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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직원들 한숨 "왜 우리가 부끄러워해야 하나"

ⓒ대한항공

“광고에 대한 애착이 사람에 대한 배려와 존중을 넘어서면 안됐는데, 제 감정을 관리 못 한 큰 잘못입니다. 머리 숙여 다시 한 번 죄송합니다”

광고대행사 직원에게 물을 뿌리는 등 ‘갑질’ 논란에 휩싸인 조현민(35) 대한항공 여객마케팅부 전무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사과문을 올리는 등 뒤늦게 수습에 나섰지만, 여론의 분위기는 여전히 싸늘하다.

대한항공 직원들 사이에서도 많은 원망이 13일 터져나왔다. 경력 10년의 대한항공 승무원 김모씨는 “2014년 ‘땅콩 회항’ 사건에 이어 또 오너 집안의 갑질 폭로가 알려졌다”면서 “조씨 3남매는 능력보다 부모 사업 물려받아 오너 자리에 앉아 있는 것인데, 왜 이들 때문에 직원들이 피해를 보고, 부끄러워서 고개를 숙여야 하는지 모르겠다. 제발 인성교육 좀 받았으면 좋겠다”고 꼬집었다.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은 조현아 칼호텔네트워크 사장과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 조현아 전무 등 1남 2녀를 두고 있다. 조 전무의 갑질 행태가 알려지면서 한진그룹 3남매의 과거 전력도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조현아(44) 칼호텔네트워크 사장의 ‘땅콩회항’ 사건이나 조원태(43) 대한항공 사장의 노인 폭행 등이 다시 사람들 입길에 오르내리고 있다.

‘땅콩 회항’ 사건의 피해자인 박창진 전 사무장도 씁쓸한 심경을 밝혔다. 박 전 사무장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조 전무가 광고 대행업체 직원에게 보낸 사과 메시지를 게재한 뒤 “하나는 배운 듯합니다. 진심이 아니더라도 빨리 덮자고 말입니다. 뉴스 나오니 사과하는 건 진정성 보다 본인의 이익을 위한 거겠죠”라며 “그러나 본인을 위한 사과는 피해자 입장에서 우롱과 조롱으로 느껴질 뿐입니다”라고 지적했다.

조 전무는 당시 회의에 참석한 직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광고를 잘 만들고 싶은 욕심에 냉정을 잃었다”고 했지만, 메시지를 보낸 시기가 익명게시판에 폭로가 나온 직후여서 진정성 역시 의심받고 있다.

대한항공 조종사노조 홈페이지에도 조 전무와 관련된 기사가 공유됐다. 게시판 댓글을 보면 “직원들이 죽어라 일하는데, 오너 집안에서 죽어라 (회사 이미지) 날려 먹네. 도대체 돈 가진 부모 만난 것 말고 할 수 있는 건 하나라도 있는지. 이러다 정말 대한이란 회사명이 바뀌는 건 아닐지 에휴”, “회사 망신은 죄다 땅콩 집안 몫이군요. 파면시켜야 하는 거 아닌가요?”, “청와대 청원합시다. 오너들의 갑질이 멈췄으면 합니다”라는 내용의 글도 올랐다.

조 전무의 ‘갑질’ 의혹이 불거지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대한항공 조현민 전무의 갑질을 엄중 처벌해야 한다’는 제목의 청원 글이 지난 12일 올라왔다. 청원자는 “지난번 땅콩 회항 사건 당시 조현아의 갑질에 솜방망이 처벌을 했더니 이번에는 그 동생이 또다시 직장에서 갑질을 했다”고 지적했다.

광고업계 쪽에서는 “터질게 터졌다”는 분위기다. 과거 대항항공 광고를 맡은 한 광고업계 관계자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광고대행업을 하는 회사는 을이다. 대기업의 불합리한 요구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면 계약이 파기되거나, 피해가 생기기 때문에 쉬쉬할 수밖에 없다”면서 “광고업계에서 대한항공의 이런 행태는 오래전부터 알려진 일이라 터질게 터졌다는 분위기다. 이번 기회에 대기업 광고주들의 갑질 문화가 개선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조 전무는 사건 의혹이 제기된 12일부터 휴가를 낸 채 출근하지 않고 있다. 그는 대한항공 전무뿐만 아니라 한진그룹의 정석기업 대표이사를 비롯해 한진관광(대표이사), 싸이버스카이(이사), 칼호텔네트워크(대표이사) 등에서 주요 임원이다. 조 전무는 사업보고서 등에는 ‘조에밀리리’라는 이름으로 등장해 국적이 미국임을 보여준다.

조 전무의 언니인 조현아 사장은 2014년 이른바 ‘땅콩회항’ 사건으로 물의를 일으켜 한진그룹내 모든 직위에서 물러난 바 있다. 지난 3월29일 아직 집행유예 기간 중인데도 칼호텔네트워크 사장으로 경영에 복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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