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폼페이오 국무장관 후보자가 논란이 됐던 입장들을 번복했다

청문회 통과 가능성은?

  • 허완
  • 입력 2018.04.13 15:59
  • 수정 2018.04.13 16:01
ⓒMark Wilson via Getty Images

미국 국무부 장관 후보자 마이크 폼페이오는 군국주의적 외교 정책 입장을 취하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친밀하게 지내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폼페이오는 하원의원 시절 이란과의 외교 협정에 반대했다. CIA 국장일 때는 북한의 정권 교체를 거론했다. 취임 초기에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 스캔들 수사 일부를 무산시켜 달라고 폼페이오의 도움을 요청했다고 전해진다.

그러나 12일에 열린 국무장관 인준 청문회에서 폼페이오는 자신이 군사 행동보다는 외교를 강력히 지지했으며 대통령으로부터 독립을 지키겠다고 민주당 의원들을 설득하려 했다. 폼페이오는 이런 주장을 하기 위해 이전에 공개적으로 밝혔던 자신의 입장들을 뒤집거나 전부 기억이 안 난다고 우겨야만 했다.

상원 외교위원회의 여러 의원들과의 질의응답에서 폼페이오는 가장 논란이 되는 자신의 입장인 2016년 대선 러시아 개입, 대통령과의 관계, 미국 적국들에 대한 대응 계획에 대한 질문들을 피했다. 

ⓒBloomberg via Getty Images

 

이란 핵합의 파기

트럼프 대통령 당선 직후 폼페이오는 2015년에 이란과 미국 및 5개국이 맺었던 이란 핵합의를 무효화할 수 있는 기회라며 기뻐했다. 그는 “세계 최대 테러리즘 지원 국가와의 합의를 되돌리기를 기대한다”고 2016년 11월에 트위터에 썼다.

그 후 폼페이오는 트럼프를 따라 이란 핵합의에 대한 입장을 바꾸었다. 합의를 아예 없던 일로 하겠다고 위협하는 대신, 공동으로 합의에 임했던 다른 국가들과 함께 자신과 트럼프가 생각하는 합의의 단점을 바꾸겠다고 상원에서 밝혔다. 구체적으로, 트럼프와 폼페이오는 이란 핵 프로그램에 대한 일부 제한을 자동으로 해제하는 ‘일몰’ 조항을 제거하고 이란의 탄도 미사일을 제한하는 방안을 핵합의에 넣고 싶어한다.

그러나 미국이 일방적으로 합의 조건을 바꾸는데에는 영국, 프랑스, 독일을 동참시켜야 하고, 이란, 중국, 러시아가 새 조건을 받아들이게 해야 한다는 문제가 있다. 따라서 폼페이오가 이날 상원에서 합의를 폐기하는 대신 ‘고치고’ 싶다고 한 말은 의미없는 구별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의 핵합의 준수를 인증해 이란에 대한 제재를 다시 유예하거나 그렇지 않을 경우 합의 파기 위험을 감수해야 할 마감시한으로 제시한 5월12일까지 새로운 합의를 이루지 못하면 미국이 무엇을 해야 할지 벤 카딘 상원의원(민주당-메릴랜드)이 묻자, 그것이 명확해졌다.  

폼페이오는 “그 질문에는 답할 수 없다. 나는 이 합의를 고치고 싶다. 그게 목적이다”라고 답변했다. 

ⓒTom Williams via Getty Images

 

북한 정권 교체

CIA 국장 시절 폼페이오는 미국이 북한 정권을 교체해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말한 바 있다.

“우리가 이 체제와 그 정권을 분리시킬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 북한인들은 멋진 사람들이고 김정은의 퇴임을 반길 거라 확신한다.” 폼페이오가 지난해 7월에 했던 발언이다.

10월에는 김정은이 사망하면 어떻게 될 것 같으냐는 질문에 CIA의 과거 암살 시도들을 암시하는 농담을 했다. “사고가 일어난다면 우연의 일치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워싱턴의 매파 싱크탱크 민주주의수호재단(FDD) 연설에서 한 말이다.

하지만 카딘이 폼페이오에게 북한 정권 교체를 지지하느냐고 묻자, 폼페이오는 불쾌해하는 기색으로 “나는 정권 교체를 지지한 적이 없다”고 답했다. 

ⓒBloomberg via Getty Images

 

러시아 수사 질문

2017년 3월 백악관 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당시 FBI 국장이었던 제임스 코미가 러시아 수사의 일환으로 진행하던 마이클 플린 전 국가 안보 고문에 대한 수사를 중단시키라고 폼페이오와 댄 코츠 국가정보국장에게 말했다고 지난해 워싱턴포스트는 보도했다.

상원 외교위원회의 밥 메넨데스 상원의원(민주당-뉴저지)이 이 보도에 대해 묻자, 폼페오는 트럼프와의 개인적 대화에 대한 질문에 답하지 않겠다며 답변을 거부했다. 그러더니 트럼프가 러시아 수사에 개입하라고 요청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 더 압박하자, 폼페이오는 트럼프가 “조금이라도 부적절하다고 생각되는 일을 요청한 적은 한 번도 없다”고 답했다.

그러나 로버트 뮬러 특검의 조사에 응한 사실을 시인한 폼페이오는 코미의 수사에 개입하라고 트럼프가 요청했다는 걸 대놓고 부정하지는 않았다.

CIA에 있는 동안 폼페이오는 트럼프와 가까워졌고, 러시아 수사가 정치적 의도의 마녀 사냥이라는 트럼프의 주장에 가끔 동의하는 듯 보이기도 했다. 지난해 10월에 폼페이오는 민주당 전국위원회(DNC) 해킹이 러시아의 공격이 아닌 내부자 소행이라고 주장하는 국가안보국 전 직원 내부고발자 윌리엄 비니를 만났다.같은 달에 폼페이오는 러시아의 선거 개입이 선거 결과를 바꾸지는 않았다고 미국 정보기관들이 결론 내렸다는 부정확한 주장을 했다. 정보기관들은 공식 발표에서 선거 결과에 대한 결론은 수사 범위 바깥의 문제라고 밝힌 바 있다. CIA 대변인은 이후 폼페이오가 정보 기관들의 판단이 바뀌었다는 뜻으로 한 말은 아니었다고 밝혀야만 했다.

청문회 후반, 민주당 의원들은 폼페이오에게 트럼프가 뮬러 특검에게 연신 퍼붓는 공격에 반대한다고 말해달라고 애걸하다시피 했다. 그때마다 폼페이오는 그와 같은 입장을 밝히기를 거부했다.

트럼프가 만약 뮬러 특검을 해임한다면 사임하겠느냐는 크리스 쿤스 상원의원(민주당-델라웨어)의 질문에 폼페이오는 “내 직감에 따르면 아니다”라고 답했다. 그는 대통령의 특검 해임이 적법한지에 대한 언급도 거부했다. 

ⓒJIM WATSON via Getty Images

 

이슬람 혐오, 동성애 혐오

정치활동을 하는 내내 폼페이오는 정계에서 가장 잘 알려진 이슬람 혐오자들과 함께 해왔다. 반(反)무슬림 음모론자 프랭크 캐프니가 진행하는 라디오 쇼에도 여러 번 출연했다. 개프니는 방송에서 백인 국수주의자들을 칭찬하고고, 무슬림 국회위원들이 무슬림 동포단에 정보를 흘릴지도 모르니 민감한 위원회에는 들어가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던 인물이다. 폼페이오는 또 모스크 건설에 반대하고 샤리아 율법을 우려하는 단체 ‘미국을 위한 행동(Act for America)’의 행사들에도 참석했다. 이 단체를 만든 브리지트 가브리엘은 이슬람이 본질적으로 폭력적인 종교라 주장한다.

개프니나 가브리엘의 무슬림에 대한 발언을 비난했던 적이 있는지 코리 부커 상원의원(민주당-뉴 저지)이 묻자, 폼페이오는 54년 동안 살면서 자기가 했던 모든 발언을 다 기억하지는 못한다고 답했다. 그러나 그는 부커 의원에게 이제는 고인이 된 캔자스의 반(反)게이 목사 프레드 펠프스를 비난한 적은 있다고 말했다.

폼페이오가 펠프스를 언급한 것은 의외의 전략이다. 폼페이오 역시 동성애 혐오 발언을 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부커가 게이라는 게 ‘변태’라고 생각하느냐고 묻자, 폼페이오는 자신은 동성 커플의 결혼이 허용되지 말아야 한다고 믿는다고 답했다.

폼페이오는 부커에게 LGBTQ가 이성애자들보다 적은 권리를 가져야 한다고 믿지만, 자신은 “성적 지향과 무관하게 모든 개인을 똑같이 존중한다”고 말했다. 

ⓒJIM WATSON via Getty Images

 

위키리크스에 대한 견해

트럼프와 마찬가지로 대선 기간 중 폼페이오는 위키리크스의 열렬한 팬이었다. “오바마 대통령이 손을 썼다는 증거가 더 필요한가? 발각됐다: 위키리크스가 민주당 전국위원회에서 유출된 이메일 1만9252통을 공개했다.” 당시 하원위원이던 그가 2016년 7월에 쓴 트윗이다. 현재 이 계정은 활성화되어 있지 않은 상태다.

위키리크스가 적대적 비국가적 단체라고 생각하느냐고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공화당-플로리다)이 묻자 폼페이오는 그렇다고 답했다. 

ⓒBloomberg via Getty Images

 

청문회 통과 가능성

폼페이오에 대해 회의를 품고 있는 상원의원들이 이번 증언으로 그의 임명을 지지할지를 판단하기엔 아직 이르다. 랜드 폴 상원의원(공화당-켄터키)은 이미 반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뇌종양을 앓고 있는 존 맥케인 상원의원(공화당-애리조나)은 투표 전에 돌아오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폴과 민주당 의원 전부가 반대표를 던진다면, 폼페이오의 임명이 무산될 수도 있다는 의미다.

그러나 모든 민주당 의원이 반대표를 던질 것인지는 알 수 없다. 지난해 민주당 의원 15명은 폼페이오의 CIA 국장 임명에 찬성했다. CIA 국장은 어찌보면 더 중요하고 감독은 덜 받는 자리이다. 이번에는 올해 재선을 노리는 일부 중도파들의 지지 정도는 받을 가능성이 높다. 조 맨친(민주당-웨스트 버지니아), 하이디 하이트캠프(민주당-노스 다코타) 등이다.

하지만 민주당은 인권단체들에서 폼페이오와 지나 하스펠의 임명을 막으라는 강한 압력을 받고 있다. 과거 고문에 개입한 의혹이 제기된 하스펠은 폼페이오의 후임으로 CIA 국장에 지명되었다. 이 압력이 효과가 있다는 징후가 벌써 보인다.

“폼페이오가 어른스럽게 일을 맡을 거라 생각하고 폼페이오의 CIA 국장 취임에 찬성표를 던졌다. 내 생각은 잘못되었다.” 브라이언 샤츠 상원의원(민주당-하와이)이 11일에 쓴 트윗이다. ”나는 우리의 최고 외교관이 외교를 믿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폼페이오 임명에 반대표를 던질 것이다. 그는 군사적 도발과 위기 정책에 대한 위험한 기질을 가지고 있다.” 

작년에 폼페이오 임명에 반대표를 던진 메넨데스는 청문회 말미에 폼페이오의 과거 전적을 보고 평가해야 할지, 청문회에서 한 말에 따라 평가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내가 오늘 들은 폼페이오는 과거의 폼페이오와는 아주 다르다. 그래서 나는 그가 국무장관이 되면 어떤 폼페이오가 행동할지 파악하려 한다.”

 

* 이 글은 허프포스트US의 Trump’s Pick For Secretary of State Reversed Or Forgot All His Controversial Positions를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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