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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매도는 무조건 금지해야할까?

순기능과 역기능이 있다

4월6일 삼성증권 우리사주 배당 오류로 유령주식이 생겨나고 이를 일부 직원들이 팔아넘기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사건 발생 당일 청와대에 ‘삼성증권 시스템 규제와 공매도 금지’라는 국민청원이 올라왔고, 4월17일 현재 22만명이 넘는 분들이 추천했습니다. 그런데 청원 내용 중 ‘시스템 규제’는 이번 사태와 직접 관련이 있어서 당연한 문제제기라 할 수 있지만, ‘공매도 금지’는 도대체 어떤 관련이 있기에 끼어 있는 것일까요?

 

 

공매도의 ‘가격발견’ 기능

일반적으로 주식 거래를 하는 분들은 주가가 지금보다 더 오르리라고 생각하고 참여합니다. 다 아시겠지만 특정 기업의 주식 100주를 주당 5만원에서 사서 이후에 6만원으로 올랐을 때 매각하면, 차액 100만원에서 수수료를 차감한 금액만큼 이익을 내게 됩니다. 공매도 거래는 이와 대칭적입니다. <그림1>에서 보듯이 미래에 특정 기업의 주가가 하락할 것이라고 예상할 경우, 공매도로 이익을 낼 수 있습니다. 시가가 6만원인 주식 100주를 빌려서 이것을 매각해 600만원을 받습니다. 그리고 주가가 5만원으로 떨어지면 500만원을 들여서 100주를 되사서 상환합니다. 이제 차액 100만원에서 수수료를 차감한 금액의 이익을 낼 수 있습니다.

공매도는 ‘주식 차입’과 관련하여 유형을 구분합니다. 앞서 설명드린 대로 주식차입을 먼저 하고 매도하는 것을 ‘차입 공매도’(covered short selling)라고 합니다. 반면에 주식의 차입을 먼저 해두지 않은 상태에서 매각 거래부터 하면 어떻게 될까요? 우리나라의 주식 시장은 거래 후 2일이 지난 후에 결제를 합니다. 그러니까 이론적으로는 주식을 매각하고, 주가가 하락한 후 결제 이전에 주식을 되사거나 차입해서 결제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이러한 거래를 ‘무차입 공매도’(naked short selling)라고 하는데, 결제 시점에 양도할 주식이 준비되지 않아 결제가 이루어지지 않을 위험이 있기 때문에, 한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는 이것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Stringer Shanghai / Reuters

 

그렇다면 이렇게 복잡한 공매도는 왜 허용되는 것일까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경제학자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공매도가 가격발견에 도움을 준다는 것입니다. 주가는 원칙적으로 해당 회사의 진정한 가치를 반영해야 합니다. 진정한 가치에 비해 낮게 평가되는 것도 물론 문제이지만 지나치게 높게 평가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기술 수준, 조직 문화, 시장 전망 등 어떤 것도 확실한 것이 없기 때문에, 사실 기업의 진정한 가치를 정확하게 파악할 묘책은 없습니다. 하지만 대다수의 경제학자들은 평가가 다른 여러 투자자들의 의견이 시장에서 수렴되는 과정을 통해 주식의 가격이 진정한 가치에서 괴리되는 정도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평가됐다고 생각하는 투자자는 매입을 하고 고평가됐다고 생각하는 투자자는 매각을 합니다. 그런데 비관적인 투자자는 낙관적인 투자자와는 달리 매각을 하고 싶어도 해당 주식을 보유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매각에 참여할 수 없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비관적인 의견이 체계적으로 배제되면 이 주식은 체계적으로 고평가되는 경향이 있게 됩니다.

공매도는 이러한 가격발견 기능을 통해 시장의 효율성을 높인다는 것이 전세계의 대다수 연구를 통해서 확인됐고, 그래서 각국에서 점차 공매도에 대한 규제가 완화됐습니다. 한국 역시 1969년 처음으로 공매도가 허용됐습니다. 1996년 9월 금융기관 사이의 주식 대여·차입 거래가 허용되면서 더 활발해졌고, 이후 지속적으로 공매도 규모가 확대되었습니다. 자본연구원의 자료를 정리한 <그림2>를 보시면 주식 대차거래는 2008년 15조원에서 2017년 92조원으로 크게 늘었습니다. 하지만 한국의 공매도 거래는 전체 주식시장 규모에 비해 크지 않습니다. 2016년 기준으로 보면 유가증권시장은 6.4%, 코스닥시장은 1.7%에 불과해 뉴욕증권거래소 42.4% 및 일본증권거래소 39.4%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입니다.

 

공매도 금지했더니

그런데 가격발견 기능은 좀 조심해서 봐야 합니다. 투자자들은 무비판적으로 남들을 따라 하는 경향도 있습니다. 그래서 일부 작전 세력이 공매도를 한 뒤 실질과 다른 부정적인 정보를 유포해 경쟁적 시장 탈출(주식투매)을 부추길 수도 있습니다.

그런 이유로 2008년 국제 금융위기 및 2011년 유럽 재정위기 직후, 미국·유럽 등 여러 국가에서 금융시장의 안정을 위하여 전면적 또는 부분적으로 공매도 금지 조치가 취해졌습니다. 우리나라는 과거부터 무차입공매도는 전면 금지된 상태였던 것에 더해서 2008년 10월부터 2013년 11월까지 무려 5년 동안 금융주에 대한 공매도가 전면 금지됐고, 비금융주에 대해서도 글로벌 금융위기 시점에 8개월, 유럽 재정위기 시점에 3개월간 전면 금지됐습니다. 주요 국가들 중에서 한국은 중국과 더불어 가장 강력하게 공매도를 규제하는 나라입니다.

경제 위기와 관련하여 공매도 제한 조치는 국가별로 차이가 있었기 때문에 경제학자들은 본격적으로 공매도 금지 효과에 대한 분석을 수행할 수 있었습니다. 영국 카스경영대학의 알레산드로 베버와 이탈리아 나폴리대학의 마르코 파가노의 포괄적인 연구를 통해 중요한 시사점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세계의 공매도 금지: 2007~2009년 위기에서 발견되는 증거’ <저널 오브 파이낸스>)

 

 

 

유동성 측면에서 공매도 금지는 부정적인 효과를 미쳤습니다. <그림3>에서 각국별 영향을 보면 이탈리아, 오스트레일리아(호주), 노르웨이 등에 특히 강한 영향을 미쳤고, 영국, 미국, 아일랜드에는 중간 규모의 영향을 미쳤으며, 한국에는 미미한 효과가 있었습니다. 국가별로 차이가 나는 중요한 이유는 시가총액이 작고 변동성이 큰 주식에 더 큰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규제 당국자가 공매도를 금지한 주요 이유는 경제위기 때 지나친 공포로 인한 주가 폭락 사태가 발생하는 것을 막는 것이었습니다. 이들은 이 효과에 대해서도 조사를 했습니다. <그림4-B>는 미국을 제외한 모든 국가에서 공매도가 금지된 주식과 그렇지 않은 주식의 누적 초과수익률을 비교한 것입니다. 전체적으로 두 범주의 주식 간의 초과수익률 차이가 크지 않습니다. 반면에 미국 주식시장의 경우에는 <그림4-A>에서 보듯이, 공매도가 금지된 주식의 누적 초과수익률이 그렇지 않은 주식에 비해 뚜렷이 높았습니다.

 

 

 

하지만 여러 학자들은 이 효과도 분명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공매도가 금지된 금융주식이 초과수익을 냈지만, 여기에는 공매도 금지의 효과와 대규모 구제금융 계획의 효과가 혼재되어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사실 공매도에 관한 국내외 연구를 살펴보면 압도적으로 많은 논문들에서 공매도의 긍정적인 효과가 발견됩니다. 그래서 미국의 저명한 경제학자들을 대상으로 ‘공매도 금지는 주식 가격이 실질 가치로부터 괴리되는 정도를 높이는가’라는 질문을 던졌을 때, <그림5>에서 보듯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이 동의했고, 동의하지 않은 경제학자는 단 한명도 없었습니다.

공매도는 서구 자본의 음모?

그렇다고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중국에서는 공매도가 매우 제한되어 있지만 몇년 전 미국과 캐나다 증시에 상장되어 있던 중국 기업인 시노포리스트, 포커스미디어 등이 금융 사기에 해당한다는 문제 제기와 대규모 공매도로 주가가 폭락했고 상장이 폐지되기에 이르렀습니다. 이에 대해 한편에서는 공매도를 통해 금융 사기가 적발되어 더 큰 투자자 피해를 방지했다는 시각이 있는 반면, 일부 중국인들 사이에서는 서구 자본의 공매도가 중국과 중국 기업을 위협하는 원흉이라는 주장도 널리 유포되었습니다.

금융시장이 가장 발달한 미국에서도 공매도에 대한 시비는 지속되고 있습니다. 대형 증권사들이 공매도 거래에 나선 헤지펀드 등에 주식 대여 수수료를 챙기면서 실제로는 주식을 준비하지 않아, 금지된 무차입공매도를 방조하고 있다는 시비입니다. 대표적인 사례로 의류 소매체인 오버룩사는 무차입공매도로 인해 주가가 폭락하는 손실을 입었다고 주장하면서 대형 증권사들을 대상으로 소송을 벌였고, 최종적으로 골드만삭스와 메릴린치로부터 피해 보상을 받고 고소를 취하한 바도 있습니다.

이제까지 살펴본 바대로 공매도는 증권시장에서 유동성과 가격발견 등의 효율성 제고 효과가 분명히 있기 때문에 공매도 제도의 일부 부작용의 가능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공매도 자체를 폐지하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됩니다. 하지만 일부 공매도 세력들이 각국에서 시장을 혼탁하게 한다는 것도 부정할 수 없습니다.

공매도 거래의 순기능은 순기능대로 살리되, 금융시장이야말로 ‘신뢰 없이는 존립할 수 없는’(無信不立) 영역이라는 점을 명심하고 좀더 투명하게 관리할 수 있는 제도 정비에 지혜를 모을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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