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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의 2014년과 2018년. 무엇이 바뀌었을까

달라진 게 거의 없다

2014년, 대한항공 086편의 이륙이 지연되었다. 당시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은 자신이 매뉴얼을 제대로 숙지하지 못했으면서 승무원이 매뉴얼을 숙지하지 못했다고 오해하며 ”야 너, 거기서 매뉴얼 찾아. 무릎 꿇고 찾으란 말이야. 서비스 매뉴얼도 제대로 모르는데, 안 데리고 갈 거야. 저X 내리라고 해”라고 욕설을 하고 구타했다.

이 사건은 일파만파 커졌다. 이른바 ‘땅콩 회항’ 사건으로 불리며 대한항공 오너 일가의 ‘갑질’ 이 도마 위에 올랐다. 대한항공은 주어를 알 수 없는 모호한 사과를 했고 조현아 부사장에게는 항공보안법 위반,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되었다.

그리고 2018년, 대한항공 오너 일가의 갑질 사건이 또 불거졌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둘째 딸이자 대한항공 여행마케팅 전무인 조현민이 광고대행사 직원에게 물을 뿌리고 욕설을 한 사실이 밝혀졌다.

 

ⓒ뉴1/Huffpost

 

 

왜 이런 일이 불과 3년 만에 다시 벌어진 걸까? 당시에 보도되었던 직원들의 제보, 그리고 지금 대한항공에서 흘러나오는 이야기들을 종합해보면 대한항공은 2014년 이후로 바뀐 게 거의 없다.

익명을 요구한 대한항공 관계자는 16일, 우리에게 ”회사가 본사 직원들을 대상으로 휴대폰 검사를 한다고 했다. 지상직이 아닌 사람들도 불안해서 기록을 다 지우고 있다. 회사 와이파이도 불안해서 못쓰고 있다. 회사에서 설치하라고 한 보안 앱도 불안하다”며 지금 이 대화 기록도 곧 지울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다만 대한항공은 해당 계획이 외부에 알려진 걸 의식했는지, 오늘은 휴대폰 검사를 하지 않았다.

2014년 당시에도 비슷한 증언이 나왔다. 당시 시사인과 인터뷰한 한 승무원은 “지금까지 언론과 인터뷰한 승무원이 많았지만 회사가 다 잡아내 징계를 했다. 기사에 얼핏 언급된, 언제 입사했고 어디를 비행했다는 식의 정보를 가지고 끝까지 잡아내는 거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승무원도 “검열을 많이 한다. 회사가 언제든지 카톡을 확인할 수 있다는 뉘앙스를 풍겨, 우리끼리 대화한 다음에는 모두 방을 나가기도 한다”라고 말했다.

관계자는 또 ”대한항공은 현재 탑승 승무원 수를 줄이고 있다”는 사실을 이야기했다. 이코노미석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최소 여섯 명은 타야 원활한 서비스 제공이 가능한데 최소 탑승 인원을 줄여 다섯 명만 탑승하고 있다고 했다. 이유를 물으니 ”비용 절감을 하고 실적을 내야 W(조원태 현 대한항공 대표이사) 승계작업이 유리해지지 않겠냐. 덕분에 우리만 마른 수건처럼 짜이고 있다”이라고 답했다.

대한항공의 ‘원가절감을 위한 노력’은 2015년에도 보도되었다. SBS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승무원용 기내식은 정원의 50~60%만 채웠다. 승객이 많거나 추가 식사를 요구할 때, 승무원들은 제대로 끼니를 때울 수 없었다. 다만 증언에 따르면 최근 식사문제는 해결한 것으로 보인다.

 

ⓒJongcheol Park / EyeEm via Getty Images

 

시사인 보도에 따르면 대한항공 승무원들은 회사를 ”대한여고”라고 불렀다. 직원들의 행동을 과하게 통제하기 때문에 나온 이야기다. 대한항공 승무원에게는 이른바 3금이 있는데 바로 유니폼을 착용하면 ‘이동 중 전화 사용 금지‘, ‘커피를 들고 마시는 행위 금지‘, ‘면세점 출입 금지’가 적용된다는 것이다. 한 직원은 시사인에 ” 비행을 끝내고 셔틀버스를 기다리면서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걸 조 회장이 발견한 다음, 휴대전화 사용 금지 지침이 내려왔다. 커피 금지도 비슷한 상황에서 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여전히 면세점은 출입이 불가능하고 커피는 앉아서 이름표를 떼면 마실 수 있다. 전화는 어지간하면 서서 한다”고 말했다. 조금 완화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직원의 행동을 사사건건 규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실 확인을 위해 대한항공에 전화를 걸었다. 대한항공은 취재요청과 관련한 모든 업무를 담당 변호사에게 맡기고 있다고 답했다. 담당 변호사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2014년 사건을 되돌아보자. 당시 피해자였던 박창진 사무장은 1~3년차 승무원이 담당하는 이코노미스트 승객대응에 배치됐다. 지난 3월 박창진 사무장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핵폭탄 같은 스트레스로 지난 삼년간 생긴 머리 양성종양. 올해 들어 너무 커져서, 수술 합니다. 아픈척 한다는 , 꾀병 부린다는 , 목 통증으로 업무 도움 요청한 일을 후배 부려 먹는다는 소문들 만들던 사내 직원들 비난이 난무했던 지난 시간의 흔적”이라고 올렸다. 이 게시물은 현재 삭제된 상태다.

조현아는 ‘땅콩 회항’ 후 3년 4개월 만에 칼호텔 네트워크 등기임원(사장)으로 선임되었다. 어쩌면 이게 3년 후 조현민과 대한항공 직원들의 미래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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