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빌 코스비가 재심에서 성폭력 유죄평결을 받다

검찰측 최종 발언 내내 코스비는 미소를 짓고 있었다.

  • 김도훈
  • 입력 2018.04.27 12:02
  • 수정 2018.04.27 12:05
ⓒDOMINICK REUTER via Getty Images

코미디언 빌 코스비(80)의 성폭행 혐의 재판에서 4월 26일에 펜실베이니아주 몽고메리 카운티 배심원단은 유죄를 인정했다.

2004년에 안드레아 콘스탠드(44)에게 세 번 약을 먹이고 성폭행한 혐의에 대한 재심이었다. 콘스탠드는 코스비의 모교인 템플 대학교 여성 농구팀 코치였다. 코스비가 그녀를 성폭행할 당시 코스비는 대학 이사였으며 주요 기부자였다.

“이 사건은 배심원단에겐 정말 보기 드문 사건이었다. 많은 희생을 했지만, 정의를 위한 희생이었다.” 스티븐 오닐 판사가 평결 발표 후 배심원들에게 말했다.

코스비의 선고 일자는 정해지지 않았다. 각 성폭행 건마다 5~10년형이 내려질 것으로 보인다. 코스비는 최대 30년형까지 선고받을 수 있지만, 5년형에 불과할 수도 있다.

유죄 평결이 내려지자 법정의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고 한다. 코스비에게 성폭력을 당한 것으로 알려진 ‘코스비 쇼’에 출연했던 여배우 릴리 버나드와 친구 캐롤라인 헬드먼은 울며 서로 끌어안고 법정에서 나왔다.

코스비는 보석 취소를 요구하는 검사들에게 반발했다. 케빈 스틸 검사는 코스비가 비행기를 가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코스비는 “비행기는 없어, 개자식아!”라고 외쳤다고 한다.

ⓒBrendan McDermid / Reuters

콘스탠드는 미소를 지은 채 법정을 나오며 친구와 가족들을 껴안았다. 코스비는 대변인 앤드류 와이어트의 팔에 매달려 서둘러 법정에서 나왔다.

유죄 평결 후 코스비의 피해자들은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것은 여성들의 승리다. 남녀 성폭력 생존자 모두의 승리다.” 버나드의 말이다.

다른 피해자 재니스 베이커-키니는 ‘정당함을 인정 받은’ 기분이었다고 말했다.

“우리는 정당함을 인정받았고 인증을 받았다. 이제 우리는 여성의 힘과 정의의 쓰나미의 일부다. 우리는 닥치지도 사라지지도 않을 것이다. 받아들여라!”

코스비에게 피해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여성 33명을 맡고 있는 변호사 글로리아 올레드 역시 발언했다.

“여성들의 말이 믿음을 받는다고 드디어 말할 수 있어 너무나 기쁘다. 미투 해시태그 뿐 아니라 선서하고 정직하게 증언한 법정에서, 공격과 폄하와 신빙성 상실을 당하던 법정에서도 믿음을 받게 되었다. 모든 것을 고려해볼 때, 여성들은 드디어 믿음을 받는다.”

올레드는 증인 중 하나인 첼란 라샤의 성명을 읽었다. 라샤의 성명은 코스비의 과거 잘못에 대한 증거로 사용되었으며, 코스비의 행동양식을 확정하는데 사용되었다. “악몽과 눈물의 32년이 끝났다.” 라샤의 성명이다.

코스비의 변호사 톰 메세로는 이번 평결에 “크게 실망했다”며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며 변호인단은 이 평결에 항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작년 6월, 배심원단은 혐의에 만장일치 결정을 내리지 못했고 판사는 무효 재판을 선언했다. 코스비는 2006년에 민사 소송 합의금으로 콘스탠드에게 340만달러를 주었다고 한다.

강간・학대・근친상간 전국네트워크(The Rape, Abuse & Incest National Network)는 성명을 내 배심원단의 결정을 지지했다.

“RAINN은 이 사건에서 배심원단의  결정을 기쁘게 생각한다. 이러한 범죄 피해자들의 신고를 막는 여러 가지 힘들이 있다. 이번 사건으로 피해자들이 가해자가 법의 심판을 받으면 진정 변화가 있다는 것을 깨닫고 앞으로 나설 힘을 얻길 바란다.”

ⓒPOOL New / Reuters

크리스틴 페덴 검사가 최종 발언에서 “신뢰, 배신, 동의 능력 상실에 대한 사건이라는 것을 기억하라.”고 말했다고 데드라인이 보도했다.

스튜어트 라이언 검사는 최종 발언에서 “우리 모두가 안드레아 콘스탠드를 지지하며 그가 했던 일에 대한 진실을 말해야 할 때다.”고 말했다.

검찰측 최종 발언 내내 코스비는 미소를 짓고 있었다고 알려졌다. 페덴은 발언 중 코스비의 능글맞은 웃음을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마치 재미있다는 듯 웃고 있다. 하지만 그들이 동의할 수 있는 능력을 빼앗겼던 것은 조금도 재미있지 않다.”

변호인단측 최후 변론에서는 최근의 미투 운동을 비난하여 배심원단을 흔들려고 시도했다.

“감정과 분노에 기반한 운동에 동참해도 바뀌는 것은 없다. 모든 사건을 각각의 정황에 따라 관찰해야 하는 이유다. 모든 증거를 다 검토해야 한다.” ABC 뉴스가 전한 캐슬린 블리스 변호사의 발언이다.

“성폭력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전세계적 문제다. 하지만 고소인에게 의문을 제기하는 것은 피해자에게 수치를 주는 일이 아니다. 직감은 이성적 결정이 아니다. 중우정치는 정당한 법 절차가 아니고, 우리 역사에서 정말 끔찍한 범죄들이 있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우리에겐 감정과 공포가 우리를 압도했던 정말 끔찍한 시기도 있었다. 마녀사냥, 린치, 맥카시즘이다.”

이번 재판은 작년과 조금 달랐다. 오닐 판사는 콘스탠드와 비슷한 주장을 하는 혐의 제기자 5명의 증언을 허용했다. 코스비의 과거 비행 증거로 사용되었으며, 검찰측은 이를 통해 코스비의 약탈적 행동 패턴을 보였다.

다섯 명의 증인은 슈퍼 모델 재니스 디킨슨, 하이디 토마스, 라이스-롯데 루블린, 베이커-키니, 라샤였다.

디킨슨은 코스비가 캘리포니아주 타호 호의 호텔에서 저녁 식사를 한뒤 약을 먹이고 강간했다고 증언했다.

“미국의 ‘국민 아버지’가 내 위에 있었다. 자녀 다섯을 둔 유부남인 그였다. 나는 이게 얼마나, 정말 얼마나 잘못된 일인가 생각했던 게 기억난다.” 디킨슨은 증언 후 “얼굴을 후려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코스비의 변호인단은 무효 재판으로 만들려 했으나 실패했다. 4월 11일에 눈에 띄게 감정이 격해진 라샤는 코스비가 1986년에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자신에게 약을 먹이고 공격했다고 증언했다. 당시 그녀는 17세였다.

라샤의 증언 다음은 점심 휴식시간이었다. 라샤는 코스비를 보며 “당신이 무슨 짓을 했는지 알잖아” 또는 “기억하죠, 코스비 씨?”라고 말했다는 보도들이 있었다. 오닐은 변호인단의 무효 재판 요청을 기각했다.

3주에 걸친 이 재판은 긴장이 고조된 미투 운동 시대의 첫 유명인 성폭력 재판이다.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의 법원 밖에서 수십 명이 모여 시위를 벌였다.

ⓒNurPhoto via Getty Images

시위자 중 1990년대에 ‘코스비 쇼’에 출연했던 니콜 로첼은 재판 첫 날 법정 밖에서 코스비에게 덤벼들었다. 로첼은 상의를 벗고 있었고 온몸에 코스비의 피해자 이름들을 써놓았다. 가슴에는 ‘여성의 삶은 중요하다’(Women’s lives matter)라고 썼다.

“그는 수십 년간 여성의 몸의 권력을 빼앗아온 남성이다. 그게 거론되지 않는 것 같다. 이 사건은 인종이라는 맥락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는 피해자로 그려진다. 나는 이건 강간에 대한 것이라고 강조하고 싶다. 그를 불편하게 만들고, 사람들이 여성의 신체에 대해 생각하도록 만들고 싶다.” 당시 로첼이 피플에 한 말이다.

코스비가 무죄라고 주장하는 시위자들도 있었다. 한 시위자는 코스비가 유죄 판결을 받으면 ‘대규모 시위’가 일어날 거라고 경고하는 전단지를 재판 내내 배부했다.

코스비에게 성폭력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여성은 50명이 넘는다

. 이중 상당수는 코스비가 약을 먹이고 강간했다고 말한다.

*허프포스트US 글을 번역한 것입니다. 

저작권자 © 허프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관 검색어 클릭하면 연관된 모든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미투 #엔터테인먼트 #여성 #성폭력 #성폭행 #코미디언 #빌 코스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