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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 세월호 공연 현장 찾아가 조직적 방해

2015년 10월 18일, 대학로에서 벌어진 일.

수학여행 갔다 죽어서 돌아온 ‘아이’가 무대 앞에 나타났다. 아이로 분장한 배우가 청소년들이 즐겨 입는 ‘노스페이스 점퍼’를 입고 등장하자 한국문화예술위원회(예술위) 간부와 직원들은 의자와 탁자를 들고 와 가로막았다. 치워 달라는 배우의 요청에 한 간부는 “옮기지 말라”고 맞섰고 공연은 중단됐다. 2015년 10월18일 서울 대학로 예술위 건물 카페에서 지원 프로그램 중 하나인 연극 ‘이 아이’를 공연하려다 벌어진 일이다.

13일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의 발표를 보면, 이날 예술위는 세월호를 연상시키는 예술 작품의 지원 배제를 지시한 청와대·문화체육관광부 지침에 따라 직원들을 동원해 공연을 조직적으로 방해한 것으로 드러났다.

조사위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 세월호 시국선언에 참여하거나 관련 작품을 만든 문화예술인들에 대한 검열과 지원 배제 실태를 조사한 결과 시국선언 참여 예술인 1302명 가운데 116명이 문체부 예술정책과의 블랙리스트에 올라 피해를 본 것으로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조사위 자료를 보면, 박근혜 정부는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 뒤 김기춘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 등이 주도한 청와대 회의를 통해 세월호 시국선언을 반정부 투쟁으로 간주했다. 이에 따라 아르코의 문학창작기금, 우수문화예술프로그램, 서울국제공연예술제 등 10여개 지원 분야에서 세월호 관련 블랙리스트 명단에 오른 예술인들의 배제 공작이 진행됐다.

ⓒ뉴스1

조사위는 또한 김기춘 전 실장이 청와대 회의에서 박 전 대통령을 허수아비로 묘사한 풍자화 ‘세월오월‘의 작가 홍성담씨에 대해 ‘추적하여 처단’ 등의 극단적 용어를 쓰면서 사찰을 지시한 정황도 밝혔다. 조사위 쪽은 “문체부 ‘예술정책과 관리명단’에 오른 116명은 현재까지 확인된 최소 수치”라며 “피해 범위는 더 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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