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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날의 아르센 벵거 감독이 이번 시즌을 끝으로 팀을 떠난다

한 시대가 저물었다.

  • 허완
  • 입력 2018.04.20 19:00
  • 수정 2018.04.20 19:18
ⓒDavid Price via Getty Images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아스날을 22년 동안 이끌어 왔던 아르센 벵거 감독이 이번 시즌을 끝으로 감독직에서 물러난다.

20일(현지시각) 오전 구단 홈페이지에 올라온 공식 입장문에서 벵거 감독은 ”세심한 검토와 클럽과의 논의 이후 나는 이번 시즌을 끌으로 물러나는 게 올바른 일이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1996년 아스날에 부임한 벵거 감독은 그동안 리그 우승 3회, FA컵 우승 7회 등의 성적을 거뒀다. 1990년대말과 2000년대초 아스날의 전성기를 이끌었다. 특히 2003-04 시즌에는 리그 무패 우승을 이끌었다. 다음 시즌까지 이어진 49경기 연속 무패 행진은 리그 무패 우승과 함께 여전히 깨지지 않은 기록이다. 

 

부임 당시만 해도 무명에 가까웠던 벵거 감독은 잉글랜드 축구를 변화시킨 인물로 평가받는다. 선수들의 무질서한 식습관을 개선하기 위해 ‘식단 관리’라는 개념을 도입했고, 새로운 훈련 방식을 선구적으로 도입한 것.

또 그는 일찌감치 잉글랜드 바깥으로 눈을 돌려 재능있는 선수들을 영입하는 데 앞장서기도 했다. 당시만 해도 잉글랜드 축구계에는 낯선 일이었다. 2005년 2월에는 클럽 역사상 처음으로 출전선수 명단에 영국 국적 선수가 한 명도 포함되지 않는 일도 있었다. 

ⓒDavid Cheskin - PA Images via Getty Images

 

또 그는 젊은 유망주나 별다른 활약을 펼치지 못했던 선수들을 영입해 세계적인 선수로 키워냈던 것으로 유명하다. 유벤투스에서 윙어로 뛰던 티에리 앙리를 데려와 세계적인 스트라이커로 키워낸 사례가 대표적이다. 

그러나 2005-06 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바르셀로나에게 패해 준우승을 차지한 이후, 벵거 감독의 명성과 팀의 성적은 꾸준히 내리막길을 걸었다. 리그 우승도 2003-04 시즌이 마지막이었고, 챔피언스리그에서는 번번이 강팀들에게 패해 고배를 마셨다. 팀의 주축이었던 선수들이 계속 떠나는 일도 반복됐다.

벵거 감독은 이번 시즌을 앞두고 지난 여름 2년짜리 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그가 계약기간을 다 채우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이번 시즌 일찌감치 우승권에서 멀어진 것은 물론, 부진한 경기력으로 팬들의 원성을 샀기 때문. 이번 시즌 내내 홈 경기장에서는 유례가 없을 정도로 관중석이 비어 있는 모습이 목격됐다. 

ⓒNicolò Campo via Getty Images

 

아스날은 지난 시즌 벵거 감독 재임 기간 중 처음으로 리그 4위권 밖으로 밀려났으며, 이번 시즌에는 리그 6경기가 남은 현재 불과 승점 2점차로 7위(번리)에 앞선 6위를 기록하고 있다.

벵거 감독은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맨체스터유나이티드를 떠난 이후 유일하게 남아 있는 ‘장기 집권’ 감독이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그는 구단의 운영에도 깊숙하게 개입했던, 감독 그 이상의 ‘매니저’였다.  

 

프랑스 국적인 그는 부임 당시만 하더라도 잉글랜드 축구계에서 낯설기만 했던 외국인 감독으로 왔다. ‘Arsene Who?’라는 조롱도 들었다. 그러나 그는 아스날을 지금의 세계적 클럽으로 성장시킨 주역이자, 아스날 그 자체였다. 

가디언은 그의 사임은 ”한 시대의 종말”이라고 적었다. 그 모든 영광과 환희, 좌절의 순간을 뒤로하고, 아르센 벵거 감독이 아스날을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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