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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4월 16일 11시 26분 KST | 업데이트됨 2018년 04월 16일 14시 00분 KST

[허프인터뷰] “어쩌면 우리는 문재인 정부 1호 언론 탄압 사례가 될 수 있다"

"탄압의 주체가 바뀌었다"

 

‘까고 있네’를 까자면, 나는 이들의 팟캐스트가 별로 재미없었다. 고개를 끄덕거리는 이야기들도 있었지만 심도 있는 분석이 자주 나오진 않았다. 내가 이 팟캐스트를 듣게 된 건 이 팟캐스트를 들을 수 없게 되었단 소식을 듣고 나서였다.

국민TV는 이 팟캐스트를 2회 만에 종료했다. “출연진의 급진적이고 왕성한 비판 활동이 사회발전의 원동력이 될 수도 있음을 인정”하지만 “방송내용이 국민TV의 정체성과 부합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는 게 이유였다.

이들은 자신들을 향한 비평을 주저하지 않았다. 그들은 우리와의 인터뷰에서 ”욕먹을 생각을 했다”고 이야기했고 ”재미없다고 비판받았으면 언제든 멈출 생각이었다”고도 말했다. 하지만 기대와는 달리 그들에게 돌아온 것은 혹평이 아니라 방송폐지였다.

 

 

팟캐스트는 어쩌다 시작하게 된 건가?

성지훈 기자(까고있네 기획자)가 12월 말에 제안할 게 있다며 술 한잔하자고 했다. 국민TV에 새로운 게 하나 필요하다며 성역 없는 비판을 한번 해보자고 했다. 386도 비판하고, 유시민도 비판하고, 정치, 시사, 문화 다 비판해보자고 했다. 자기가 이름도 지어봤다며 ‘까고 있네’가 어떻겠냐고 했다.

나는 ‘그게 국민TV에서 가능하냐’고 물었다. 성지훈 기자는 국민TV엔 젊은 세대가 즐길 만한 콘텐츠가 없다며 이러다가는 국민TV가 장기적으로는 한계에 부딪힐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특정 세대와 정파만을 위한 게 아니라 다양한 세대를 아우를 수 있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한 달 뒤 성지훈 기자가 ‘제출한 기획서가 통과되었다’고 했다. 한 달 간 준비기간을 거친 뒤 팟캐스트를 시작했다.

 

세 분(마가린, 김만석, 개친빠)은 원래 알던 사이인가?

아니다. 방송을 계기로 처음 만났다.

 

방송이 나가면 어떤 반응이 나올 거라 예상했나?

악플이 달릴 거라고 예상했다. 아주 많이 달릴 거라고 생각했다. 그게 나름 재미있겠다는 생각도 했다. 사람들이 욕하는 맛으로 보며 매번 산더미같이 악플이 쌓이는 방송으로 정착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다 보면 잡음 때문에 인기도 커져 어느 정도 순위도 올라가지 않을까 생각도 해보았다.

방송이 폐지될 거로는 전혀 상상도 못 했다.

 

아무리 ‘까고 있네’라도 악플이 두려워 자기 검열을 하지는 않았나?

우리는 1회 방송을 엎었다. 그때 주제가 미투 운동이었는데, 이 주제로 시시덕거리며 농담을 할 수 없겠더라. 더구나 우리는 모두 남자다. 우리끼리 이야기하는 게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우리가 생각한 자기 검열은 그 정도였다.

 

첫 방송 이후의 반응을 보니 어땠나?

많은 분이 듣지는 않았던 것 같다. 별로 반응이 없었다. 안 듣고 뭔가 안보던 게 올라오니 ‘새 방송 축하한다’고 댓글 다는 분들도 있었고 ‘김어준이나 김용민 비판은 XSFM(팟캐스트)에서도 안 하던 건데’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2회부터 난리가 났다

아마 국민TV 게시판에 먼저 문제 제기가 올라온 것 같다. ‘김용민 뒤통수를 치네’ 같은 글이 한 페이지 가득 있었다. 우리 방송이 오늘의 유머, 딴지일보 같은 데 올라갔다. 조합원들이 계속 ‘탈퇴 어떻게 하냐’고 문의했다. 문제가 커지니 이사진이 메신저로 긴급회의를 열고 삭제를 결정했다.

 

애초에 기획안을 결재한 것은 경영진 아닌가?

성지훈 기자의 이야기로는 기획안을 관행으로 통과시켰던 것 같다고 한다. 제작진은 이 방송을 성공시키겠다고 몇 달을 준비했는데 그걸 제대로 검토도 안 하고 통과시켜놓고는, 이제 와 문제가 되니 삭제를 시킨 거다. 경영진은 징계를 검토하고 있다고 하는데 대체 징계받아야 할 사람이 누구인가? 자기 일 제대로 안한 게 누구인지 묻고 싶다

 

국민TV는 팟캐스트 ‘까고있네’ 제작진을 징계했다. 김영환 총괄팀장은 정직 3개월, 제작 PD 강우정은 견책이 결정되었다. 성지훈 기획자는 근태 불량에 따른 징계 내용을 추가해 다시 인사위원회를 열어 처분할 방침이다.

-미디어오늘 4월 12일-

 

징계를 검토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국민TV는 조합원을 위한 방송을 해야 한다는 거다. 우리가 386을 비판하니까, 조합원 무시하는 방송은 필요 없다는 거다. 자기네 기분 나쁘니 해고하겠다는 거다.

처음엔 이런 이유를 들더니 국민TV 노조에서 문제제기 하니까 성지훈 기자와 강우정(까고있네 담당)PD가 수습이라는 이유를 들고 있다. 이 사람들 국민TV가 필요에 의해서 데려왔다. 게다가 경력직이다. 그런데 갑자기 징계를 논하고 해고를 논한다. ‘진보 진영’에서 비판하는. 전형적인 부당해고이고 언론탄압 아닌가. 그런데 이게 자기네들이 권력을 쥐고 있으니 ‘탄압’이라는 생각을 전혀 못 한다.

 

방송이 재미없고 인기 없다는 이유로 폐지했다면 받아들였을 것 아닌가?

당연하다. 우리도 우리가 재미없다는 것 안다. 방송 몇 번 하다가 그렇게 폐지하자고 했으면 우리도 제작진도 수긍했을 것이다. 그런데 일단 방송 삭제해놓고서는 지금에 와서야 그런 이유를 갖다 붙인다. 방송에 문제 있다고. 질이 떨어진다고. 팩트 체크를 안 한다고.

 

 

이미 폐지되었는데 방송을 계속하고 있다. 일종의 투쟁인가?

일단 백수에다가 외로워서 하는 것도 있다(웃음).

솔직히 녹음 장비도 없고, 셋 다 집도 멀어서 시간도 많이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송을 이어가는 건 우리가 탄광 속 카나리아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예전에 탄광에 환기시설이 없었을 때, 탄광 내 유독가스에 민감한 카나리아를 들고 가지 않았나? 카나리아가 죽으면 탄광이 위험하니 탈출해야 하는 거고, 카나리아가 계속 지저귀면 탄광은 안전한 것 아닌가.

어쩌면 우리는 ‘문재인 정부 1호 언론 탄압 사례’가 될 수 있다. 우리를 시작으로 새로운 방식의 언론 탄압이 이어질 수 있다고도 생각했다. 이렇게 그냥 삭제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선례가 되기 싫었다.

 

새로운 방식의 언론 탄압은 무엇을 의미하나?

탄압의 주체가 바뀌었다. 권력의 주체가 바뀌었다. 과거 전두환 정부는 언론을 통폐합하고 보도지침을 내렸다. 이후에는 광고주가 권력을 잡았다. 마음에 안 드는 기사가 있으면 광고 빼고 협박하는 방식이다. 지금은 구독자도 비슷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우리가 겪고 있는 국민TV 사건부터, 과거 시사인 절독 사태, 한겨레 21, 프레시안 사건 등. 지지기반인 독자층의 마음에 들지 않는 기사를 내보내면 절독 문의가 이어진다. 예전에 오마이뉴스가 ‘김정숙 씨’를 써서 문제 된 적이 있는데 지지자들이 어떤 방식을 취했냐면, 오마이뉴스에 광고하는 회사에 전화를 걸어 불매운동 하겠다고 이야기한다. 회사는 광고를 빼겠다고 커뮤니티에 글을 남겼고 환호를 받았다.

일련의 사태를 보면, 언론이 하나의 소비대상이 된 것 같다. 그들은 소비자의 권리를 행사한다고 생각한다. 언론이 잘못된 방향으로 나가면 불매운동, 불만도 이야기할 수 있다고 본다. 그런데 그게 갑질인지 건강한 언론을 만들기 위함인지 헷갈릴 때가 있다.

예전에 지지자들을 향해 ‘덤벼라’라고 했던 잡지 편집장이 결국 큰 비난을 받고 그만두었다. 그런데 ‘친문 방송’을 지향하는 한 미디어 관계자는 ‘이재명 지지자들 개XX’라고 욕을 했다. 하지만 그는 아무런 문제제기를 받지 않았다. 기준과 원칙이 있는 게 아니라 누가의 편을 들며 누구를 욕하느냐가 기준이 되는 거다.

오마이뉴스는 얼마 전 ‘프레시안과 정봉주의 성폭력 사건 보도’ 관련된 진중권씨의 기고문을 싣지 않았다. 그런데 막 비난을 할 수가 없었다. 이미 크게 한 번 데인 오마이뉴스라서, 움츠러들지 않겠나. 사람들이 이제 언론사가 어떻게 돈을 버는지 안다. 그러니까 밥줄 가지고 흔드는 거다.

돈으로 위력을 행사하는데, 이게 광고주가 자기 비판하는 기사 쓴다고 광고 빼는 방식이랑 대체 무슨 차이가 있는지 모르겠다. 이런 식으로 가면 보도 자체를 제대로 못하는 거다. 그 지형을 누가 만드는가. 지지자가 지지란 이름으로 망치고 있는 것 아닌가.

 

 

tv

 

 

국민TV는 협동조합 모델이라 이런 문제에 더 취약한 것 같다

국민TV가 협동조합인지도 모르겠다. 지금 국민TV에 조합비를 내면 5%만 되돌려 받을 수 있다. 마땅한 수익구조가 없으니 계속 적자를 내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도 사람들이 돈을 낸다. 왜냐면 ‘자본과 환경에 휘둘리지 않는 언론’을 만들기 위한 선의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선의로 뭉친 사람들이 만들어 낸 결과가 씁쓸하다. 국민TV 경영진 중에 방송 관계자는 하나도 없다. 전문성 없는 인력들이 주먹구구로 경영하고 있다. 이들이 ‘좋은 방송’을 만들어내겠다는 명분 하에 제작진 근무환경을 하나도 신경 쓰지 않는다. ‘대의를 위해’서 그런다. 정권에 상관없이 살아남을 수 있는 양질의 콘텐츠를 만들어야 하는데 그런 것도 신경 쓰지 않고 정파성에만 몰두한다. 국민TV는 ‘이익 창출에 기대는 순간, 주인이 있는 순간, 불공정 편파 보도의 유혹에 빠질 수밖에 없다’며 ‘협동조합이 답이라는 판단을 하게 됐다’고 자신들을 소개한다. 그런데 이번 사태를 겪고 보니 국민TV에 정말 주인이 없는 건지 묻고 싶다.

 

‘미디어’와 ‘수익구조’ 사이에서 답을 찾기가 쉽지는 않아 보인다.

한때 1인 미디어, 대안 언론 만드는 것을 고민해봤다. 아무리 고민해도 수익구조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었다. 광고 잘 해주는 후원사가 있는데 그 회사에 문제가 터지면 비판해야 하는 것 아니냐. 그런데 그다음에 그 회사가 계속 후원을 안 해주면? 이런 고민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

‘까고 있네’ 에도 후원을 해주신다는 분이 계셨다. 계좌를 알려달라고 했지만 고민 끝에 받지 않기로 했다. 우리가 후원을 받기 시작하면 사실상 국민TV와 같은 처지가 되는 것 아닌가? 물론 후원을 받아도 후원자가 마음에 안 들면 비판했을 거다.

언론사 내부 사람들도 밥벌이를 해야 하는 사람이기에 수익구조를 간과할 수 없다. 언론 윤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원인이 언론 내부에만 있는 게 아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그냥 ‘기레기’라고만 해버린다.

 

사람들이 언론에 기대하는 바가 있어서 그런 것 아닐까?

맞다. 그러니까 비판을 하는 거다. 그런데 사명감만 요구하니 문제인 거다.

우리나라 언론 썩었고, 장자연 사건도 제대로 수사 안하고 연예기사로 다 묻고 그런다는데 장자연 사건 당시 열심히 보도하지 않았나. 문재인 대통령이 방중했을 때 어떤 분은 ‘왜 대통령 방중 기사를 중국 언론을 통해 접해야 하냐’고 했다. 그런데 그거 한국 언론사에서 보도 다 한 내용이다.

그런데도 왜 그렇게 말을 할까? 종이 신문은 점점 더 안 팔리고 인터넷은 네이버와 페이스북이 다 점령했다. 우리는 ‘기사’를 읽는 게 아니라 ‘네이버’를 보고 ‘페이스북’을 보는 게 아닌가. 페북에는 페친들이 올린 기사만 올라온다. 네이버에는 ‘자극적인 기사’만 올라온다는데, 자극적인 기사를 클릭하니까 순위권에 올라오고 그것만 보이는 거다.

물론 언론사도 고쳐 나가야 할 게 있다. 과거에 미디어는 아주 견고한 프레임으로 기사를 작성하고 배치했다. 그런데 요새는 그게 잘 먹히지 않는다. 1인 미디어나 대안 미디어들 보면 프레임이 유연하다. 자기의 시각을 굳건히 하는 게 살아남는 길일지, 아니면 세상을 좀 더 유연하고 다양하게 바라보는 게 살아남는 길일지 고민했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허프포스트를 깔 건 없나?

내 글에 제목 그따위로 달아서 악플이 300개 달릴 게 600개 달렸다. 제목 그딴 식으로 짓지 마라.

배현진을 위한 변명 - 이순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