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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는 물러나라” 일본 시민 3만명 국회 앞 시위

2015년 안보법제 반대 투쟁 이후 최대 규모 시위다.

ⓒBloomberg via Getty Images

“퇴진! 퇴진!”

14일 일본 도쿄 지요다구 국회의사당 앞에서 시민 3만여명(주최 쪽 추산)이 모여 아베 신조 내각 사퇴를 외쳤다. 지난달 초 공문서 조작 스캔들이 점화한 이후 최대 인파가 모였을 뿐 아니라, 2015년 안보법제 반대 투쟁 이후 최대 규모 시위다.

인파는 국회 앞 인도뿐 아니라 차도까지 메우면서 일본에서는 보기 어려운 풍경을 연출했다. ‘미래를 위한 공공’ 등 3개 시민단체가 연합해서 진행한 ‘국회 앞 대행동’에서 시민들은 “아베는 물러나라”, “아베 내각 총사퇴”라고 쓴 펼침막을 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공산당 기관지 <아카하타>는 시위에 5만명이 모였다며, 지방에서 올라와 여행가방을 들고 나온 이, 유모차를 몰고 나온 엄마들도 있었다고 전했다. 13일 히로시마와 14일 나고야에서도 정권 퇴진 요구 시위가 진행됐다.

아베 내각은 공문서 조작, 자위대 문서 은폐, 총리 친구 특혜 의혹이 잇따르면서 위기를 맞고 있다. 먼저 지난달 초 오사카 사학법인 모리토모학원에 대한 국유지 헐값 매각 논란과 관련해 재무성이 내부 문서 14개에서 300곳 이상을 고친 사실이 드러났다. 이어서 육상자위대가 지난해 없다고 했던 이라크 파견 부대 일일보고 문건이 사실은 남아 있는 것으로 파악됐고, 자위대가 이를 은폐하려 한 정황도 드러났다. 또 아베 총리와 오랜 친구인 가케 고타로가 이사장으로 있는 가케학원이 수의학부 신설을 허가받은 것과 관련해서, 2015년 당시 총리 비서관이 수의학부 신설이 “총리 안건”이라고 발언했다고 기록한 문서가 나왔다. <교도통신>은 14~15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내각 지지율이 1일 조사에 비해 5.4%포인트 하락한 37%(비지지율 52.6%)를 기록했으며, 가케학원 스캔들에 대한 아베 총리의 해명을 “납득할 수 없다”는 응답이 79.4%에 달한다고 전했다.

시위를 주최한 단체들 중 하나인 ‘총원실행위원회’의 공동대표 후쿠야마 신고는 “아베와 친구들은 (집권 뒤) 5년5개월 동안 헌법을 파괴하고 전쟁을 하는 나라로 폭주했다. 그리고 국가 권력을 사유화했다”며 “더 이상 (아베 내각을) 연명시키지 말자”고 말했다. 안보법제 반대 운동을 해온 사토 마나부 도쿄대 명예교수는 “일본의 정치, 국회, 관료 조직이 이렇게 부패한 모습을 목격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날 저녁에는 국회 정문 앞에서 수백명이 촛불시위를 했다. 헌법 개정에 반대하는 ‘9조의 모임’ 발기인들 중 한 명인 논픽션 작가 사와치 히사에가 주도해 500명 이상이 모였다고 <마이니치신문>이 전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이끌어낸 한국의 촛불시위를 본뜬 시위로, 최근 총리 사퇴를 요구하는 일본 시민들 집회에서는 한국의 사례를 언급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은 빗속에서도 한 손에는 촛불 모양 형광등을, 다른 손에는 “아베 정치는 용서할 수 없다”고 쓴 손팻말을 들었다. 이 글씨는 지난 2월 별세한 일본 전통시 ‘하이쿠’ 시인 가네코 도타가 쓴 휘호를 사용한 것으로, 가네코는 생전 평화운동에 힘쓴 인물이다. 촛불시위를 주도한 사와치는 87살로, 1945년 만주에서 일본의 패전을 맞은 인사다. 그는 일본군이 패전 뒤 민간인들을 버리고 도망가는 것을 목격한 경험을 책으로 썼다.

ⓒNurPhoto via Getty Images

정치 스승 격인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마저 아베 총리를 버리는 발언을 했다. 고이즈미 전 총리는 14일 이바라키현 미토시에서 강연한 뒤 기자들에게 아베 총리가 9월 당 총재 선거에서 3선을 하기는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모리토모학원 및 가케학원 스캔들 탓에 총리에 대한 “신뢰가 사라졌다”고 했다. 아베 총리가 모리토모학원 논란에 자신은 관계가 없다고 주장하는 것에 대해서도 “부인이 (모리토모학원이 설립할 예정이던 소학교) 명예교장을 했는데 어떻게 관계가 없냐”고 말했다. 고이즈미 집권 시절 아베 총리는 관방부장관과 관방장관으로 발탁되며 급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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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아베신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