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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4월 26일 18시 08분 KST

안전까지 위협하는 대한항공의 '승무원 쥐어짜기'

직원뿐만 아니라 승객의 서비스와 안전도 갉아먹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5일 “9개 국적 항공사 비행근무시간 특별점검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항공기 객실 승무원의 연차사용률은 평균 62%였다. 대한항공은 50%로 평균을 하회했으며 이스타항공은 28%에 불과했다.

국토부는 대한항공이 ”객실 승무원의 연차 사용을 제한한 사실”도 확인했다. 국토부는 이에 대해 ”항공사들이 자체 개선방안을 내놓아야 한다”면서 ”제대로 된 개선 방안이 나오지 않을 경우 운항노선을 배분할 때 불이익을 줄 방침”이라고 언급했다.

대한항공의 연차사용과 과로 문제는 이날 처음 제기된 게 아니었다. 작년 12월 JTBC는 대한항공 승무원의 남은 연차가 100일 넘기도 했다는 단독보도를 냈고 올 1월, 매일경제는 ″대한항공, 승무원 연차 불만 폭주하자…대응책 마련?”이라는 기사를 내며 연차사용 실태를 언급했다.

문제가 대두되자 대한항공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았다. 바로 탑승 승무원 수를 줄이는 것. 대한항공은 3월, 이같은 방침을 공식적으로 발표하며 ”승무원을 줄이면 비번 기회가 늘어나 연차 사용이 보다 쉬워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대한항공이 탑승 승무원 인원 감축을 언급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이 계획을 ‘보류’하겠다고 밝혔다.


말로만 ‘풀 서비스 항공사’

현행 항공법 시행규칙 제218조는 항공기 승무원의 최소 탑승 인원을 규정한다. 20석 이상 50석 이하는 최소 한 명, 다음부터 매 50석당 한명씩 늘어난다. 예를 들어 200명을 넘게 태우는 보잉 737-900기의 경우는 최소 5명이 탑승해야 한다.

주로 단거리 노선만 운영하는 저비용 항공사(LCC)의 경우는 최소 인원만 태우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다. 반면 대한항공은 늘 최소인원보다 더 많은 승무원이 탑승했다. 이유는 크게 두가지로 볼 수 있다. 대한항공은 FSC(Full Service Carrier)로 분류된다. 저비용 항공사에 비해 제공하는 서비스가 다르다. 중장거리 노선은 기내식만 두 번 제공한다. 고객이 요청하면 언제든 식음료도 갖다 준다. 애초에 제공하는 서비스의 양이 저비용항공사보다 많기 때문에 최소 탑승인원으로는 제대로 응대하기 힘들다. 저비용 항공사와 같은 인원으로 운영해도 저비용 항공사보다 승무원의 피로도가 더 심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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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 문제도 있다. 만약 객실에 비상상황이 생기는 경우, 승객의 안전을 책임지는 승무원이 하나라도 더 많아야 한다. 특히 만약 해당 승무원 중 한 명이 제대로 업무를 수행할 수 없을 경우에도 무리 없이 응급상황에 대처하기 위해서라도 여유 있게 승무원이 탑승한다.

저비용 항공사와 ‘차별화‘를 내세웠던 대한항공은 국토부의 권고사항에 대처하기 위해 탑승 승무원 수를 줄이는 방법을 택했다. 이는 대한항공이 ‘저비용 항공사와 다를바 없는 정도’만 의미하는 게 아니다. 앞서 언급했듯 더 많은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대한항공 승무원의 노동강도는 저비용 항공사보다 더 세다. 이는 고객들이 더 비싼 비용을 지불하고도 제대로 서비스를 받을 수 없음을 의미한다. 게다가 장거리 비행은 긴 비행시간 때문에 단거리에 비해 비상상황이 발생활 확률도 더 높다. 인원감축은 안전과 직접 관련있는 문제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탑승인원 감축을 보류한 이유에 대해 ”탑승인원 조정관련 현장설명회를 실시했으며 접수된 현장의 다양한 의견을 추가 반영하고자 잠정 유보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승무원은 대한항공이 ‘탑승인원 감축을 보류’한 게 다른 이유라고 말한다. 그는 ”회사가 이미 인원을 줄여 시범 비행을 계속 진행했다”고 이야기했다.


대한항공 승무원들은 ”마른 수건 쥐어짜이는 느낌”이라고 말한다

대한항공 승무원들은 올 1~2월이 ‘지옥 같았다‘고 설명한다. 신입사원 안전교육을 하던 강사도 갑자기 비행기로 끌려가고, 미처 교육이 다 끝나지 않았던 수습직원들도 ‘지원 비행’이라는 이름으로 투입됐다. 이 시기는 특별히 성수기가 아니었다. 고질적인 인원 부족이 낳은 결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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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부터 사실상 ‘인원감축 비행’이 시작되었다. 한 승무원은 ”심할 땐 (그날 전체 스케줄에 필요한) 승무원이 100여 명 정도 부족한 경우도 있었다”고 전한다. 누가봐도 추가 채용을 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대한항공은 비용을 줄이는 방법을 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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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의 권고가 내려오는 시점에 대한항공은 본격적으로 인원 감축 ‘테스트 비행‘에 들어갔다. 그리고 3월 말에 공식적으로 ‘탑승인원 감축‘을 발표한다. 하지만 테스트 비행 결과 비행기는 소위 ‘개판’이 되었다고 한다. 인원이 부족하니 제대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었고, 이에 따른 손님들이 항의가 이어지자 승무원들이 고객의 민원사항을 해결하느라 일손이 더 부족해지는 상황이었다. 요청사항이 해결되지 않자 포기하고 잠을 청하는 손님도 있었다고 한다.

대한항공은 ‘탑승 승무원 감축’을 보류한 이유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추가 반영하고자 함”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승무원들은 ”승무원들이 견딜 수 있다면 언제든 인원을 줄일 것”이라며 ”마른 수건을 최대한 쥐어짜는 게 대한항공의 인력 운용방식”이라고 설명한다.

대한항공은 올해 승무원 500여명을 추가 채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현장 승무원들은 ”그정도 충원으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대한항공 승무원, 사실상 ‘회사가 처분하는 대로’ 쉬어야

한 직원은 연차 사용이 사실상 더 금지되는 것보다 무서운 게 있다고 한다. 바로 ‘블랭크 스케줄‘이다. 블랭크 스케줄은 말 그대로 ‘공란‘이다. 이날은 근무도 휴무도 아니다. 직원들은 이 스케줄이 잡히면 ‘회사에서 나오란 대로 나오란 의미로 보면 된다’고 설명한다.

블랭크 스케줄의 운명은 보통 전날 저녁 7시에 결정된다. 운 좋게 운항스케줄이 잡히지 않을 때도 있지만 그런 날은 잘 없다고 한다. 회사가 7시에 ‘로마로 떠나라‘고 하면 승무원들은 곧바로 떠날 채비를 해야 한다. 이후에 잡히는 스케줄은 모두 취소다. 물론 휴일도 취소다. 이 블랭크 스케줄 때문에 승무원들은 ‘언제 쉴지도 모르고 약속 하나도 잡기 힘들다‘고 설명한다. 사실상 ‘회사가 처분해주는 대로 쉬어야 한다’는 의미다.

2015년 한국노동사회연구소에서 발간한 ‘항공승무원 노동인권실태와 문제점’ 보고서에도 비슷한 문제를 이야기한다.

″전날 대기근무가 있을 때 장거리 스케쥴을 배정하여 확정되었던 휴일이 변경되거나, 항공기의 변경, 스케쥴의 CNXL, 승객의 감소 등의 이유로 해당 노동자의 동의절차도 거치지 않고 휴일변경을 하고 있다. 또한 대체근무를 했을시 발생해야 할 휴일 근로수당 등은 아예 고려되고 있지 않기에 추가 비용이 발생하지 않음으로 개인의 일상은 전혀 기약할 수 없는 상황인 것”

한 노무사는 ”이 경우는 근로기준법이 정한 휴일의 취지나 목적에 반한다고 볼 수 있다”며 ”구체적인 사례를 봐야 알겠지만 근로자들의 노동권을 부당하게 침해하고 있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직원뿐만 아니라 승객의 서비스와 안전도 갉아먹고 있는 대한항공

국토교통부는 “9개 국적 항공사 비행근무시간 특별점검 결과”를 발표하며 승무원의 ‘피로관리기준’ 개선안을 내놓았다. 김상도 항공안전정책관은 “승무원 피로관리는 항공안전의 중요한 요인으로 정부는 안전 감독을 통해 철저히 관리하고 있으며, 앞으로 피로관리 제도를 선진화하기 위해 지속적인 제도개선 등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국토부의 말처럼 승무원들의 과로 문제는 ‘노동권’ 문제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자그마한 실수가 ‘큰 사고‘로 이어질 확률이 높은 항공기는 사소한 문제에도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한 승무원은 ‘동료가 졸도하는 상황이 신기한 일이 아닌 게 대한항공’이라고 말한다.

이 문제는 비단 대한항공만의 문제도 아니다. 에어부산은 지난 2월 한달에만 승무원 네명이 실신했다. 아파도 쉴 수 없고, 과도한 스케줄에 시달리며 휴식시간도 제대로 예상하지 못하는 혹독한 근무환경이 만들어낸 결과다.

한편, 대한항공은 현재 언론사의 어떠한 취재에도 응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노동자들이 제기한 문제가 사실인지 문의하려고 했으나 담당자와 노동조합 어느 곳도 연락을 받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