않을 것임은 분명하다. 남북의 진정한 화해, 비핵화된 한반도로 가는 길은 남북이 복잡한 외교 관계를 통해 계속 이루어나가야 하고 강대국들이 보증인 역할을 해야 한다. 여러 사람들이 지적했듯, 북한 지도자들은 예전에도 이런 제안을 했다가 발을 빼곤 했다.

남한의 새로운 역할, 경제 및 외교의 정상화에 대한 김정은의 바람 때문에 이번에는 가능성이 조금 더 커보인다. 하지만 비핵화의 구체적 내용이 어떻게 될지, 어떤 사찰 체계가 도입될지는 늘 그렇듯 골치아픈 문제다.

그래서 또다른 위험이 생긴다. 북한과의 협약은 트럼프가 몹시 싫어하는 이란 핵 협약과 아주 비슷할 것 같다. 북한은 이란보다도 더 믿기 힘든 상대고, 독재 정치의 강도도 훨씬 더 심하다.

물론 트럼프는 일관성이 강한 사람은 아니지만, 김정은을 신뢰하고 약속을 지키리라 믿을까? 또한, 믿어야 하나?

ⓒHandout . / Reuters

 

이 시대에는 리얼리즘 대외 정책에 기반한 외교 정책이 필요하다. 미국이 싫어하는 가치를 지닌 정권과도 실용적으로 협상을 해야 한다는 뜻이다. 세계를 미국의 이미지로 뒤바꿀 능력이 미국에겐 없기 때문이다.

민주주의와 인권을 전세계에 수출하자는 이상적인 비젼을 품었던 빌 클린턴과 버락 오바마 때와는 극적으로 달라져야 하고, 정권 교체를 꿈꾼 조지 W. 부시의 비젼도 거부해야 한다. 리얼리즘에 기반한 대외 정책에는 어려운 문제가 뒤따르며, 재빠르고 복잡한, 참을성있는 외교도 필요하다. 이 역시 트럼프의 강점은 아니다.

세계에서 가장 끔찍한 정권 중 하나인 북한과 미국의 관계 개선이 가능은 할까? 미국이 그걸 원할까? 슬프게도 그 답은 ‘예스’다. 미국은 북한 정권을 바꾸거나 파괴하지 않아야 하며, 고립도를 낮추면 시간이 흐름에 따라 북한이 완화될 수 있을 거라는 추측도 있다. (이 가설이 중국 경우 실패하긴 했다.)

현재 세상엔 폭력적인 정권들이 많다. 사우디 아라비아와 터키 등 미국의 동맹국도 포함된다. 미국은 급진적 이슬람주의자들이 있는 파키스탄과도 간헐적으로 정보 파트너십을 맺는다. 시리아의 잔혹한 정권을 인정해야 할지, 파괴하려 해야 할지도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트럼프는 강렬한 냉소를 퍼붓는다. 이는 훌륭한 리얼리즘 대외 정책의 전제 조건이다(헨리 키신저를 보라). 그러나 세계 지도자들 중 이런 정책을 성공적으로 시행할 수 있는 사람을 꼽는다면 트럼프는 꼴찌에 가까울 것이다. 블라디미르 푸틴과의 관계가 좋은 예다.

트럼프가 푸틴에게 접근한 것이 점점 더 권위주의적이 되어가는 러시아와의 고르파체프 이후 새로운 협약을 위해서라면 이야기가 달랐을 것이다. 미국인들은 푸틴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러시아의 정당한 이익을 인식하고 긴장을 낮추는 건 바람직하다. 하지만 트럼프가 러시아와 가까워졌던 것은 자기 사업을 위한 순전한 기회주의였다. 그 관계는 정치적 목적을 위한 순전한 기회주의로 바뀌었다. 그 대가로 미국이 얻은 것은 아무것도 없다. 러시아는 주저않고 미국 대선에 개입했다.

한반도 평화 협상이 어떤 방향으로 갈지 예측하긴 어렵다. 계속 진전된다 해도 오래 걸릴 것이라는 것만큼은 분명하다. 섣불리 노벨상을 주지는 말아야 한다.

*허프포스트US 글을 번역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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