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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폐쇄하겠다고 한 풍계리 핵실험장은 '버리는 카드'가 아니다

"완전히 작동 가능한 상태"

  • 허완
  • 입력 2018.04.24 11:44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을 폐쇄하겠다고 밝힌 다음날, 국내외 일부 언론에는 북한의 진정성을 믿기 어렵다는 주장이 나왔다. 그동안 계속된 핵실험으로 시설이 노후화돼 어차피 폐기할 수밖에 없었다는 이유에서다. 북한 입장에선 ‘어차피 버리는 카드’였다는 것.

조선일보는 ”이번 핵실험장 폐기 발표가 ”제2의 영변 냉각탑 폭파 쇼”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며 이렇게 전했다.

전문가들은 2006년 이후 작년 9월까지 여섯 차례 핵실험 영향으로 풍계리 핵실험장 주변 지형이 붕괴하거나 오염돼 사실상 사용이 불가능해졌을 가능성이 높다고 관측하고 있다. 풍계리 만탑산 일대는 화강암 지대로 지반이 안정적이지만 계속된 핵실험으로 상당수 갱도가 파괴됐고 여진도 수차례 이어졌다. (조선일보 4월23일)

자유한국당도 이런 주장에 힘을 실었다. 장제원 대변인은 23일 논평에서 ”풍계리 핵실험장은 노후되어 이미 붕괴가 시작되었”다며 북한의 결정은 ”핵동결을 시작점으로 각 단계마다 보상을 요구하는 기존 살라미 전술의 재탕일 뿐”이라고 평가절하했다.

외신에도 비슷한 주장이 소개됐다.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맥스 부트는 ‘북한이 도널드 트럼프를 또 속이고 있다‘는 제목의 글에서 ”만탑산 깊은 곳에서 반복된 핵 폭발로 핵 실험장 붕괴가 가까워졌을 수도 있다”고 적었다. ‘쇼’일 뿐이라는 주장이다.

조선일보 4월23일 3면.
조선일보 4월23일 3면.

 

 

그러나 북한 전문매체 38노스는 풍계리 핵실험장이 ”완전히 작동가능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다섯 차례 핵실험을 한 북쪽 갱도는 폐기된 것으로 보이지만 올해 3월부터 서쪽 갱도에 새로운 굴착 작업을 벌이는 모습이 목격됐다는 것. 

그러면서 이 매체는 ”재개된 굴착 공사는 3월 중순부터 줄어들었으나 4월 초까지는 완전히 중단되지 않았다”며 ”갱도가 완성되어 향후 실험을 할 준비가 끝났거나 정치적 변화가 진행중인 상황을 반영해 공사 속도가 줄어든 것일 수 있다”고 짚었다.

또 이 매체는 ”완성된지 몇 년이 된” 남쪽 갱도에서도 얼마든지 핵 실험이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다른 갱도에 비해 인력이나 차량 이동이 적게 관측되긴 했지만, 여전히 핵 실험이 가능한 상태라는 것.

38노스는 ”요약하면, 풍계리 핵 실험장에서 더 이상 향후 핵 실험을 진행할 수 없다고 결론 내릴 근거는 없다”며 ”두 개의 갱도는 더 새것 같고 괜찮은 암반에 위치하고 있어 평양이 명령을 내리면 향후 (핵) 실험에 쓸 수 있다”고 강조했다.

통일부도 풍계리 핵실험장이 여전히 사용 가능한 상태라고 보고 있다. 23일 브리핑에 나선 백태현 대변인은 ”여러 갱도 중에서도 지금도 사용이 가능한 그런 상황이라고 듣고 있다”며 ”그런 핵 실험장 폐쇄를 (북한이) 자발적으로 결정한 것에 대해서 평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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