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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쎈 체크] ‘사인 훔치기’ 어떻게 이뤄지고, 어떻게 막아내나

어디까지 허용되어야 할까?

사인 훔치기 논란이 거세다. LG에 대한 리그 차원의 징계가 예고되어 있지만, KBO 리그에서는 오늘도 사인을 훔치기 위한, 그리고 그것을 막아내기 위한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LG는 18일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와의 경기에서 논란을 자초했다. 전력분석파트에서 KIA 포수진의 사인을 분석한 프린트 물을 더그아웃 바깥에 붙였다 현장 취재진에 잡혔다. KBO는 이러한 ‘사인 훔치기’가 리그 규정과 클린베이스볼 정신에 위배된다고 보고 있다. 20일 오후 2시 상벌위원회를 개최해 징계 수위를 결정할 예정이다. 

‘사인 훔치기’ 논란은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또 KBO 리그만의 일도 아니다. 미국과 일본에서도 이 이슈를 놓고 설왕설래가 끊이지 않는다. 예전에 비해 카메라와 첨단 장비가 늘어나면서 의혹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메이저리그에서는 징계까지 간 사례도 있다. 그렇다면 사인 훔치기는 어떤 식으로 진행되고, 얼마의 이득을 볼 수 있을까. 또 막기 위해 어떤 노력들이 이뤄지고 있는 것일까. 

ⓒOSEN

▲ 사인, 잡으면 경기 결과가 바뀔 수 있다 

야구는 한 경기에도 수많은 사인들이 오고 간다. 이 사인을 캐치하면 승산이 높아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규정 위반의 소지가 있어 대놓고 이야기하지는 않지만, 대다수의 팀들이 경기 중 상대의 사인을 매의 눈으로 쳐다보고 있다. 확신이 있다 싶으면 과감하게 이용하기도 한다. 결정적인 순간이라면 승패를 가를 수 있는 중요한 차이다.

가장 많이 이뤄지는 것은 크게 두 가지다. 상대 배터리의 사인을 읽는 것, 그리고 벤치에서 3루 코치에게 나오는 사인을 읽는 것이다. 배터리 간의 사인을 잡으면 상대 투수의 특정 구종을 노릴 수도 있고, 주자는 좀 더 편하게 스타트를 끊을 수도 있다. 반대의 경우도 그렇다. 타자에게 걸린 작전을 파악한다면 수비 쪽이 미리 대비할 수 있다. 이처럼 중요한 까닭에 트레이드라도 이뤄지면 팀의 사인 체계는 1군부터 2군까지 모두 바뀐다.

LG는 1루 주자의 베이스러닝에 참고용 자료를 만들었다고 했다. 실제 어느 시점에 변화구를 던질 수 있느냐를 알면 도루 성공률이 높아진다. 한 관계자는 “1루 베이스 코치는 포수의 사인을 볼 수 없다. 하지만 1루 주자는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선수들도 ”보일 때도 있고, 그렇지 않을 때도 있다”고 말한다. 3루 베이스 코치가 이를 간파해 뛸 시점을 알려주는 경우도 있다. 말 그대로 허를 찌르는 도루가 여기서 제법 나온다는 게 현장의 이야기다. 그래서 3루 베이스 코치의 가장 큰 자질은 정확한 판단력은 물론 눈썰미라는 이야기도 있다.

가장 논란이 많은 것은 2루 주자가 타자에게 투수의 구종과 코스를 알려주는 것이다. 구종까지는 알려주지 못해도, 몸쪽이냐 바깥쪽이냐만을 알려줘도 큰 도움이 된다. 투수의 성향을 응용해 구종을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알려주는 방식도 다양하다는 후문이다. 이런 행위가 이뤄진다고 느끼면 보복이 들어가는 경우도 있다. 2016년 KIA와 두산의 경기 당시 오재원(두산)을 향한 임창용(KIA)의 광속 견제구도 사인 훔치기를 놓고 서로간의 생각이 달랐던 케이스다. 

ⓒOSEN

▲ 배터리의 반격, 역이용도 한다

당연히 사인을 보여주지 않으려는 배터리의 노력도 치열하다. 기본적으로 포수는 사인을 최대한 노출시키지 않으려고 한다. 특히 주자가 2루에 있는 상황에서는 최대한 늦게 자리를 잡는 것이 대표적이자 기본적인 방식이다. 미리 앉아 있다가는 어떤 식으로는 2루 주자가 타자에게 정보를 전달할 수 있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경기 중에도 수시로 사인을 바꾼다. 한 포수는 “경기에 가지고 들어가는 사인만 몇 개가 된다. 사인을 읽힌다는 생각이 들면 바로 바꾼다. 꼭 그렇지 않아도 바꾸는 날이 있다”고 이야기했다. 투수가 요구하는 경우도 적잖다. 자신이 던지고 싶은 구종을 전달하는 경우도 있지만 사인을 바꾸자는 요구도 상당히 많다. 손가락 하나면 지정된 1번 사인, 두 개만 2번 사인으로 가는 식이다. 

노련한 포수라면 이를 역이용하는 경우도 있다. 살짝 빠져 앉는 척하다 가운데나 몸쪽 공을 요구한다든지, 혹은 사인을 훔쳤다고 확신하는 타자를 기만하는 볼 배합이다. 때문에 사인을 알고 들어간다고 해도 성공 확률이 반드시 높지 않다는 목소리도 꽤 많다. 꼭 친다는 보장도 없고, 괜히 맹신했다가는 역공을 당할 수도 있어서다. 경험이 부족한 선수라면 집중력만 해친다는 의견도 있다. 

잘 알려진 것과 같이 주로 작전을 내는 3루 코치는 수많은 ‘가짜 사인’을 보유하고 있다. 특정 부위를 만진 이후의 수신호가 진짜 사인인 식이다. 이 또한 매일 바뀐다. 덕아웃에서 3루 코치로 전달하는 사인 또한 복잡한 체계를 거치는 것은 마찬가지다. 이 과정에서 타자나 주자들이 간혹 혼동하는 경우도 있다. 집중력이 조금이라도 흐트러지면 사인을 놓치기 마련이다. 사인을 제대로 읽지 못하는 것은 벌금 사유가 되기도 한다.

 

▲ 사인 훔치기, 어디까지 허용되어야 할까 

스포츠는 공정성을 생명으로 한다. 사인 훔치기는 땀과 땀이 맞부딪히는 그라운드를 기울게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시선이 곱지는 않다. KBO 규정에도 이를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암암리에 이뤄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것의 실제 이행 여부는 모든 구단들이 부인하겠지만, 모든 구단들이 상대 사인 정보를 수집한다. 그러나 LG는 그 전달 방식이 너무 안일했고, 프로답지 못한 게 문제였다. 한 구단 관계자는 ”큰 실수를 했다. 선수들의 플레이가 위축될 수 있다”고 짤막하게 말했다.  

그렇다면 사인 훔치기에 경종을 울릴 수 있을까. 안타깝게도 어쨌든 사인 훔치기는 계속될 것이라는 게 상당수 현장 관계자들의 이야기다. 성공했을 때의 매력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현장에서 직감적으로 잡아내는 것까지는 뭐라 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그것도 벤치의 능력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대다수다. 하지만 그 외의 과정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할 계기가 될 것이라는 분위기에는 이견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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