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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4월 18일 12시 05분 KST | 업데이트됨 2018년 04월 18일 13시 31분 KST

드루킹이 아니라, 김경수가 누군지 알아야 한다

생각하면 별로 이상할 것도 없는 스토리다

huffpost

일부 언론은 연일 드루킹이 얼마나 이상한 사람인지 그리고 그 이상한 사람과 김경수 의원이 얽혔다는 프레임으로 보도한다. 나는 국회의원회관에서 일해봤고 대선 캠프에서도 일해봤다. 경험에 비추어 볼 때 김경수 의원이 드루킹에게 했던 반응은 그리 이상한 건 아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김경수 의원이 유권자 시민들에게 너무 잘하다보니 생긴 일이다.

이 사건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드루킹이 어떤 사람인가가 중요한 게 아니라 김경수가 어떤 사람인가가 더 중요하다.

이해를 돕기 위해, 먼저 김경수 의원이 어떤 사람인가에 대해 알 필요가 있다. 김경수 의원은 선거에서 두 번 낙선했고, 20대 총선에서 마침내 당선됐다. 당시 득표율은 62.4%였다. 민주당 후보 중 1위의 득표율이었다.

김경수 의원은 앞선 두 번의 선거에서 낙선하자 지역으로 내려갔다. 유권자 국민들과 직접 소통하고 함께하기 위해서였다. 지역의 마을회관에서 회갑연이라도 열리면 득달같이 찾아가 지역민들과 부대꼈을 정도라고 한다. 그렇게 ‘진심‘을 ‘행동‘으로 ‘실천’해 풀뿌리 민심을 얻은 결과가 득표율 1위로 당선된 20대 총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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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김경수 의원에게 드루킹이라는 인터넷 논객이 찾아온다. 드루킹은 자신에 대해 소개하길 ‘경제민주화를 추구하는 모임’을 운영하고 있다고 했다. 그 모임은 변호사나 회계사 등 주로 전문직에 종사하는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다고도 했다. 모임은 경제민주화를 위해 온˙오프라인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는데, 오프라인 활동 중 하나가 여러 인사를 초청하여 강연을 듣는 것이었다. 보도에 따르면, 여기에서 노회찬 의원이나 유시민 작가 처럼 알만한 사람들도 초청받아 강연을 했다고 한다. 프로필을 이렇게 열거하니 꽤 그럴듯해 보이는 모임이지 않은가? 즉, 드루킹이 얼마나 이상한 사람인지 이 시점에선 알 수가 없다.

 

그럴듯해 보이는 이 모임에서 문재인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지지하고 돕고 싶다며 호의를 표했다. 그리고 김경수 의원도 이 모임에서 강연을 해주길 청했다. 이에 국회의원 김경수 입장에서 어떻게 대했겠는가? 어느 누가 자기를 지지하고 호의를 표하는 사람에게 야멸차게 구는가? 그냥 정중하게 대하면 되는 것이다. 하물며 정치인이다. 자기 좋다고 접근하는 유권자의 마음을 상하게 하고 싶은 국회의원은 없다.

그렇지만 김경수 의원은 일정이 빠듯해 강연은 어렵겠다고 거절했다. 이에 드루킹은 강연이 어려우면 사무실에 내방하여 회원들과 간단하게 이야기라도 나눠달라고 청한다. 김경수 의원은 자기에게 호의를 표하는 이들의 청을 못들어준 게 못내 미안했나 보다. 그래서 이것 저것 준비해야 하는 강연은 어렵지만, 짬을 내면 가능한 것은 들어줬다. 그래서 드루킹의 사무실에 방문하여 회원들과 인사를 하고 이런 저런 이야기도 나눴다.

사실 이것도 적당히 둘러대고 거절하면 그만이다. 까놓고 말하면 자기 지역구 유권자도 아니니까. 이를 살짝만 바꿔 말하면, 국회의원이 자기 지역구 돌면서 유권자들 만나는 정도는 특수한 게 아니라 매우 매우 흔한 일이라는 말이다. 국회의원은 국민 전체의 의사를 대표하는 사람이다. 꼭 ‘자기 지역구 유권자‘가 아닌 사람이라도 만날 수 있다. 이상한 일은 아니다. 이는 외려 ‘굳이’ 안 하고 눙쳐도 되는 걸 최대한 진심어린 성의를 보인 것이다. 풀뿌리 민심을 얻으며 원내에 들어온 김경수 의원 답게.

이후, 드루킹은 김경수 의원을 한 번 더 사무실로 초청한다. 회원들이 대선 경선에 참여하여 문재인 후보를 도울 건데 격려를 해달라는 이유에서였다. 김경수 의원은 응낙한다. 이건 김경수가 아니라 그 어떤 정치인이라도 응한다. 민주당 대선 경선은 매우 치열했다. 나서서 선거인단 확보에 총력을 다해도 시원찮을 판에, 누가 저걸 거절할까?

그리고 대선이 끝났다. 드루킹은 또 김경수 의원을 찾아왔다. 인사청탁을 위해서다. 예의 그 오사카 총영사관 자리에 누구를 넣어달라는 것이었다. 문재인 정부는 열린 인사추천제를 시행하고 있으므로, 김경수 의원은 ‘좋은 분이 있으면 추천해주세요’하고 말했다. 아마 김 의원은 이 이야기를 드루킹에게만 한 게 아닐 것이다. 제도가 있으니 누구든 좋은 사람이 있으면 추천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을 테니까. 굳이 말하면 절차를 어긴 것도 아니니 잘못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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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지적하자면, 이는 정치적으로는 나이브한 태도다. 왜냐하면 김경수 의원의 개인의 성정과 무관하게 그가 갖는 위치성이라는 게 있기 때문이다. 바로 대통령의 측근이라는 위치다. 열린 인사추천제에 따라 일반 국민이 누구를 추천하는 것과 대통령 측근이 추천하는 것은 당연히 다른 무게를 갖는다. 게다가 선거가 끝나고 모두 논공행상에 예민하다. 문정권 창출의 1등 공신 격인 양정철 전 비서관이 왜 선거가 끝나자마자 스스로 권력과 거리를 두고 ‘논공행상’과 관련된 오해를 받을 수 있는 모든 상황에서 피했겠는가? 제도나 절차의 문제가 아니라 정부를 위한 정무적 판단의 영역이었던 것이다. 김경수 의원 역시 그가 잘못을 한 게 아니더라도 그가 갖는 정치적 위치성 때문에 이와 같은 영역에선 좀 더 조심하고 신중해야 한다.

어쨌든 김경수 의원은 드루킹으로부터 추천을 받았다. 보아하니 해당 인사의 이력이 괜찮다. 변호사고, 일본의 유명 대학을 졸업했고, 이런 저런 경력이 출중하고, 자격이 꽤 괜찮아 보인다. 그래서 김경수 의원은 이를 인사수석실에 전달했다. 그러나 인사수석실은 다른 이유 때문에 기용이 불가하다고 판단하고, 이를 김경수 의원에게 전한다. 김경수 의원은 이를 다시 드루킹한테 전달한다. 그리고 자기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드루킹은 폭주한다. 비로소 이상한 낌새를 차린 김경수 의원은 자기가 드루킹의 인사 추천을 전달한 입장도 있고 하니, 이를 민정수석실에 알린다. 응당한 조치다. 이 모든 과정은 김경수 의원이 좀 안이했다고는 할 수 있겠으나 이 정도를 갖고 청탁의 정황이라고 할 순 없다. 그냥 제도가 있으니 추천한 것일 뿐, 무리해서 뭘 시도한 정황이 없기 때문이다.

​일부 야당에선 연일 김경수 의원과 드루킹의 관계를 갖고 공세를 펼치고 있다. 그러나 며칠전 보도를 통해 경찰은 다음과 같이 밝혔다.

″경찰은 드루킹이 특정 기사에 대해 무엇인가를 했다는 결과를 김경수 의원에게 알리는 메시지를 보냈으나 김 의원이 확인조차 하지 않았고, 현재까지는 드루킹이 일방적으로 보낸 메시지를 김 의원이 확인하지 않은 것이 대부분이라고 밝혔다. 

김 의원이 간혹 의례적으로 ”고맙다” 등 답을 한 사실은 있지만, 현재 확보된 텔레그램 메시지만으로는 불법적 수단이 동원된 사실을 김 의원이 알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김씨가 매크로 사용이나 1월17일 댓글 추천수 조작 사실을 김 의원에게 보고한 내용도 확인되지 않았다고 경찰은 말했다”

- 연합뉴스 2018년 4월16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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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이 간다. 당시 김경수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 후보의 수행을 하고 있었다. 후보를 지근거리에서 수행하고 있는 만큼, 각종 상황 등에 대해 엄청난 양의 메시지와 연락들이 온다. 중요한 것부터 자질구레한 것까지. 자질구레한 것들은 일일이 다 확인할 수 조차도 없었을 것이다. 자기 보직을 수행해내는 것만으로도 벅차기 때문에, 그 외의 어느 지지단체가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지 신경쓸 여력도 없고 알 수도 없다. 이미 보도가 되고 있지만, 앞으로 경찰 수사가 나와보면 더 명확해지겠지.

​일부 언론과 일부 야당은 무슨 대단한 스캔들이나 음모라도 있는 것처럼 말하는데, 사실 이 모든 것들은 액면 그대로 보면 그냥 선거판과 정치인에게 흔히 있는 범상한 일들이다. 유권자나 지지단체가 국회의원실을 방문하는 것도 흔한 일이고, 당장 특별히 눈에 띄게 이상한 짓을 벌이기 전까진 정치인이 그들에게 호의적으로 구는 것도 범상한 일이다. 드루킹이란 사람이 특히 이상한 사람이라는 점만 빼면 말이다.

 

 

그런데 그게 그렇게 중요한가? 중요한건 드루킹이 얼마나 이상한 사람인지가 아니다. 그는 법률대로 조치하면 된다. 중요한건 그를 대하는 정치인이 어떠했는지다. 무슨 구체적인 혐의점이 발견된 것도 아닌 이상, 김경수 의원이 그가 총선에서 당선될 때 그러했던 것처럼, 찾아오는 지지자들에게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친절했다고 생각하면 별로 이상할 것도 없는 스토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