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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7시간'은 아직 규명되지 않았다

[인터뷰] 장완익 '가습기·세월호 참사 특조위' 위원장

  • 허완
  • 입력 2018.04.16 12:14
ⓒ한겨레

온 국민을 슬픔과 공포에 빠뜨렸던 가습기살균제 사건과 4·16 세월호 참사의 진상이 밝혀질까. 두 사건의 공통점은 수많은 인명이 무고하게 희생된 ‘사회적 참사’라는 것이다. 그렇기에 두 사건의 원인을 규명하고, 이를 수습하기 위해 정부가 기울였던 조처의 적정성을 따져 물으며, 앞으로 벌어질 수 있는 비슷한 참사를 막기 위해 대책을 고민하는 것은 남겨진 우리가 감당해야 할 사회적 책무가 된다. 이런 중요한 과업을 떠맡게 된 ‘가습기살균제사건과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이하 특조위)가 3월29일 출범했다.

 

정부 협조와 달라진 국회 상황 ‘기대’

<한겨레21>은 3월29일 특조위 위원장에 임명된 장완익 변호사를 4월4일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에 둥지를 튼 특조위 사무실에서 만났다. 장 위원장은 2006년 대통령소속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조사위원회에서 상임위원 겸 사무처장을 4년간 맡았으며, 1기 세월호 특조위에서 비상임위원으로 활동했다. 특조위의 활동 기간은 조사 개시부터 1년이고, 위원회 의결로 1년을 더 연장할 수 있다. 장 위원장은 “1기 세월호 특조위 땐 박근혜 정부의 조직적인 방해로 제대로 된 결과를 내놓지 못했지만, 이젠 그런 변명을 할 수 없다. 가습기살균제 사건과 세월호 참사 둘 모두에서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조사 결과를 내놓겠다”고 말했다.

- 1기 세월호 특조위는 1년9개월 동안 활동했다. 그러나 제대로 된 보고서를 내놓지 못하는 등 성과에 한계가 많았다.

= 1기 특조위 땐 정권 차원의 조직적인 조사 방해가 있었다. 그로 인해 이병기 전 대통령비서실장,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 등이 직권남용 혐의로 최근 검찰에 기소됐다. 해양수산부 차원에서도 특조위 파견 공무원들이 제대로 업무를 하지 않았고, 새누리당 추천으로 들어온 특조위원들도 사실상 조사를 방해했다. 국민의 기대를 안고 천신만고 끝에 만든 특조위였는데, 박근혜 정부가 시행령과 예산을 움켜쥐며 활동을 위축시켰고, 활동 기간도 줄였다. 또 침몰 원인을 규명하는 데 결정적인 세월호 선체도 인양되지 않아, 결국 제대로 조사가 이뤄지지 못했다.

- 이번 특조위는 그런 문제를 겪진 않을 것 같다.

= 물론이다. 1기 때와 비교할 수 없다. 일단 정부가 잘 협조할 것이고, 국회 상황도 달라졌다. 이번 특조위 활동이 부진하면 변명의 여지가 없다. 무조건 잘해야 한다. 

ⓒED JONES via Getty Images

  

올해 하반기부터 본격 조사

- 특조위 설치의 근거가 되는 ‘사회적 참사의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을 보면, 특조위 업무 내용으로 가습기살균제 사건과 세월호 참사의 △원인 규명 △원인을 제공한 법령과 제도 등에 대한 대책 수립 △정부 대응의 적정성 조사 등을 꼽고 있다. 앞으로 어떤 활동을 해나갈 것인가.

= 가습기살균제 참사와 세월호 참사 양쪽 모두에서 여러 선행 조사와 수사가 이뤄졌다. 일단 그 기록을 입수해 꼼꼼하게 검토해야 한다. 이를 통해 미진한 부분을 추려내, 특조위가 두 사건의 진상 규명을 위해 뭘 더 조사할지 결정할 것이다. 예를 들어 세월호의 침몰 원인과 관련해선 세월호선체조사위원회가 활동하고 있다. 선체조사위의 활동은 8월6일까지이며 종합보고서도 나온다. 그러나 바다에서 건져올린 세월호의 선체 직립 작업도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선체조사위가 기한 내에 침몰 원인 등과 관련해 명쾌하고 완벽한 결론을 내놓는다면 고맙겠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특조위가 그 결과를 이어받아 계속 조사할 수밖에 없다. 가습기살균제 참사도 마찬가지다. 일단 그동안의 모든 조사·수사 기록을 입수해 꼼꼼히 살펴본 뒤, 뭘 더 조사할지 가려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관련자들의 범죄행위가 드러나면 고발이나 수사 요청을 할 수 있고, 필요하면 청문회를 열거나 특별검사를 요청할 수 있다.

- 1기 특조위 때 주요 쟁점이 박근혜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이었다. 이와 관련해 최근 검찰이 수사 결과를 내놨는데.

= 세월호의 7시간은 여전히 규명되지 않았다. 이번에 검찰이 공개한 것은 박근혜 대통령의 7시간이다. 그러나 우리가 알아야 하는 것은 박근혜의 7시간이 아닌 ‘세월호의 7시간’이다. 즉, 국가 재난 대응의 컨트롤타워인 ‘청와대의 7시간’ ‘해양수산부의 7시간’ ‘해경의 7시간’을 모두 철저히 검증해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의 7시간은 세월호 7시간의 극히 일부다.

- 사회적참사진상규명법을 보면, 특조위의 특검 요청 규정이 1기 때보다 강화된 점이 눈에 띈다.

= 특조위가 특검을 요청하면 상임위는 안건 심사를 3개월 안에 마쳐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바로 본회의에 부의한 것으로 본다. 1기 때엔 의결 요청권만 있었다. 특조위 권한이 강화된 만큼 특검을 요청하려면 완벽하게 자료를 준비해야 할 것이다.

- 이제 특조위가 출범했다. 조사는 언제쯤 시작될까.

= 지금 보다시피 특조위 사무실이 텅텅 비어 있다. 일단 시행령을 만들어야 한다. 이르면 4월 말이나 5월 초에 시행령이 만들어진다. 시행령이 생겨야 조사 인력 채용 공고를 낼 수 있다. 이후 80명 넘는 별정직 공무원을 채용해야 한다. 사람을 뽑는 데 두 달 정도 시간이 걸린다. 각 부처에서 인력도 파견돼야 한다(법상 특조위 정원은 120명 이내로 정해졌다). 이런 작업이 모두 끝나려면 올해 하반기 이후에야 가능할 것 같다.

 

ⓒHandout via Getty Images

 

“‘가습기 사건’도 소홀하지 않을 것”

- 특조위가 세월호 참사에 지나치게 집중하면 가습기살균제 사건이 소홀히 다뤄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 그런 일은 결코 없을 것이다. 나는 가습기살균제 사건과 세월호 참사 두 사건의 진상을 규명해야 하는 위원회의 위원장이다. 단, 두 사건의 성격이 조금 다르다. 세월호의 경우 피해자가 특정돼 있다. 그래서 진상 규명과 대책 마련이 중요하다. 그러나 가습기살균제 사건은 피해자와 가해자를 특정하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가습기살균제 피해를 입었다고 신고한 환자 수만 6천여 명이다. 2017년 정부 연구용역 결과를 보면, 가습기살균제를 쓴 이들은 수백만 명이고, 건강 피해를 입은 이는 수십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참사 진상 규명의 가장 기본인 피해자를 특정하는 것부터 많은 인력과 시간을 들여야 한다. 제조사들이 인체에 유해한 성분을 쓴 게 1차 원인이지만, ‘인체에 무해하다’고 광고하며 제품을 판 대형 유통업체, 이를 수수방관하거나 은폐한 정부기관 등 책임 주체가 다양하다. 두 사건 모두 중요한 사회적 참사다. 대한민국의 안전 지표를 측정하고, 안전사회를 만들기 위해 두 사건 모두 중요하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 반드시 만족할 만한 성과를 내놓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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