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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정상 45분간 친교대화…이례적 ‘공개 밀담’

도보다리 산책은 배석자 없는 두 정상의 ‘단독회담’에 가까웠다.

27일 오후 4시36분부터 이뤄진 남북 두 정상의 ‘친교 산책’은 이번 회담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로 꼽혔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오후 남북정상회담을 시작하기 전에 수행원 없이 45분가량 ‘도보다리’를 산책했기 때문이다. 도보다리 산책은 배석자 없는 두 정상의 ‘단독회담’ 성격에 가까웠다.

ⓒ한국공동사진기자단

두 정상은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소떼 방북 경로인 소떼길에서 함께 소나무를 심은 ‘공동식수’ 직후 도보다리 산책에 나섰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도보다리 쪽으로 나란히 걸으며 서로 담소를 주고받았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진지한 표정으로 손짓을 섞어가며 대화를 나누며 중간중간 서로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다. 생중계 화면에서 두 정상의 대화 내용은 들리지 않았고, 새소리가 소리를 대신 채웠다.

티(T)자형의 파란색 도보다리를 걷던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도보다리 끝에 있는 군사분계선 표식물 앞에 잠시 멈춰섰다. 도로다리 확장 부분에 있는 군사분계선 표식물은 설치 당시에는 황색 바탕에 검정색으로 ‘군사분계선’ ‘0101’이라고 표기돼 있었으나 현재는 녹슬어 아무런 글자도 남아있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왼손으로 표식물을 만지기도 했고, 김 위원장도 표식물을 바라보며 얘기를 나눴다.

ⓒ한국공동사진기자단

이어 양 정상은 군사분계선 표식물 왼쪽에 마련된 탁자에 앉아 약 30분 가량 배석자 없이 단둘이 얘기를 나눴다. 책상을 앞에 두고 나란히 앉은 두 정상의 간격은 1m도 채 되지 않아 보였다. 문 대통령이 말을 할 때 김 위원장은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고, 대화 중간에 바로 앞에서 사진찍은 북한 쪽 기자를 향해 웃으면서 자리를 비키라는 얘기를 하기도 했다. 짧지 않은 시간 동안 문 대통령은 손짓을 섞어가면서 얘기를 했고, 김 위원장은 심각한 표정으로 듣다가 중간중간 웃기도 했다. 30분간 ‘공개된 밀담’은 문 대통령보다는 김 위원장의 발언이 더 많아 보였다. 두 정상은 오후 5시12분 자리에서 일어나 ‘평화의 집’으로 이동했다. 남북 수행원들이 기다리고 있는 소떼길 쪽으로 돌아온 김 위원장은 웃으면서 “많이 기다렸습니까”라고 먼저 웃으며 얘기를 건넸다. 두 정상이 평화의 집에 도착한 건 5시19분이다.

‘도보다리’는 정전협정 직후 중립국감독위원회(당시 체코·폴란드·스위스·스웨덴)가 임무 수행을 위해 짧은 거리를 이동할 수 있도록 습지 위에 만들어진 다리다. 비가 많이 올 때 물골이 형성돼 멀리 돌아가는 불편을 없애기 위해 1953년과 1960년 사이에 설치됐다고 한다. 과거 유엔사령부에서 부르던 ‘풋 브리지’(foot bridge)를 우리말로 그대로 번역하면서 ‘도보다리’로 부르게 됐다. 청와대 쪽은 이번 남북정상회담을 준비하면서 원래 일자형이던 도보다리를 ‘티(T)자형’으로 만들어 군사분계선 표식물이 있는 곳까지 연결했다고 설명했다. 군사분계선 표식물은 임진강 하구에서 0001호가 시작해 동해안 마지막 1292호까지 200m 간격으로 약 250km에 걸쳐 설치돼 있다. 도보다리 확장 부분에 있는 군사분계선 표식물은 101번째다. 청와대는 “남북 분단의 상징이었던 군사분계선 표식물 앞에까지 양 정상이 산책한다는 것 자체로 의미가 있다”며 “특히 남북 정상이 배석자 없이 함께 담소를 나눌 수 있는 사실상 단독회담으로 도보다리가 ’평화, 새로운 시작의 역사의 현장이 되길 진심으로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2000년 김대중 당시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평양 순안공항에서 백화원 영빈관에 이르기까지 차량에 함께 타 ‘밀담’을 나눈 바 있다. 당시 김 위원장은 순안공항으로 김대중 대통령을 맞으러 나가 의장대 사열을 진행한 뒤 차량에 함께 탑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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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김정은 #남북정상회담 #도보다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