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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4월 19일 18시 10분 KST | 업데이트됨 2018년 04월 19일 18시 10분 KST

왜 인터넷에서는 술을 팔지 않는 걸까?

미성년자를 보호하기 위한 게 아니다

huffpost

페이스북을 보는데, 일본 술을 집에서 받아볼 수 있다는 광고 문구가 눈에 띄었습니다. 그런데, 분명히 저는 술은 배송으로 살 수 없는 거로 알고 있었거든요. 그래서 안동소주나 전통주를 인터넷에서 판매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해서 화제가 되었던 것이 분명히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배송으로 산다고? 이거 불법 아냐? 싶었습니다. 그래서 사이트에 들어가 보니, 정말로 일본 술들을 배송해준다고 합니다.

 

 

이게 가능한 걸까요?

혹시나 해서 구글에 ‘술 일본 직구’를 쳐 보았습니다. 세상에, 수많은 글들이 나타납니다. 일본 술뿐만이 아니라 와인과 위스키도 같은 경로로 직구를 한다고 합니다.

 

 

분명히 술은 온라인 판매가 안 되는 물건이라고 알고 있는데... 이게 무슨 일인가! 싶어서 관련법 등을 찾아보았습니다.


술을 인터넷으로 살 수 없는 이유: 세금

 

Jae Young Ju via Getty Images

 

왜 술을 인터넷으로 살 수 없는지, 그러고 보면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이 없습니다. 그저 미성년자가 술을 사는 것을 막기 위해 그러려니 생각만 해 왔을 뿐입니다. 그러나 이유에 대한 법령을 찾아보니 술 판매를 규제하는 법은 ‘주세법’이었습니다. 꼭 그렇다고 볼 수는 없지만, 기본적으로 세금 문제라는 것입니다.

인터넷으로 술을 팔 수 없는 근거는 ‘주류의 통신판매에 대한 명령위임 고시’에 들어가 있습니다. 이 고시는 주세법 제40조, 시행령 제45조에 의하여 효력이 생깁니다. 그런데 주세법 제40조를 한번 보실까요?

주세법 제40조(주세 보전명령) ①국세청장은 주세 보전을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되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주류ㆍ밑술 또는 술덧의 제조자나 주류 판매업자에게 제조, 저장, 양도, 양수, 이동, 설비, 가격 또는 출고 수량에 관한 명령을 할 수 있다.

여기서 보시면, 국세청장은 ‘주세 보전을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된’ 경우에만 ‘주류 판매업자에게’ 출고에 대한 명령을 할 수 있다고 되어 있습니다. 여기까지만 보시면, 인터넷으로 술을 살 수 없는 이유는 ‘주세 보전을 위해서’ 입니다. 법에는 다른 목적으로 판매를 막는 것은 허용하지 않고 있으니까요.

결국, 인터넷으로 술을 살 수 없는 이유는 세금 때문입니다.

 

인터넷으로 살 수 있는 술도 있다

구체적으로 한번 규정을 살펴봅시다.

주류의 통신판매에 관한 명령위임 고시

제2조(주류 통신판매자) 주류를 통신판매(음식점에서 전화 등을 통해 주문 받은 음식에 부수하여 함께 주류를 배달하거나, 소매점에서 전화 등을 통해 주문 받은 조미용 주류를 배달하는 것은 주류 통신 판매로 보지 아니한다)할 수 있는 사업자는 다음 ‘각 호’의 주류를 생산하는 주류제조업면허자로서 관할 세무서장의 승인을 받은 자로 한다.

글의 주제와 상관없는 여담이지만, 여기서 ‘음식점에서 전화 등을 통해..’ 부분 때문에, 치킨을 시키면서 같이 맥주를 주문하는 것은 합법입니다. 그리고 굳이 법에 잘 쓰지 않는 괄호로 규정한 것은, 한국인의 소울푸드 치맥을 불법으로 규정하여 단속하려는 국세청의 시도에 대해 엄청난 반발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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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맥은 진리!

주류를 통신 판매할 수 있는 사업자가 규정되어있는 ‘다음 각 호’를 살펴보면 전통주(제조면허 추천을 받은 주류, 무형문화재가 제조한 주류, 식품명인이 제조한 주류), 그리고 1999. 2. 5. 이전에 제주도지사가 제조허가를 한 주류가 기재되어 있습니다. 간단히 생각해서, 대한민국에서는 전통주를 생산하는 주류제조업면허자만 인터넷으로 술을 팔 수 있습니다.

여기서 밑줄 쫙, 하셔야 하는 부분은 위 법이 ‘구매‘를 규제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판매’를 규제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즉 전통주 판매자가 아니라면 인터넷으로 술을 팔 수 없습니다. 그런데 인터넷으로 술을 구매하면 안된다는 내용은 없습니다. 말장난 같지만 이것이 중요합니다.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1) 주류를 인터넷으로 살 수 없는 이유는 미성년자 확인 때문이나, 국민들이 술을 너무 많이 먹게 될 가능성 등 때문이 아닙니다. 세금 때문입니다. 2)그리고 술의 인터넷 판매를 규제하는 법령은 구매가 아니라 판매를 규제하고 있습니다.

이 두 가지 점을 함께 생각하면 자연스럽게 이런 결론이 나옵니다. 2) 판매자 규제의 대상이 될 수 없는 외국의 판매자가 배송하는 술을 받아보는 것은 원칙적으로 합법이고, 1) 다만 수입에 대한 세금만 잘 내면 된다, 는 것입니다.

흔히 말하는 ‘해외직구’는 법적으로 보면 개인이 직접 수입을 하는 것입니다. 개인이 수입업체가 되는 거죠. 이에 대해서는 추후에 글을 써 보겠습니다. 그리고 주세법상 개인이 술을 수입할 때는 신고서와 세액을 세관장에 제출하고(주세법 제23조 3항, 제25조 2항), 세금을 잘 내면 됩니다(주세법 제28조). 이것 외에 다른 제한은 없습니다!

결론적으로, 세금만 잘 내고, 세관 통과시에 술의 가격과 수량 등을 잘 적은 신고서만 제출한다면, 술을 해외에서 직구하여 집에서 받아보는 것에는 문제가 없습니다. Q.E.D. 문제 해결, 만세!

 

skaman306 via Getty Images

 


그러나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면 왜 우리는, 한 병에 420원 하는 생수도 굳이 30병씩 배송을 시켜먹는 한민족인 우리는, 술을 살 때 해외배송을 안 하고 영하 15도에 굳이 밖으로 나가 편의점을 가서 맥주를 사 마시는 것일까요?

그 이유는 당연히 ‘몰라서’ 겠지만, 한편으로는 세금과 배송비 때문입니다. 세금에 대해서 자세히 이야기하려면 별도의 포스팅이 필요할 테니 간략히 살피면, 와인 한 병을 수입할 경우 우리는 해외 가격에다, 관세 15%(맥주는 관세 30%입니다), 주세 30%(맥주는 72%입니다), 교육세 3%(맥주는 7.2%입니다), 부가세 10%(해외 가격의 10%가 아니라 세금을 합한 가격의 10%입니다)를 내야 합니다.

즉 3만 원 와인 한 병을 직구하면, 세금만 18840원을 추가로 내야 합니다. 그리고 2천 원 맥주 한 병을 직구하면 세금만 2600원이 붙습니다. 여기에 FTA가 들어가면 세율이 달라지는데 일단 빼지요.ㅎ

여기에 배송비가 있습니다. 술은 보통 유리병에 들어가 있고 액체가 깨지거나 파손되기 쉽습니다. 게다가 무겁죠. 배송비 계산이야 천차만별이겠습니다만 위에 말씀드린 일본 직구 사이트들은 한 병에 배송비로 3,500엔을 받고 있습니다.

결국 세금과 배송비가 워낙 세서, 실제로 술을 해외 직구할 경우에 가격 면에서 딱히 이익을 보기 힘든 것입니다.

 

RUNSTUDIO via Getty Images

 

하지만 그러면 왜 저런 사이트가 존재하겠습니까? 네 세상에는 모두 예외가 있습니다. 한 병에 20만원 선이 넘어가는 고가의 와인의 경우에는, 특히 이름값이 좀 있는 프랑스 와인의 경우에는, 그래서 수입업체가 가격을 이빠이 올린 경우에는, 세금과 배송비를 감안해도 우리나라에서 사는 것보다 싼 경우가 왕왕 있습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1. 전통주 외에, 한국의 판매자가 파는 술은 인터넷으로 살 수 없다.
  2. 하지만 외국에서 직구하여 집으로 편안히 받아보는 것은 무리가 없다. 세금만 제대로 내고, 목록표만 만든다면.
  3. 그러나 세금과 배송비가 워낙 세서 보통은 잘 사용하지 않는다.

세금과 배송비의 압박이 있긴 합니다만, 우리나라에서 구하기 힘든 술인데 꼭 마시고 싶어서 돈을 좀 내더라도 산다는 경우, 그리고 한국의 수입업체가 가격을 높이 올려서 비교해보니 직구가 도리어 싼 경우에는 충분히 이용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이 글은 필자의 블로그에 게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