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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아베, 트럼프 '개인플레이'에 밀려 허탈한 귀국길

아베 총리가 구상한 ‘강력한 대북 공조’와 거리가 먼 회담 분위기였다.

ⓒJoe Skipper / Reuters

1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소유한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그와 함께 공동 기자회견에 나선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안팎으로 위기에 몰린 아베 총리는 이번 방미로 분위기 전환을 시도했지만 ‘납북자 문제 협조’라는 립서비스에 만족하고 귀국길에 오르게 됐다.

공동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인 납북자가 가능한 한 빨리 가족과 상봉하는 모습을 보기를 원한다”며 “미국은 이 사람들을 (일본으로) 돌려보내기 위해 매우 매우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아베 총리는 지난달 8일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 의사를 밝힌 직후 미국 방문을 통해 대북 대응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각종 스캔들로 지지율이 급락하는 가운데 한반도 문제에서 ‘재팬 패싱’이라는 지적까지 나오자 몸이 더 달았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과 강한 대북 압박을 확인하고 핵·미사일 협상에 일본의 요구를 반영시키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이틀 간의 정상회담 일정을 지배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현란한 개인 플레이였다. 그는 아베 총리와 함께 카메라 앞에 서서 “북한과 세계에 위대한 날”, “남북 종전 논의 축복” 등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장밋빛 전망을 쏟아냈다. 마침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지명자의 방북 사실도 공개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폼페이오 지명자의 이름을 언론이 공개하기 직전 “엄청난 고위급”이 북한과 직접 대화했다며 분위기를 띄웠다. 그럴수록 아베 총리의 존재감은 찌그러들었다. 비록 트럼프 대통령이 납북자 문제를 북-미 회담에서 제기하겠다고 했지만, 아베 총리가 구상한 ‘강력한 대북 공조’와는 거리가 먼 회담 분위기였다.

아베 총리는 통상 문제에서도 우호적인 말을 듣지 못했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일본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이 미-일 양국에 최선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티피피에 복귀하고 싶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또 “나는 양자 협정이 좋다. 그게 우리 나라를 위해 더 좋다. 일본과의 직접 거래, 양자 협상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농업 등 때문에 일본이 스스로 불리하다고 보는 미-일 자유무역협정(FTA)을 선호한다는 취지였다. 아베 총리는 “자유롭고 공정하고 상호적인 무역 거래를 위한 협의를 개시하기로 했다”며 미국과 새로운 틀의 협의를 창설하기로 했다고 밝혔지만 구체적 내용은 말하지 않았다. 그는 미국이 일본산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대한 고율 관세를 철회해주기를 원했지만 이것도 이뤄지지 않았다.

두 정상은 이틀간 두 번의 오찬, 한 번의 만찬을 하고 골프도 치며 알찬 친교의 시간을 보냈다. 그러나 아베 총리로서는 자국민들에게 제시할 가시적 성과는 건지지 못했다.

<에이피>(AP) 통신은 두 사람 사이의 ‘브로맨스’의 한계가 드러났다고 평가했다. <니혼게이자신문>은 “통상 문제에서 미-일의 차이가 선명히 드러났다”고 했고, <아사히신문>은 “아베 총리의 내우외환이 깊어지고 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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