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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길고양이·돌고래…우리 지켜줄 부처는 어디?

동물 관련 담당 부처는 생각보다 복잡하게 나눠져 있다.

ⓒAndrea Izzotti via Getty Images

“고래를 담당하는 행정부처는 어딜까?”

답은 해양수산부와 환경부이다. 고래는 바다에서 사는 포유류로 어업이라는 인간 활동과 관련이 돼 있다. 또 ‘야생생물보호법’에 따라 국제거래를 제한받는 멸종위기종이다. 바다 생물이자 어업 측면으로는 해양수산부가 담당하고, 멸종위기종이기에 환경부가 관리하기도 한다.

“개·고양이도 환경부 담당인가?”

답은 농림축산식품부, 지방자치단체, 식품의약품안전처 등이다. 법적으로 반려동물의 지위인 개나 고양이는 ‘동물보호법’에 의해 보호받는 종이다. 하지만 등록이나 구조 등은 지방자치단체가 맡는다. 같은 개라도 의약품, 의료기기 개발 등과 관련한 실험동물 신분이면 ‘실험동물법’을 주관하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담당할 수 있다.

담당 부처, 나라마다 제각각

당신은 동물 담당 기관이 어디인지 알고 있는가. 꼭 알아야 할 필요는 없지만 동물에 대한 관심이 늘면서 정책이나 민원을 어디에 문의해야 하는지 묻는 시민을 종종 만날 수 있다. ‘애니멀피플’은 국내 동물 관련 행정 부처가 어떻게 나뉘어 있는지 살펴보고, 외국 사례는 어떤지 알아보았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인 이용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국회 입법조사처의 도움을 받았다.

국내에서는 농림축산식품부, 해양수산부, 환경부, 식품의약품안전처, 지방자치단체 등이 동물 관련 업무를 하고 있다. 주로 농축산부, 해수부는 가축·수산물 등 산업으로서 동물을 다룬다. 환경보전 관점에서 야생동물은 환경부에서 맡고 있다. 산업동물이나 야생동물, 반려동물 등 동물 보호나 복지 관련한 모든 업무는 ‘동물보호법’을 담당하는 농축산부가 총괄한다.

이에 일부 동물보호단체에서는 농축산부가 산업과 복지 업무를 함께 다루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며 복지 업무를 환경부로 이관해야 한다는 주장을 냈지만, 동물단체들끼리도 이견이 있어 힘을 얻지 못하고 있다.

동물보호단체 회원들이 3월20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동부산관광단지 수족관 설립 계획 철회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서병수 부산시장의 돌고래 수족관 찬성 발언을 규탄하고 있다. 돌고래는 해양수산부(관리 및 보전), 환경부(국제 거래), 지자체(사업 인허가) 등의 부처가 업무를 나눠맡고 있다. 
동물보호단체 회원들이 3월20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동부산관광단지 수족관 설립 계획 철회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서병수 부산시장의 돌고래 수족관 찬성 발언을 규탄하고 있다. 돌고래는 해양수산부(관리 및 보전), 환경부(국제 거래), 지자체(사업 인허가) 등의 부처가 업무를 나눠맡고 있다.  ⓒ한겨레/박종식

그렇다면 외국은 동물 관련 정책을 맡을 정부기관을 어떻게 조직하고 있을까?

영국은 하나의 부처를 두고 총괄하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환경식품농촌부(Department of Enviroment Food and Rural Affairs)라는 부처가 모든 영역의 동물 관련 업무를 담당한다. 즉, 이 부처에서 동물 보호, 축산동물, 해양수산동물, 야생동물 등에 관한 정책을 일괄 처리한다. 

일본도 한국과 약간 다른 점이 눈에 띄었다. 동물 보호나 복지 업무를 ‘환경성’이 담당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 농축산부가 맡는다. 일본은 1973년 10월 ‘동물의 애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을 제정했고, 2006년 법 개정을 통해 동물학대 규제를 강화했다. 이 법에 따라 환경성이 기본 지침을 수립하고 광역자치단체에서 동물애호 추진 계획을 수립하는데, 법 관리를 환경성 자연환경국에서 맡기 때문에 복지 업무를 환경성이 총괄하게 됐다.

 

법망을 빠져나가는 동물들

한국과 비슷한 나라도 있다. 미국이나 독일은 한국처럼 농축산부 성격의 부서가 동물복지 업무를 담당한다. 미국은 동물 보호나 복지 업무를 축산 업무를 맡는 농무부(Department of Agriculture)에서 한다. 독일도 주관 부처가 식품농업부이다. 1933년 11월 제정된 ‘제국동물보호법’을 기초로 1972년 7월 ‘동물보호법’을 제정해 시행하고 있다. 

독일의 동물보호법은 지위가 높다. 2002년 5월 헌법 격인 ‘독일기본법’ 제20a조에서 “국가는 미래 세대를 위하여 자연적인 삶의 기초와 동물들을 헌법에 부합되는 질서의 범위 안에서 입법과 법률 및 법에 따른 집행력과 판결을 통해 보호할 책임을 진다”는 규정을 추가했기 때문이다. 한국도 지난달 문재인 정부가 발표한 헌법 개정안에 국가가 동물을 보호할 책임이 있다고 밝히고 있어 개헌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동물보호법 등 세부 법령이 정비될 것으로 기대된다.

외국 사례를 볼 때, 동물 관련 정책을 어느 기관이 맡을지는 중요한 문제가 아닐 수 있다. 다만, 여러 부처로 나뉘어 있는 정책을 종합할 ‘컨트롤타워’ 기능이 필요한 것은 분명하다. 실제로 점점 동물의 출처와 이용 등이 복잡해지면서, 들개(야생화된 반려동물), 동물카페 동물, 이색 반려동물(반려화된 야생동물)같이 법망을 빠져나가는 동물이 많아지는데, 부처 간의 협업이 없다면 현재 법체계가 유명무실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부처별 의견을 수렴하고 부처 간 이견을 협의하고 중요 정책에 대해 자문할 뿐 아니라 심의·의결할 수 있는 기구를 마련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국회 입법조사처 경제산업조사실의 유제범 입법조사관은 “국내에서는 동물을 산업의 관점에서 봤기 때문에 지금과 같이 담당 부처가 나뉘어 있다. 하지만 앞으로 복지 측면이 강조되면 동물 복지적 평가도 요구받을 것”이라며 “지금 당장 영국식으로 총괄하는 조직을 만드는 식으로 대대적으로 개편하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지만, 현재 동물보호법 제5조가 보장하는 ‘동물복지위원회’를 자문 기구가 아닌 심의·의결 기구로 격상해볼 만하다”고 제안했다. 이 조직에서 동물과 관계된 모든 정책을 평가할 때 복지 측면을 고려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는 또 “주무부처인 농축산부와 민간단체뿐 아니라 환경부, 해수부, 지방자치단체장 등이 모두 위원회에 참여하도록 개방적으로 운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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