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미국 언론도 KBL의 '키 제한' 규정에 경악하고 말았다

퍼스널 파울!

  • 허완
  • 입력 2018.04.25 22:14
  • 수정 2018.04.25 22:17
3월17일 울산 동천체육관에서 열린 2017-2018 정관장 프로농구 플레이오프 6강 1차전 울산 현대모비스와 안양 KGC의 경기에서 모비스 테리와 안양 사이먼이 볼다툼을 하고 있다.
3월17일 울산 동천체육관에서 열린 2017-2018 정관장 프로농구 플레이오프 6강 1차전 울산 현대모비스와 안양 KGC의 경기에서 모비스 테리와 안양 사이먼이 볼다툼을 하고 있다. ⓒ뉴스1

한국프로농구연맹(KBL)이 2018-2019시즌 외국인 선수의 키를 200㎝ 이하로 제한했다는 소식이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도 소개됐다. 앞서 이 사실을 전한 영국 BBC가디언과 마찬가지로 비판적인 내용이다. 

WSJ은 25일(한국시간) ‘개인 반칙! 키가 크다고 미국 선수를 쫓아내는 한국 농구’ 제하의 기사에서 ”한국이 자국 선수들의 기량 발전과 티켓 판매 부진을 해소하기 위해 외국인 선수들의 신장을 제한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데이비드 사이먼은 한국에서 더이상 농구를 할 수 없다. 그는 너무 크다. (월스트리트저널 4월24일)

 

지난 3월 KBL은 외국인 선수 신장 제한 규정을 장신 200㎝ 이하·단신 186㎝ 이하로 변경했다. 

WSJ은 ”이같은 규정 변경으로 인해 세 차례의 측정 끝에 기준을 넘어선 데이비드 사이먼(안양 KGC 인삼공사)이 다음날 미국행 비행기를 타야만 했다”고 전했다. 

미국 일리노이주 출신인 사이먼은 프로필 상 키가 203㎝로 KBL이 제시한 규정 200㎝를 조금 넘는다. 미국프로농구(NBA)에서 센터로 뛰기에는 키가 작아 KBL을 선택한 사이먼은 ”키가 너무 커서 농구를 할 수 없다는 말은 처음 듣는다”고 말했다. 

간신히 신장 제한을 통과한 외국인 선수들이 기뻐하는 웃지못할 일도 벌어졌다. 미국 텍사스 출신 찰스 로드(전주 KCC 이지스)는 신장 측정에서 200㎝보다 0.762㎝(0.3인치) 모자란 것으로 나오자 무릎을 꿇고 기뻐했다고 WSJ는 전했다.  

12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2017-2018 정관장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3차전' 서울SK와 원주 DB의 경기 시작 전 농구팬이 한국농구연맹(KBL)의 외국선수 신장제한에 항의하는 현수막들 들고 있다.
12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2017-2018 정관장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3차전' 서울SK와 원주 DB의 경기 시작 전 농구팬이 한국농구연맹(KBL)의 외국선수 신장제한에 항의하는 현수막들 들고 있다. ⓒ뉴스1

 

‘황당한 규정’ 논란에 이성훈 KBL 사무총장은 WSJ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조치는 생존을 위한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무역에 대해 보복 조치를 취하고 자국 생산품을 보호할 것이라 말한다”며 ”사람들은 스포츠와 무역이 별개라고 할 수 있겠지만 우리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영기 KBL 총재는 WSJ에 ”샤킬 오닐 같은 (장신) 선수를 중심으로 농구를 하던 시대는 끝났다”고 말했다. 장신 선수들 때문에 경기 속도가 지나치게 느려졌다는 것.

그러나 WSJ는 ”(효과에) 회의를 품는 사람들은 NBA가 스몰볼(small ball)의 르네상스 시대를 만끽하고 있긴 하지만 그건 느릿느릿 움직이는 선수들이 더 기술적으로 향상되어서 그런 것이지 신장 제한 덕분이 아니라고 지적한다”고 전했다.

여러 논란에도 불구하고 KBL는 새로운 정책을 고수할 것으로 보인다. 광범위한 비판에도 불구하고 이 사무총장은 새 규정이 한국 내 ”침묵하는 다수”의 지지를 받고 있다고 WSJ에 말했다. 

NBA가 비슷한 규정을 적용할 경우, 대략 절반에 달하는 선수들은 다른 일을 찾아봐야 할 것이다. NBA 챔피언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 선수 중 5분의 1만이 신장 제한에 걸리지 않게 된다.

 “KBL은 관료주의의 재앙이다.” KBL 경기를 보러가는 미국인 스티브 잰토식(31)은 이렇게 말했다. ”큰 외국인 선수들이 압도적이긴 하지만 한국에서 경기는 이미 속도가 빠르다. 새 규정은 작동하지 않을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 4월24일)

저작권자 © 허프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관 검색어 클릭하면 연관된 모든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스포츠 #KBL #프로농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