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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웅산 수치의 침묵: 미얀마의 지도자는 왜 로힝야족 학살을 무시하고 있는가

전세계인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고 있다.

ⓒMARK METCALFE via Getty Images

한때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인권 수호자로 꼽히던 노벨 평화상 수상자 아웅산 수치의 위신이 충격적일 정도로 추락해 전세계인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고 있다. 자유의 전사에서 정치인으로 변신한 수치는 대량 학살이 눈 앞에서 펼쳐지는데도 냉정하게 바라만 보고 있었고, 행동을 취하라는 국제적 요청을 계속 무시하고 있다.

수치는 수십 년간 버마 군부 독재에 맞서 싸웠고, 15년 가까이 가택연금을 당하기도 했다. 2016년에 수치가 미얀마의 실질적 지도자가 되자, 오랫동안 억압에 시달려왔던 미얀마에 희망이 찾아왔다.

그러나 불과 집권 2년만에, 민주주의의 벗이었던 수치는 국가가 자행하는 로힝야족 학살을 노골적으로 무시하고 있다. 로힝야족 무슬림 70만 명이 미얀마를 떠났고, 수치를 칭송하던 무수한 사람들은 당혹과 분노를 금치 못하고 있다.

수치는 소수 집단인 로힝야족을 상대로 자행된 살인, 강간, 발포, 방화, 고문 등 잔혹 행위에 대한 보도들이 ‘오보’라고 일축했다. 행동을 취하지 않고, 인도주의 단체와 수사관들의 접근 허가를 계속해서 거부하고 있어서 1991년에 ‘민주주의와 인권을 위한 비폭력 투쟁’으로 받은 노벨상을 취소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수치가 오랫동안 지지해왔던 가치들을 버린데 대한 비난이 높아져가고 있다. 대체 왜 그러는 걸까? 라는 의문을 품지 않을 수가 없다.

ⓒPOOL New / Reuters

정치적 우선 순위

수치가 행동을 취하지도, 심지어 공개적으로 발언하지도 않는 것은 단순한 무관심이 아니다. 미국 외교협회의 동남아 연구자 조슈아 컬랜칙에 의하면 수치는 로힝야 위기의 공범이다.

“언론인들과 국제 지원 단체들이 라킨주에서 자유롭게 작업하게 하라고 압력을 넣을 수 있었다. 폭력 [혐의를 받은] 라킨주 군사 지도자들에 대한 수사를 공개적으로 요구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수치는 미얀마 사람들 상당수가 로힝야족에 관심이 없으니, 그게 좋은 정책이 아니라고 느끼는 것 같다.”

세계적으로 비판받고 있지만, 불교도가 대다수인 미얀마에서 수치의 인기는 여전하다. 수십 년 동안 차별받아온 로힝야족의 고통에 대한 연민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특히 국영 언론에는 나오지 않는다. 수치가 소속된 정당인 미얀마 민족민주동맹은 미얀마 서부 라킨주에서 로힝야족에 대해 벌어지는 폭력에 대한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

컬랜칙은 수치가 취임하기 전부터도 이 문제에 대해서는 함구해 왔다며, “로힝야족에 대해서는 정말로 관심이 없을 수도 있다. 자기에게 더 중요한 다른 것들이 있어, 이 일에 대해서는 나설 가치가 없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자신의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평생 끊임없이 버마의 민주주의와 번영을 추구해온 72세의 수치가 권력을 유지하고 싶은 마음에 인권 보호를 저버렸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수치와 마찬가지로 노벨 평화상을 받았던 남아공의 반 아파르트헤이트 지도자 데스몬드 투투는 작년 9월 그의 ‘친애하는 자매’ 수치에게 권력의 위험성에 대해 경고했다. 로힝야족 반군의 도발에 대해 미얀마군이 잔혹한 보복을 한지 몇 주 뒤였다.

“당신이 공직을 맡았을 때 로힝야족에게 가해지는 폭력에 대한 우리의 우려가 가라앉았다. 그러나 ‘인종 청소’, ‘느린 종족 학살’이라 불리는 일들이 계속되었고, 최근 가속화되었다.” 투투의 글이다.

“만약 미얀마 최고위직에 오르기 위한 정치적 대가가 당신의 침묵이라면, 그건 터무니없이 비싼 대가다. 내부에서 평화를 유지하지 못하는 국가, 모든 국민들의 존엄과 가치를 인정하고 보호하지 못하는 국가는 자유 국가가 아니다.”

수치는 권력 유지 추구는 위험할 수 있다고 스스로 말한 바 있다.

“부패하는 것은 권력이 아니라 공포다. 권력을 가진 사람은 그 권력을 잃는 것이 두려워서 부패한다.”

ⓒTyrone Siu / Reuters

제한된 권력

수치 당선은 미얀마에 있어 아주 중요한 순간이었지만, 대통령직을 얻지는 못했다. 외국에서 아이를 낳은 수치는 헌법에 따라 대통령이 될 수 없다. 그러나 미얀마 민족민주동맹이 선거에서 압승을 거둔 뒤, 수치는 ‘국가자문역’을 자임했다. ‘대통령 위’에 있는, 특별히 만들어진 직책이다.

그러나 미얀마 정부 수장이라 해도, 수치의 권한은 군부가 만든 헌법에 의해 제한되어 있다. 그래서 군부는 아직도 미얀마의 경찰과 보안군을 지휘하고 내각 요직의 인사들을 정한다.

미국 기업 연구소의 클레이 풀러 등 독재 통치 전문가들은 수치가 군부에 행사할 수 있는 힘이 극히 제한적이라, 군대가 주도한 로힝야족 학살로 이어졌다고 주장한다.

“나는 수치가 공개적으로 로힝야족을 언급하리라 보지 않는다. 내가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 수치도 속으로는 혐오스러운 일이라 생각할 것 같다 … 하지만 미얀마 국내 정치 사정 때문에 언급할 수 없다. 군부가 아직 통제권을 가지고 있는 것이 크게 작용한다. 선거를 했다 해서 [미얀마가] 민주 국가는 아니다.” 풀러의 말이다.

군부가 표적을 정해 학대하는 것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것은 수치에겐 위험해 보일 것이라고 풀러는 말한다. “군부는 수치를 제거하기 위한 모든 준비가 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지금 위치에 머물러 있어야 더 좋은 일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아무 말도 하지 말아야겠다고 계산한 것 같다. 하지만 국제 사회의 압력이 더 커져서, 나서서 정부에 맞서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가 된다면 다시 가택연금을 당할 수도 있다. 그러면 미얀마는 극도의 군부 독재로 다시 돌아갈지도 모른다.”

풀러는 민 아웅 프라인 미얀마 군 최고 사령관은 별 비난은 받지 않는 반면 수치가 대중적 규탄을 받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한다.

“왜 내내 수치만 공격하며 시간을 낭비하는가? 적은 미얀마 군부다. 그들이 정부고, 그들이 독재자고, 그들이 학살을 저지르고 있다. 그들이 어린이들을 죽이고 있는데 우리는 여기 앉아서 노벨 평화상을 빼앗으려 한다. 시간 낭비로 보일 뿐이다.”

아일랜드 작가 피터 포펌은 ‘아웅산 수치 전기 작가로서, 지금 수치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좋은 일은 사임 뿐이라고 말해야겠다.’라는 제목의 맹렬한 사설을 썼다. 포펌은 수치는 이제 군부에 도전하지 않고 ‘군부의 푸들, 봉, 대표 대변자’가 되었으며 민 아웅 프라인은 ‘곤경을 면했다’고 썼다.

“이제 수치는 정부에서 가장 강력한 민간인이 되었지만, 라킨주 등 중요한 문제에 대해 정부 정책을 무효로 하는 것은 고사하고 반대할 권리조차 없다.”

*허프포스트US 글을 번역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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