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2018년 04월 20일 11시 18분 KST | 업데이트됨 2018년 04월 20일 18시 02분 KST

GMO 완전표시제 도입은 모두의 실패가 될 겁니다

GMO가 위험하다면 식품에 쓰지 못하게 하는 것이 맞지 그 출처를 따지겠다는 것은 의미 없습니다.

huffpost


최근 GMO 완전표시제 시행 요구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GMO 원료를 쓰는 전분당과 식용유에도 GMO 표시를 하라는 것이죠. GMO 완전표시제가 실시되면 소비자가 승리하고 식품회사는 손해를 보는 것일까요?

전혀 아닙니다. 모두의 실패입니다. GMO 완전표시제가 실시되면 식품회사는 GMO에 대해 이해를 구하고 소비자를 설득하는 대신, 원료를 바꾸고 가격만 올리면 그만일 것입니다. 이게 식품회사에게 손해가 될 이유는 없지요. 그리고 ‘소비자와 여론은 이길 수 없다’는 생각을 계속 하겠지요

소비자는 품질과 안전성에 아무런 차이가 없는 제품에 더 비싼 비용을 지불해야하기 때문에 실패입니다. 그나마 불안감이 해소되었다면 다행이지만요.

가장 큰 실패는 식품의약품안전처 같은 보건 당국이죠. GMO 표시법을 바꾼 지 얼마 안돼서 여론에 밀려 또 법을 바꾸어야 하니까요. 식약처는 매년 5000억 정도의 비용을 오로지 안전을 위해 씁니다. GMO뿐 아니라 소비되는 모든 식품과 첨가물, 그리고 의약품 등의 안전을 평가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개선을 하는데 큰 비용을 들입니다. 그런데 그렇게 갖춘 안전관리 시스템이 전혀 신뢰를 받지 못한다는 증거이니 가장 실패한 곳이 되는 것이죠.

과학도 실패입니다. 과학적 사고력의 부재의 증거니까요. GMO 자체의 안전성에 대한 평가는 공부가 필요하고 쉽지 않지요. 그런데 포도당이나 지방산의 안전성 평가는 그냥 과학적 상식이면 충분합니다. 모든 생명의 공통의 분자이고 GMO로 바뀌는 것도 아니고, 궁금하면 분석해보면 그만이니까요.

 

nevarpp via Getty Images

 

“전기는 자연적인 것이 있고 인공적인 것이 있습니다. 물의 힘으로 만든 수력 전기는 자연적인 것이고, 위험한 핵분열을 통해 만든 원자력은 인공적인 것이죠. 수력에서 나온 전기를 쓰면 가전제품이 건강해지고 인간도 건강해집니다. 그런데 핵분열로 만든 값이 싼 원자력을 쓰면 가전제품의 수명이 급격히 나빠지고 그 전자제품을 사용하는 인간의 건강도 나빠집니다. 일부 과학자들이 가전회사에 매수되어 자꾸 위험한 인공의 원자력에서 나오는 전기와 자연의 수력 발전에서 나오는 전기가 같다고 주장합니다. 가전제품을 빨리 망가뜨려 매출을 늘리려는 가전회사의 음모인지 모르고 말입니다. 그러니 집에 들어오는 전기가 자연인 수력 출신인지 인공인 원자력 출신인지 꼭 구분해 달라고 하십시오.”

GMO 완전 표시제는 이것과 동일한 논리입니다. 원자력발전소의 당위성이나 안전성을 따지는 문제와 거기에서 나오는 전기의 안전성을 따지는 문제는 전혀 다릅니다. GMO의 당위성이나 안전성을 따지는 문제와 거기에서 나오는 전분당과 지방산의 안전성을 따지는 것도 전혀 다릅니다. 전분당과 지방산의 출처를 따지겠다는 것은 전기의 출처를 따지겠다는 것과 똑같은 주장입니다. 만약 GMO 완전표시제가 시행된다면 완전표시제를 주장한 사람에겐 흑역사로 남을 것입니다. 광우병 때는 그래도 <프리온>이라는 실체라도 있었는데, GMO는 오해와 불신 또는 망상만 있습니다.

 

stevanovicigor via Getty Images

 

GMO가 위험하다면 식품에 쓰지 못하게 하는 것이 맞지 그 출처를 따지겠다는 것은 전혀 의미 없습니다. 그래도 사람들이 그렇게 요구하니, 귀찮아서 받아주면 그만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 비과학적인 태도가 계속 이어지니 문제입니다. 똑같은 글루탐산인데 다시마를 우려낸 글루탐산은 천연이라 좋고, MSG는 화학이라 나쁘다는 주장(발효의 산물인데도 그렇습니다), 똑같은 우유 단백질인데 카제인은 첨가물이라 나쁘고, 똑같은 비타민인데 천연이라 좋고, 똑같은 염화나트륨(소금)인데 정제염은 나쁘고 천일염은 좋다는 천연, 합성 타령을 계속합니다.

오죽했으면 식품첨가물 공전(식품 위생법에 근거하여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식품첨가물의 규격기준 등을 수재하여 공시한 것)에서 천연과 합성의 구분을 없앴는데도 그 태도는 전혀 바뀌지 않았습니다. 다른 것은 분명히 다르다고 알려야 하고, 같은 것은 분명히 같은 것이고 굳이 출처를 따질 필요가 없다고 말해야 과학입니다.

식품학자도 완전한 실패입니다. 식품학자는 여전히 식품현실에는 무관심하거나 무능력하고, 대부분 과학자들도 각자의 연구비가 나오는 일에만 관심이 있을 뿐 과학적 상식과 소비자의 오해에는 전혀 무관심한 전문가일 뿐이라는 증거죠. 과학의 대중화는 당장 눈앞에 펼쳐진 비과학에는 아무 소용이 없는 그저 구호일 뿐이죠

언론도 실패입니다. GMO는 많은 사람의 관심사인데, 한국에서 사용하는 GMO는 옥수수의 포도당(전분당과 과당)과 콩의 지방(콩기름)밖에 없고 그것은 GMO와 전혀 상관이 없다는 간단한 것도 설명하지 못했으니 진실을 밝히는 데 실패한 것이죠.

결국 우리나라에는 그 사람의 말이라면 믿어줄 정도로 신뢰할 사람이 한 명도 없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이니 모두의 실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